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828 폴킴(Paul Kim) - 어제처럼 한동안 그러지 않았는데 요즈음 부쩍 가깝거나 먼 과거를 떠올리는 일이 잦아졌다. 전보단 나은 사람이 된 줄 알았는데 여전히 인생은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라 나도 모르게 복기를 하는 것 같다. 그 안엔 후회나 아쉬움도 있지만 그럼에도 지난날들을 긍정한다. 분명코 삶은 어렵고, 사람은 무섭지만 이 모든 게 하나의 과정일 거라고 믿는다. 어쩌면 믿음과 방어 기제는 한끗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유독 시리던 2월도 일종의 그리움이 되겠지. 상념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때 좋아하는 가수의 적절한 신보 발매는 응원과도 같다. 가수 폴킴이 비긴어게인3에서 불렀던 제이의 '어제처럼'을 리메이크 음원으로 내주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던 방송 버전 라이브를 정말 많이 들었는데 참 은혜롭다. 멍울을 가라앉히고 다시 걷고 또 .. 2022. 2. 27. 2022 제주_3일차_애월우체국·랜디스도넛 제주직영점·곽지해수욕장·고내포구·제주 반딧불한담 애월점 짧은 여정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일행 중 한 명은 아쉽게도 오전 중에 일이 있어 근처 카페에 따로 자리를 잡아야 했다. 카페로 간다기에 같이 나와 짧은 아침 산책을 즐겼다. 어제보다는 하늘이 맑아 다행이다. 친구가 카페에 가고 혼자 걷다 갈매기와 이름 모를 파랑새도 만났다. 나중에 찾아보니 아마 바다직박구리인 것 같다. 홀로 마주한 새들과 바다가 청량하다.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난 뒤, 숙소에 있던 다른 친구와 만나 체크아웃부터 했다. 부칠 게 있대서 애월우체국까지 걷기로 했다. 한동안 새벽부터 일어나 굉장히 열정적으로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는 여행자였는데 요즈음 여행에 가면 예전에 비해 욕심이 없다. 물론 가본 곳에 또 간 경우가 많아 더 그렇겠지만 그런 성향의 변화가 아마 나이 듦의 증표가 아닐까 가.. 2022. 2. 24. 2022 제주_2일차_오설록 제주 티뮤지엄·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이중섭미술관·이중섭거리·글라글라하와이·제주야놀자펜션·고래밥 웃풍이 좀 있었지만 전기장판의 응원에 힘입어 푹 자고 일어나니 창밖 풍경이 제주임을 일깨워 준다. 어제 바이제주에서 사둔 제주 흑돼지 라면 돗멘을 끓여 아침으로 먹었다. 생각보다 매콤하고 감자 전분이 들어간 면이 쫄깃했다. 다만 4개에 8,000원이라 꽤나 비쌌다. 식탁에 방명록이 있었는데 수준급의 그림, 재기 발랄한 후기 등이 가득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상 시인의 시, '이런 시'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일지라도 차마 잊지 못하고 평생 예쁘게 여길 이는 이미 그 자체로 한 삶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겠지...* 요즈음의 내가 정의하는 사랑은 '누군가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주는 것'이다.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우리도 나름의 흔적을 남겼다. 여유를 누리다 하룻밤만큼 정든 .. 2022. 2. 23. 2022 제주_1일차_김포국제공항·제주국제공항·무지개렌트카·스타벅스 제주서해안로DT점·바이제주·함덕흑돼지우돈향·함덕해수욕장·선흘 언니네 곧잘 홀로 여행을 떠났지만 친구들과 떠난 여행의 경우, 의외로 아주 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친구보단 20대에 알게 된 친구들과 가곤 했다. 이번에 기회가 닿아 짧게는 고등학교 때부터, 길게는 중학교 때부터 안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공항리무진버스를 타러 익숙한 정류장에서 친구와 만나 표를 발권하려고 했는데 아뿔싸 매진이라 2시간 뒤에나 탈 수 있단다. 방심했다. 시작부터 시트콤 같은 상황을 웃어넘기며 근처에 있는 전철로 이동했다. 안양은 교통의 요지니까...*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해 탑승동으로 가니 어느새 12시가 훌쩍 지났다. 비행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공항 내 트윗젤에서 애플망고에이드와 프레즐로 그새 쌓인 피로를 달래다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제주도로 이륙했다. 어쩌다 보니 제주도에는 작년 10월.. 2022. 2. 23. 성시경 - 사랑이 늦어서 미안해 (With.김조한) 새해를 맞아 이런저런 다짐을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3월을 앞두고 있다. 내심 성큼 다가온 봄을 기다렸지만 그러기엔 오랜 벗 겨울이 아직 아쉽나 보다. 뒤늦게 매서운 추위 덕에 자연스럽게 움츠리며 이제 꼭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한 해 중 가장 짧은 달을 되돌아본다. 