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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_'살기'로 선택한 사람의 이야기

(21살 때 군 입대를 앞두고 썼던 독후감) 저자 빅터 프랭클은 28명 중에 한 명이 살아남을까 말까 한 그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였다. 그는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를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로 보고 그 생각을 토대로 로고테라피란 정신 치료법까지 고안해낸다. 어찌 보면 참 독한 사람(?)이란 생각도 든다. 뭐 그래서 살아남을 수 있었겠지만. 사람 사는 법, 사람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는 책인 것 같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세계 2차대전 때 수용소에서의 참혹한 생활을 묘사하는데 주안점을 둔 책일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저자는 그때의 개인적인 경험보다는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해 아니면 그들을 통해 무언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감명받았던 부분들이 참 많았..

문화생활/책 2021.01.10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

고고학하면 솔직히 막연히 ‘옛것에서 어떤 의미나 가치를 찾는 학문’, 이 정도 정의로만 얕게 알고 있었다. 다만 옛것을 통해 보다 나은 내일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고고학이란 학문이 참 매력적이고 언젠가 더 알고 싶었다.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시작해서 고대 문명들을 거쳐 신대륙 이야기까지 정말 넓은 범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대와 지리를 넘나드는 이야기 중 개인적으론 토리노의 수의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다. 토리노의 수의는 1578년 이래 이탈리아의 토리노에 있는 산 조반니 바티스타 성당의 왕실 예배당에서 보존되어온 섬유이다. 길이가 4m 34㎝, 폭이 1m 22㎝인 이 수의에는 2개의 희미한 갈색 형상, 수척하고 눈이 움푹 꺼진 1m 70㎝의 남자의 뒷면과 앞면이 마치 수의를 길게 펴 그 절..

문화생활/책 2021.01.10

러브레터(Love letter), 1995

어느새 또 새해가 밝았다. 소리 없이 높이 쌓인 강원도의 함박눈처럼 그새 나이를 꽤나 먹었다. 연말연시라 할 것도 없이 지내고 있지만 2021년 첫날만은 아주 특별하게 간직될 것 같다. 그건 오롯이 영화 '러브레터' 덕분이다. 1995년 작품인 러브레터는 일본 문화 개방 후 1999년에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개봉했던 작품이다. 나는 수능을 마친 겨울에 이 영화를 처음으로 접했다. 당시엔 나이가 나이인지라 회상하는 장면 속 아역배우들에게 더 감정이입을 했던 것 같다. 아역배우 사카이 미키와 카시와바라 타카시가 함께 출연한 '하쿠센 나가시'란 드라마까지 찾아보던 기억이 생생하다. 영화에 대한 정확한 감상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확실한 건 정말 큰 감동을 받았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더미 같은 순수한 사..

문화생활/영화 2021.01.02

2017 내일로_5일차(1)_강릉_정동진역·정동진·정동심곡 바다부채길·심곡항·시골식당

막상 다른 곳에서 자려고 하니 이미 좋은 자리는 다 찼고, 잠도 깨서 결국 거의 못 잤다. 뒤척거리다 새벽 5시도 안되어 목욕탕에서 씻었다. 사람이 거의 없어 전세 낸 듯 여러 탕을 섭렵하며 한껏 여유를 부렸다. 그러다 뜬금없이 군대에서 초소 야간 경계근무 설 때 혼자 좋아하는 노래를 맘으로 부르고, 몇몇 추억을 비디오 재생하듯 속으로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던 게 생각났다. 새벽이라 그랬을까...? 급작스럽게 감상에 젖은 마음을 추스르고 짐 챙겨 찜질방을 탈출했다. 5시 30분쯤 나오니 아직 도시도 잠든 시간이었다. 15분 정도 걸어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6시 15분 출발하는 정동진행 기차에 탔다. 2~3시간은 꾸벅꾸벅 졸기 바빴다. 그러다 정신 차리고 어제 사둔 삼송빵집 빵과 새벽에 산 우유로 아침 식사..

기행/국내 2021.01.01

2017 내일로_4일차(3)_대구_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김광석 스토리하우스·안지랑골 곱창골목·똔똔이 곱창막창·서문시장·평화시장 닭똥집 골목·궁전 라벤더(feat. 서른 즈음에)

한 30분 걸어 마침내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인근에 도착했다. 조용한 골목에 들어서니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일명 김광석 길은 가수 김광석이 살았던 방천시장 인근에 김광석의 삶과 음악을 주제로 조성한 벽화거리이다. 다른 곳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스웨덴세탁소의 멤버 중 한 명도 대구 태생인데, 대구는 역시 음악의 도시다(?). 길 바로 옆에 추억과 추모를 위한 '김광석 스토리하우스'가 있었다. 생전에 남긴 노래, 유품을 비롯해 다채롭게 꾸며져 있었다. 나는 특히 그가 글들과 이야기들을 통해 깊은 위로를 받았다. 감히 그의 노래 같은 글을 쓰고,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삶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노래 듣기 부스에서 불후의 명곡인 '서른 즈음에'를 듣다 감동과 위로를 동시에 ..

