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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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Kim Dong Ryul) - 산책 (Stroll)문화생활/음악 2024. 10. 29. 21:42
어느덧 가을이 만연하다. 여느 때처럼 정신없는 나날 속에 금방 또 겨울을 앞두고 있다. 나름의 최선으로 늘 걷고 또 걸었지만 결국 또 빈손으로 원점에 이르렀다. 사랑하는 이들의 응원과 걱정은 물론 꾸지람까지 모두 고맙지만 사실 좀 억울하다. 나는 정말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나아갔다. 어쩌면 고도의 속임수로 스스로마저 속여 머물고 싶었던 걸일까. 오랜 시간 자문해 왔다. 난 얼마나 걸었을까. 어딜 향해 걷는 걸까. 마냥 빙빙 돌고 있을까. 결국 또 제자리걸음에 그치지 않을까. 한없이 샘솟는 마음에겐 고맙고도 미안하지만 이젠 정말 가야할 때인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두 눈이 조금씩 젖어 간다. 잠시 멈춰 울어도 되는 걸까. 동률이 형이 대신 울어주셔서 다행이다. 이토록 날이 좋은데 여전히 난 홀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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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Yang Hee Eun), 성시경(Sung Si Kyung) - 늘 그대(YOU)문화생활/음악 2024. 8. 13. 22:52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지만 유독 예측이 어려운 나날을 지나고 있다. 내 인생도 제법 역동적이고 남루한 서사나마 유일하게 이어진다. 흔한 듯 흔히 겪기 어려운 상황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연달아 이어졌다. 일도, 삶도 내 마음 같지 않고 사랑은 점점 더 아득해진다. 이런 문장들을 혼자 삭이다 마음에 넘칠 때면 사람들이 찾지 않는 이 블로그에 끄적거리곤 하는데, 이젠 왠지 그조차도 남사스럽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턴가 이렇게 정말 아무것도 내 것 같지 않다고 느껴질 때나 더는 아무것도 머무르지 않는 게 서글플 때면 자연스럽게 찾는 노래 중 하나가 '늘 그대'다. 성시경 님 작곡에 심현보 님 작사 그리고 양희은 님이 부른 대단한 노래. 노래를 듣다 보면 모두 흘러가 버려도 내 곁에 공기처럼 있는 존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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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IU) - 아이와 나의 바다(My Sea)문화생활/음악 2024. 6. 21. 20:33
부끄럽지만 나는 무언갈 간절히 바라는 일을 가급적 지양한다. 살면서 그런 바람들은 대부분 이뤄지지 않았고, 또 가슴에 쓰린 후폭풍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보통 몇 년 주기로 그걸 까맣게 잊거나, 혹은 잊게 하는 어떤 바람들이 일어난다. 뜻밖의 부서 이동을 앞두고 또 한 번 마음이 고공에서 추락했다. 마침 생일 주간이었기에 참 최악의 생일 선물(?) 같아 괜히 더 아프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나의 바닥을 마주한다. 사는 일이 참 도돌이표 같다. 지금은 조금 지겹고, 지치지만 살아야겠지. 여러모로 가난하고 부끄러운 순간이다. 역설적이지만 덕분에 사랑하는 이들의 소중함을 한 번 더 깨닫기도 한다. 나아가는 일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일지 모르지만 잠시 숨을 고르고 또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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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립스(ECLIPSE) - 소나기 (선재 업고 튀어 OST Part 1)문화생활/음악 2024. 5. 5. 22:58
얼마 전 본 웹툰에서 스스로 깎아내리는 건 내가 나를 너무 사랑해서 선수를 치는 거라는 내용이 있었다. 그 부분이 꽤나 경종을 울렸다. 나는 평소 연애에 대해 자학 개그를 즐겨 하는데 이게 일종의 방어기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뒤늦게 했다. 마침 지인들과 소소하게 회자되었던 영상 중 하나는 피식대학의 '너드학개론: 사랑'이었다. 정재형 님이 유머로 승화한 콘텐츠에 담긴 내용들은 처음엔 웃겼으나 점점 미소를 앗아갔다. 가까운 지인은 나를 보고 자학형과 돌진형이 융합된 순정형 인간(?)으로 정의했다.딱히 설렐 일이 없이 씁쓸함을 느끼던 차에 우연히 요즘 핫한 '선재 업고 튀어'라는 드라마를 정주행했다. 첫사랑물 처돌이(?)로서 '그 해 우리는' 이후로 오랜만에 가슴 뛰는 이야기를 만났다. 친한 친구는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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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 봄 내음보다 너를문화생활/음악 2024. 3. 31. 23:41