오랜만에 찾아온 몸살과 우울감으로 기운이 빠졌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잡힌 약속이 많았다.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사실 누군가와 함께하며 위로를 받곤 했다. 동시에 이런저런 일로 정녕 타인에게 이해받을 수 없는걸까 싶다가도, 미숙한 방어기제로 회귀하는 건 아닌지 되물었다. 한동안 덤덤하게 살며 안온한 시기를 누리다 찾아온 성장통 덕에 플레이리스트에서 서글픈 목소리들이 대주주가 되었다. 특히 성시경 님이 김조한 님과 같이 노래한 .. 2022. 2. 21. 2022 단양·원주_2·3일차_패러글라이딩(패러에반하다)·카페산·만천하 스카이워크·도담삼봉·베니키아 호텔 비즈인·미로예술 원주중앙시장·진동횟집·여주 강천섬 아침에 일어나 바라본 창밖 풍경이 목가적이다. 잔잔해진 눈으로 되돌아보고서야 청춘의 아름다움을 깨달으셨다던 박경리 선생님의 시구처럼 어떤 아름다움은 알아채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간밤에 겪은 웃바람으로 찌뿌둥한 몸을 눈에 담긴 아름다움이 위로했다. 어제 산 마늘빵, 닭강정과 새우와 만두를 넣은 라면으로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닭강정은 마늘 향이 강한 독특한 맛의 호불호에 앞서 튀김 속 고기가 너무 부실했다. 껍질만 있거나, 튀김옷만 있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았다. 마늘빵은 기대 이상으로 풍미가 진해 맛있었다. 체크아웃하고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위해 미리 예약해둔 패러에반하다로 향했다. 상품을 선택하고 결제한 뒤 바로 옆에 있는 카페산에 들렀다. 뷰 맛집으로 유명한 곳답게 시원하게 펼쳐지는 풍경이 시원했다.. 2022. 2. 16. 2022 단양·원주_1일차_서울식당·단양강 잔도·충주호관광선 장회나루·이끼터널·단양 구경시장·단빵제빵소·단양흑마늘닭강정·소백산빌리지 설을 맞아 오랜만에 어머니의 기도로 시작하는 가족여행을 떠났다. 연로하신 할머니가 작년부터 우리집에서 지내시게 되며, 할머니를 찾아뵙던 명절에 오히려 일시적인 핵가족이 되었다. 부모님이 두 아들과 같이 단양에 가고 싶으시대서 치악휴게소를 거쳐 고수동굴 인근에 위치한 서울식당에 도착했다. 더덕구이와 마늘 수제 떡갈비가 나오는 메뉴를 시켜 맛있게 먹었다. 가격이 저렴하진 않았지만 이것저것 풍족하게 나온 반찬이 맛깔났다. 이때부터 단양의 유별난 마늘 사랑과 자랑을 느낄 수 있었다. 밥 먹고 근처 단양강 잔도로 이동해 절벽 위 덱을 걸었다. 예전에 부모님이 와보시고 너무 좋아서 꼭 우리 형제를 데리고 다시 오고 싶으셨단다. 아들들이 삼십 줄에 접어들어도 여전한 내리사랑을 느끼며 깎아지를 듯한 절벽과 얼어붙은 강.. 2022. 2. 12. 리움미술관_M1 고미술, M2 현대미술 상설전 코로나19로 1년 넘게 휴관을 이어가던 리움미술관이 지난해 10월 재개관했다. 이전에는 1만 원의 입장료를 받았으나 지금은 선착순 예약 후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그 덕에 티켓팅은 빡세졌다. 한때 삼성 불법 비자금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지만 어마어마한 소장품으로 여전한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작년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준 감동으로 리움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나름의 최선과 삶이 소소하게 선물하는 기적이 맞물려 주말 취소표를 주워 다녀왔다. 무려 노른자 땅(?)의 지상주차장에 차를 대고 입장했다. 각각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건물부터 3인의 세계적인 건축가에 의해 설계되었다고 한다. 좌측의 건물은 블랙 콘크리트를 사용한 블랙박스.. 2022. 2. 6. 2022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_박수근 : 봄을 기다리는 나목 개인적으로 박수근 선생님의 그림에 담긴 따뜻함을 참 좋아한다. 막연하게 언젠가 양구에 위치한 박수근미술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감사하게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박수근 : 봄을 기다리는 나목'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삶과 작품을 주제로 한 기획전이 열렸다. 무려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공동 주최로 보다 풍성한 전시가 기대됐다. 설레는 마음으로 덕수궁을 찾았다. 한동안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시간별로 관람인원이 제한됐었는데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에 따라 온라인 사전예약만 하면 입장이 가능했다. 오랜만에 대기 줄에 서서 10분 정도 기다려 입장했다. 내가 미처 몰라봤을 가능성이 높지만, 작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리는 기획 전시가 너무 좋다. 특히 문학과 미술을 맞닿은 기획이.. 2022. 1. 29. 이전 1 ··· 29 30 31 32 33 34 35 ··· 92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