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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245

이수현 - 나의 봄은 이십 대에는 속내를 말로 하는 게 지금보다 어려웠다. 아주 가까운 몇몇 이들은 얼핏 내비친 마음을 먼저 알아채기도 했지만 확실치 않은 것들을 언어로 옮기고, 남기는 게 조심스러웠다. 타인에게 받는 위로는 일시적인 힘은 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건방진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다만 속이 너무 시끄러울 때면 정작 일상에선 침묵하면서 노래에 빗대 내 마음을 표현한 글들을 이렇게 불특정 다수에게 터놓곤 했다. 나이를 먹으며 뜸해지기도 했는데 올해는 웬일인지 참 많은 넋두리를 내뱉었다. 솔직히 혼자만의 시간을 진심으로 즐긴다. 홀로 여기저기 자주 다니고 외따로 산책을 하며 숨을 고르곤 한다. 예전에 책 을 읽다가 ‘Solitudine Solatium(Solace in solitude)’이라는 단어를 .. 2022. 5. 16.
페퍼톤스(Peppertones) - long way 때로 어떤 여행은 떠나고 싶은 바람보다 떠나야 할 것 같은 느낌으로 시작된다. 그런 마음으로 지난주에 고생길이 훤한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 비록 불의의 사고로 여정을 이르게 접어야 했지만 그 시간이 내게 남긴 감동이 값지다. 이미 알고 있던 진리를 되새긴 덕에 한동안 나를 애태우던 여러 고민이 삶의 자양분으로 환원됐다. 깨달음은 일시적일 테고 외상과 내상이 주는 통증은 당분간 나를 괴롭히겠지만 오랫동안 동행한 신조를 홀로 읊어본다. 센탄냥 랴오까이 쑤쑤더바이...! 2022. 5. 9.
사울 레이터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오랜만에 휴가를 쓰고 사랑하는 가족과 평일의 여유를 누렸다. 오픈 시간인 10시가 조금 지나 회현역 인근에 도착했다. 전시장인 피크닉은 처음이었는데 벽돌로 이뤄진 외관이 고풍스러웠다. 나름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이 꽤 많았다. 전시 소개에 따르면 사울 레이터는 선구적인 컬러 사진작가다. 20대에 뉴욕에 정착한 뒤 평생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었지만 60여 년 경력 중 대부분의 기간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가 나이 80세를 훌쩍 넘어서야 1940년대부터 쌓아온 사진들의 재평가가 이뤄져 지금의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표적인 컬러 사진과 같은 시기의 흑백 작품, 미공개 컬러 슬라이드, 1950–60년대 패션 화보 등을 담았다. 개인적으로 전시를 보며 그의 작품 못지않게 어록과 삶이 주는.. 2022. 4. 27.
박재정 - 그대만을 위한 사랑 타인의 삶에서 반복적으로 조연을 맡다 보면 내 인생에서조차 주연이 될 수 없을 것만 같아진다. 마음대로 되는 게 딱히 없는 시기를 보내며 조금은 특별할 줄 알았던 나의 생애가 얼마나 초라하고 별 볼 일 없는지 깨달았다. 자기 비하나 연민보다는 서글픈 메타 인지에 가깝달까. 한동안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럴 수 있지'보다 '어쩔 수 없지'가 입에 붙어 간다. 얼마 전엔 우연히 '겹벚꽃'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다른 벚나무보다 조금 늦게 피는 꽃이 가진 꽃말의 뜻풀이 중 하나는 "수줍음이 많아 이성의 인기는 그다지 끌지 못합니다. 그러나 마음속 깊숙한 곳에는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있군요"라고 한다...* 누군가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면 상대방의 호의조차 상실하게 된다는 통계적인 일반화가 강해져 솔직하기는 점점 .. 2022. 4. 27.
2022 브로콜리너마저 단독 콘서트 [다정한 사월] 내가 스무 살이 갓 되었던 시절엔 젊은이들 사이에 일명 '홍대병'이 창궐했었다. 고등학교 시절 심야 라디오를 통해 인디 밴드를 처음으로 접하고 나름의 취향을 키워가던 나는 대학에 입학한 후 만난 환우(?)들과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우정을 키우곤 했다. 브로콜리너마저는 당시 아이코닉한 밴드 중 하나였다. 그때 플레이리스트를 채웠던 노래들을 여전히 즐겨 듣는데, 특히 고3 말미에 발매된 '2009년의 우리들'이란 곡은 차가운 교실에서 짝사랑이 이뤄지길 바라다 09학번이 됐던 나에게 더 특별하게 느껴졌고, 지금도 소중하다. 이제 앳된 시기는 꽤나 지났지만 한결같은 어설픔을 간직한 채,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열린 브로콜리너마저 단독 콘서트 '다정한 사월'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찾은 주말의 홍대 인근은 한때의.. 2022. 4. 20.
Sondia - 어른 블로그에서 사용하는 별명인 '쿨수'는 쿨한 척하는 수영이라는 뜻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가 사용한 표현이었는데, 놀라울 정도로 나를 꿰뚫어 이해하는 말이라 오래토록 쓰고 있다. 특별히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나보다 타인을 먼저 헤아리는 게 그냥 습관이다. 그러다 보니 내 마음은 미뤄두고 괜찮은 척할 때가 많다. 요즈음 지극히 개인적인 아킬레스건을 거듭 건드려 아물다 덧난 우울감을 견디고 있다. 한 주 동안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을 연달아 많이 만났음에도 정작 마음속 어려움은 입 밖에 내지 않고 그저 그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왔다. 감정 기복이 심한 편도 아니고 나름의 회복탄력성도 갖췄지만 수많은 사람 속에 나조차 내 괜찮지 않음을 돌보지 않았다는 게 뒤늦게 적막하다. 괜히 허무한 주말이다. 2022.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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