부푼 꽃봉오리와 활짝 핀 봄꽃들이 또다시 찾아온 봄을 절감하게 한다. 계절의 온기를 틈타 늘 보고 싶은 사랑이 형과 별이를 비롯해 몇몇 이름들을 떠올리게 됐다. 가수 김나영은 반려견과의 추억을 이렇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담아냈더라. 덕분에 짙은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위로받곤 한다. 함께 벚꽃길을 산책하던 길부터 홀로 겹벚꽃의 꽃말을 떠올리던 일까지 모든 순간이 지나간 듯 내 안에 살아 숨 쉰다. 사실 어떤 봄 내음보다 너희가 너무 그립다. 다시 만나는 날까지 오래오래 소중히 간직할게. 이번 주엔 봄처럼 해사한 조카가 태어났다. 반갑고 기뻤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고 아직 묘한 기분이 든다. 삶이란 어쩌면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운명 속에 감내해야 하는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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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6(Even of Day) - 역대급(WALK)문화생활/음악 2024. 1. 24. 21:22
인생이 일종의 정반합의 끊임없는 반복 같다고 생각한다. 요즈음의 나는 딱히 달라진 게 없는데도 많은 이들의 사랑에 힘입어 일시적인 안온을 누리고 있다. 주어지는 상황은 물론 내 마음조차 맘 같지 않은 게 인생이지만 그럼에도 선택이 가능한 순간이 있다. 스스로 원망하던 때늦은 순수나 원치 않고 샘솟던 진심도 이젠 그러려니 한다. 어차피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삶에 풍화되며 때묻고 있다. 이제는 감사로 주어진 시간에 더 많이 행복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능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뿐이다. 어차피 매번 역대급일 테니 정신 차리고 계속 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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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톤스(Peppertones) - GIVE UP문화생활/음악 2024. 1. 4. 19:57
수년째 간절한 바람들이 잇달아 뜻과는 다르게 흘러가며 내심 많이 지쳤던 것 같다. 행복한 순간도 있었고, 기대를 비웠다며 자조 섞인 농담으로 웃어 보이기도 했지만 사실 가장 가까운 감정은 슬픔이었다. 마음 같지 않은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면서 오래 기다려 온 무언가나 누군가조차 바라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시작했다. 하지만 역설적인 그 마음이야말로 교만이고 욕심이 아니었나 싶다. 최근 본 영화에서 마주한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라는 문장은 묘한 위로가 되었는데, 바라지 않던 풍파나 역풍도 결국 하나의 바람이었다. 일, 삶, 사랑 등 많은 것 앞에 여전히 초라함을 느끼지만 최선을 다했던 스스로의 떳떳함까지 비하할 필요는 없다. 막막하고 먹먹할지언정 부디 '절망이여 나를 포기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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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 - 오랫동안문화생활/음악 2023. 12. 15. 00:10
여느 때와 같이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또 여느 때와 같이 금세 연말에 이르렀다. 작년은 오랜만에 굳게 다진 의지로 시작했으나, 수차례 위기를 지나 결국 그 뜻이 꺾인 채로 마무리됐다. 무언갈 간절히 바라면 그게 욕심이었음을 깨닫는 게 주어진 주제 혹은 몫인 것만 같아 올해는 가능하면 매사에 겸허하려고 노력했다. 아니... 사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일, 관계를 비롯한 많은 것들이 기대를 비워 줬다. 그 와중에 항상 고마운 존재들이 선사한 행복은 과분했지만 왜인지 정말 바라는 일들은 매번 이뤄지지 않았다. 스스로 미약함을 깨닫는 만큼 꿈의 크기는 작아진다. 요즈음엔 반복되는 일상도, 다시 찾아온 새해도 조금 덧없게 느껴진다. 약간 무력하긴 하지만 우울은 아니다. 다만 개인의 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초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