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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내일로_4일차(2)_대구_대구 근대골목 투어_동대구역·중앙떡볶이·대구약령시 고객지원센터·이상호고택 ·3.1운동계단·대구제일교회·청라언덕기행/국내 2020. 12. 27. 20:52
12시 25분 마침내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대구의 도심은 대구역 인근이라 서울행 ITX로 갈아타고 이동했다. 이것이 내일러의 멋이다...*
한 5분 걸려 대구역에 도착했다. 롯데백화점과 함께 붙은 대구역은 어마어마하게 컸다. 흡사 큰 영등포역 같았다.
역사 바로 앞이 동성로였다. 첫인상은 생각보다 너무 별게 없어 당황스러웠다. 바로 다른 데로 가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
그나마 대구 패션 주얼리 특구라는 표지판이 이곳이 패션(Fashion)과 패션(Passion)의 도시 대구라는 걸 실감 나게 했다.
동성로를 따라 걷는 데 2~3개의 앰프에서 크게 울리는 노랫소리가 겹쳐 들렸다. 그래서인지 지나가는 사람들도 소리를 지르다시피 얘기하는 분들이 많았다. 죄송하지만 '시끄럽다'가 대구에 대한 또 다른 첫인상이었다.
그러다 문득 뜬금없이 와닿는 글귀를 마주하고, 6월 민족항쟁이 일어난 곳 표지를 보고 잠시 이런저런 생각에 빠졌다.
대백은 아마 '대구백화점'의 준말이겠지...?
대구 납작만두를 꼭 먹어보고 싶어 중앙떡볶이에 갔다.
뭘 시킬지 몰라 어버버하고 있으니 식당 아주머니가 호쾌하게 추천해 주셔 기분 좋게 3천 원짜리 '섞어'를 시켰다. 음식이 나온 뒤 납작만두를 어떻게 먹는 건지 몰라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께 여쭈었더니 '사투리가 섞인 서울말씨'로 납작만두 먹는 법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다. 약간 이때가 이번 대구 여행의 변곡점이었던 것 같다. 갑자기 모든 대구 사람이 다 좋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떡볶이도 납작만두도 호의를 머금어 더 맛있었다.
대구의 사람들을 접하며 급작스럽게 반전된 기분, 들뜬 상태로 동성로 탐방을 마쳤다. 근처 삼송빵집에서 마약빵과 야채코로케를 샀다. 전국에 체인점이 있지만 대구까지 왔으니 기분 내봤다.
이제 뭐 할까 고민하다 우연히 '대구 근대골목'의 존재를 알고, 또 이 근처란 걸 깨달았다. 출발점인 대구화교협회부터 시작해 진골목을 따라 걸으며 여러 근대 유적들과 이야기를 만났다.
또 우연히 대구약령시 고객지원센터에 방문한 내일로 여행자에게 기념품을 준대서 용기 내 가봤다.
진짜 엄청 바빠 보이셨는데 친절하게 오미자차에 한방족욕 재료 등 여러 기념품을 챙겨 주셔서 진심으로 감동했다. 추운 하루에 마주한 따뜻한 한방차도 잊지 못할 선물이었다. 서대전역 보고 있나...?
한껏 북돋아져서 거닐다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우고 명나라에서 조선으로 귀화한 두사충이란 인물도 알게 됐다. 대구기독교 역사관(구 대구제일교회), 대구교남YMCA회관 등의 근대에 지어진 건축물을 보다 보니 문득 정동길이 떠오른다.
대구근대문화골목을 좇다 보니 이상호고택에도 갔다. 바로 뒤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 대비되어 보였다. 이상호 시인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비롯해 시로서 일제강점기 민족의 한을 노래한 분이다. 괜히 가슴이 뜨거워지던 곳이었다. 나도 언젠가 글로써 위로를 주겠다는 다짐을 방명록에 남겼다.
이어 계산성당을 지나 청라언덕으로 향했다.
청라언덕으로 오르는 계단은 1919년 대구에서 3.1운동이 일어났던 곳이라 3.1운동계단으로 부르며 기념하고 있었다. 계단 수가 90개라 90계단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대구제일교회의 성전이 참 웅장하다. 외장재 때문인지 영락교회가 떠오른다.
청라언덕 위에는 근대 선교사들이 살던 주택들이 모여있다. 청라라는 이름은 '푸른 담쟁이덩굴'이란 뜻이라고 한다. 그 유래가 언덕 위 선교사들이 살던 주택 벽면이 푸른 담쟁이덩굴로 뒤덮여 있어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각자 개성 강한 근대 건축물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선교사님들 묘가 함께 있어 그들의 삶을 기리고 감사하다고 나도 잘 살겠다고 마음으로 읊조렸다.
3.1운동길로 짧은 근대 여행을 마쳤다. 대구근대문화골목 여행은 솔직히 큰 기대 안 했는데 콘텐츠도 너무 알차고 큐레이션이 너무 잘 되어 있어 진짜 감탄했다. 나중에 다른 코스도 가보고 싶다.
다시 청라언덕을 내려가 반월당역 지나 걷고 또 걸었다.
대로로 나오니 차들이 정신없이 쏟아져 나왔고, 그 어느 곳보다 경적 소리와 운전자의 욕을 많이 들었다. 그 와중에 사이비 종교의 전단지도 받고, 길을 물어보는 아주머니가 갑자기 역마살이 겼다며 도를 묻는 등 방금 전 겪었던 근대에서의 짧은 평화가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건 그만큼 그 시간이 비일상적으로 좋았다는 반증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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