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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움미술관_M1 고미술, M2 현대미술 상설전
    문화생활/전시 2022. 2. 6. 13:00

    코로나19로 1년 넘게 휴관을 이어가던 리움미술관이 지난해 10월 재개관했다. 이전에는 1만 원의 입장료를 받았으나 지금은 선착순 예약 후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그 덕에 티켓팅은 빡세졌다. 한때 삼성 불법 비자금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지만 어마어마한 소장품으로 여전한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작년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준 감동으로 리움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나름의 최선과 삶이 소소하게 선물하는 기적이 맞물려 주말 취소표를 주워 다녀왔다. 무려 노른자 땅(?)의 지상주차장에 차를 대고 입장했다.

     

    각각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건물부터 3인의 세계적인 건축가에 의해 설계되었다고 한다. 좌측의 건물은 블랙 콘크리트를 사용한 블랙박스가 담긴 렘 쿨하스의 작품이며, 중간에 위치한 붉은 건물은 우리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한 마리오 보타의 작품이다. 우측의 건물이 스테인리스 스틸과 유리로 현대미술의 첨단성을 표현한 장 누벨의 작품이다. 건물 곁에는 아니쉬 카푸어의 큰 나무와 눈이란 작품이 약간의 환 공포증을 유발하며 묘한 조형미를 뽐내고 있었다.

    로비에서부터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미디어 아트가 벽면을 가득 채운다.

    디지털 가이드도 무료로 제공됐는데 무려 갤럭시 21 Plus에 기반해 위치 연동이 가능했다. 작품 근처에 가면 자동으로 상세한 오디오 가이드가 골전도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전달됐다.

    얼마 전까지 기획전이 있었으나 현재는 두 개의 상설전만 운영 중이었다. M2에서 진행 중인 현대미술 상설전부터 관람했다.

     

    1. M2 현대미술

    총 3개 층에서 각각의 주제로 전시관이 꾸며져 있었다. 지하 1층의 '이상한 행성'전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작품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거울, 미러볼처럼 친절하게 소통하는 작품들이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리움에서의 첫 발을 뗄 수 있었다. 

    얼마 전에 다녀온 '살바도르 달리 : Imagination and Reality' 전시에서 봤던 살바도르 달리의 상상력이 현실 속 조형물로 구현된 '우주 코끼리'는 괜히 더 반가웠다.

    1층은 '중력의 역방향'이라는 주제로 빛과 움직임 등 비물질의 영역으로 확장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물질적인 것에 기반해 비물질적인 것으로 나아가고자 한 고민과 결과물들이 나의 편협한 인식을 확장하도록 이끌었다.

    로버트 어윈의 무제라는 작품은 내가 자란 도시의 CI와 비슷해 홀로 내적 친밀감을 느꼈다.

    헤수스 라파엘 소토의 T자가 있는 고리는 후광이 왠지 종교적인 상징으로 다가왔다.

    2층은 '검은 공백'이라는 이름으로 삶과 예술 전반에 투영된 검은색의 의미를 살펴보는 기획이었다. 하나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색이 포괄될 수 있는지, 한 색을 통해 어떤 의미에 닿을 수 있는지 여러모로 살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공간과 작품이 어우러져 풍기는 아우라가 좋았다.

    다양한 형태의 전시물을 통해 여러 거장의 결과 그들이 담은 에너지 혹은 메시지를 가늠했다. 총 3층에 이르는 전시를 보고 나니 어느새 1시간 30분이 훌쩍 지나있었다. 즐겁고 행복했으나 집중하다 보니 못지않게 진이 빠졌다. 나오는 길에서야 이형구의 카니스 라트란스 아니마투스와 최우람의 쿠스토스 카붐이란 작품을 마주했는데, 함께 있는 두 작품이 왜인지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의 둘리와 가시고기를 떠오르게 했다. 시와 때를 가리지 않는 실없는 생각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2. M1 고미술

    이미 체력적으로는 지침에 찾아오고 있었지만 이어 고미술 상설전 관람을 시작했다. 청자, 분청사기, 백자, 서화, 불교 유물 등의 예술품이 총 4층에 걸쳐 전시되어 있었다.

    본의 아니게 역순으로 관람했던 현대미술 상설전과는 달리 이번엔 위층부터 차례로 내려왔다. 4층은 '푸른빛 문양 한 점'이라는 주제로 고려 시대 청자가 모여 있었다. 청자의 비취색은 그 자체로도 신비롭고 아름답다.

    바이런 킴의 고려청자 유약 #2라는 작품은 청자의 색감을 추상화한 회화였는데 왠지 어릴 적 모닝글로리 노트 표지 안에 있던 눈을 편하게 하는 그 색깔이 떠오른다. 색만으로 다양한 의미가 느껴져 신기헀다.

    3층은 '흰빛의 여정'이란 이름으로 분청사기와 백자가 전시되어 있었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성을 갖춘 여러 작품이 각기 다른 매력을 은은하게 뽐내고 있었다.

    정상화의 무제 82-2-28은 흙, 고령토를 재료로 사용해 그린 회화라 자연스레 도자기를 떠올리게 했다. 특히 이 작품은 아른거리는 듯한 푸른빛과 흰색의 조화가 참 아름다웠다. 

    2층은 '감상과 취향'이란 주제로 오롯이 감상을 위해 만들어진 서화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무려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추사 김정희뿐 아니라 정조, 흥선대원군 등의 작품이 한곳에 모여있었다. 국보인 작품도 있었다.

    예술을 통해 다른 시대의 삶과 묘한 동질감과 이질감을 동시에 느끼며 여러 거장의 글과 그림을 감상했다.

    드디어 다다른 1층은 '권위와 위엄, 화려함의 세계'란 주제로 불교미술과 여러 금속공예품을 전시했다. 불교미술에선 원불교도로 알려진 삼성가의 불심이 느껴지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올라퍼 엘리아슨의 중력의 계단을 지나 나오니 어느덧 3시간이 넘게 지났다. 현대미술부터 고미술까지 다양한 시대의 여러 작품을 통해 온고지신과 온신지고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어떤 가족의 취향이 묻어나는 어마어마한 컬렉션을 갖지 않고도 누릴 수 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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