기행/국내 2020.12.31

2017 내일로_4일차(2)_대구_대구 근대골목 투어_동대구역·중앙떡볶이·대구약령시 고객지원센터·이상호고택 ·3.1운동계단·대구제일교회·청라언덕

12시 25분 마침내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대구의 도심은 대구역 인근이라 서울행 ITX로 갈아타고 이동했다. 이것이 내일러의 멋이다...* 한 5분 걸려 대구역에 도착했다. 롯데백화점과 함께 붙은 대구역은 어마어마하게 컸다. 흡사 큰 영등포역 같았다. 역사 바로 앞이 동성로였다. 첫인상은 생각보다 너무 별게 없어 당황스러웠다. 바로 다른 데로 가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 그나마 대구 패션 주얼리 특구라는 표지판이 이곳이 패션(Fashion)과 패션(Passion)의 도시 대구라는 걸 실감 나게 했다. 동성로를 따라 걷는 데 2~3개의 앰프에서 크게 울리는 노랫소리가 겹쳐 들렸다. 그래서인지 지나가는 사람들도 소리를 지르다시피 얘기하는 분들이 많았다. 죄송하지만 '시끄럽다'가 대구에 대한 또 다른 첫인상이었..

기행/국내 2020.12.27

2017 내일로_4일차(1)_경주_황남빵·황리단길·경주 교촌한옥마을·경주 교리김밥·경주 최부자댁

7시 30분쯤 눈이 떠졌지만 조식 시간에 기다려 토스트와 달걀 프라이 먹고 씻고 짐 꾸리니 9시가 다 됐다. 나와서 천천히 걷다가 대기업 느낌의 황남빵 건물에서 가족들 선물을 샀다. 해가 내리쬐는 황리단길도 거닐었는데, 확실히 아침에 보니 아기자기하게 예뻤다.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노포들과 새로움을 더한 상대적으로 젊은 가게들이 함께 거리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어제 부산에서 샀던 빵 중 명란바게트 냄새가 워낙 강해 아예 들고 나왔다. 걸으면서 먹었는데, 하루 사이 질겨져 턱 나가는 줄 알았다. 경주 교촌한옥마을로 향하는 길에 그림 같은 풍경이 이어졌다. 황남동 고분군 근처를 지날 땐 뜬금없이 엄청난 수의 까마기 떼를 만났다. 정적인 고분과 동적인 까마귀들이 참 조화롭게 보였다. 20분 정도 걸..

기행/국내 2020.12.27

2017 내일로_3일차(2)_경주_경주역·함양집·보문호·경주 대릉원 일원(황오리 고분군)·첨성대·동궁과 월지·경주 로데오거리

경주에 도착하니 어느새 3시 40분 즈음이었다. 숙소는 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는 바람곳 게스트하우스였다. 3시 50분쯤 도착해 4시에 체크인하고 짐을 풀었다.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대서 급작스럽게 대여했다. 북천을 따라 쭉 달렸다.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30분 정도 달려 함양집에 도착했다. 한우물회를 꼭 먹어보고 싶었다. 곱빼기로 시켰는데 가격은 15,000원이었고 생각한 것보다 육회 양이 꽤 됐다. 개인적으로 간의 신맛이 좀 강하게 느껴졌지만 새콤달콤한 육수와 한우육회가 잘 어울렸다. 맛나게 먹고 나오려는데 회사에서 연락이 와 카톡으로 한 20분 정도 회의했다. 나오니 어느새 밤이 되었다. 식당이 보문관광단지 초입에 위치해 있어 자전거로 보문호를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열심..

기행/국내 2020.12.25

2017 내일로_3일차(1)_부산_센텀역· 영화의 전당·해운대해수욕장·가야밀면·신해운대역

새벽 5시쯤 눈이 딱 떠졌다. 5시 40분쯤 씻고 채비를 마친 뒤 종훈이 형 한테 인사하고 길을 나섰다. 아직 어두운 순천을 거닐었다. 그새 눈에 익은 순천역을 뒤로하고 6시 30분 출발하는 포항행 기차에 탑승했다. 사람이 꽤나 있는 노선이었는데, 처음으로 앉아있던 자리에 주인이 오셔 일어났다. 원래 행선지인 경주는 11시 50분쯤 도착 예정이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하다 화명역 근처에서 문득 부산이라는 걸 깨달았다. 동선을 확인해보니 나는 동해선을 타고 있었고 부산과 울산을 모두 지나는 열차였다. 갑자기 부산에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고민하다 10시쯤 급작스럽게 센텀역에 내렸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삐까뻔쩍한 아파트들이었다. 부산은 첫 취업에 성공한 직후 떠났던 자전거 국토종주..

기행/국내 2020.12.25

2017 내일로_2일차(2)_순천_청춘창고·순천 역전시장·동천·순천만국가정원·거봉통닭

먼저 순천역 인근에 위치한 청춘창고에 갔다. 80여 년 넘게 창고로 쓰이던 곳을 청년점포가 모인 문화 곤간으로 리모델링했대서 궁금했는데 마침 정기휴무...* 순천만국가정원까지 다시 도보여행을 시작했다. 걷다가 정겨운 느낌의 순천 역전시장을 지났다. 순천시 공공자전거 서비스인 온누리 공영자전거를 보며 타볼까 조금 고민했다. 그러기엔 거리도 애매하고 날도 은근 찼다. 1시간 정도 걷다 보니 지쳐서 동천 옆에 자리 잡고 좌수영 바게트버거를 먹었다. 강변의 바람이 너무 차고, 많은 비둘기들이 매섭게 노려봐 체하는 줄 알았다. 몸은 무거웠지만 동천을 따라 걷는 길이 한적하니 너무 좋았다. 걸어걸어 순천만국가정원에 도착했다.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926,992㎡이니 28만 평이 넘는 셈이다. 먼저 순천만국제습지센터..

기행/국내 2020.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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