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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단양·원주_2·3일차_패러글라이딩(패러에반하다)·카페산·만천하 스카이워크·도담삼봉·베니키아 호텔 비즈인·미로예술 원주중앙시장·진동횟집·여주 강천섬기행/국내 2022. 2. 16. 21:44
아침에 일어나 바라본 창밖 풍경이 목가적이다. 잔잔해진 눈으로 되돌아보고서야 청춘의 아름다움을 깨달으셨다던 박경리 선생님의 시구처럼 어떤 아름다움은 알아채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간밤에 겪은 웃바람으로 찌뿌둥한 몸을 눈에 담긴 아름다움이 위로했다.
어제 산 마늘빵, 닭강정과 새우와 만두를 넣은 라면으로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닭강정은 마늘 향이 강한 독특한 맛의 호불호에 앞서 튀김 속 고기가 너무 부실했다. 껍질만 있거나, 튀김옷만 있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았다. 마늘빵은 기대 이상으로 풍미가 진해 맛있었다.
체크아웃하고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위해 미리 예약해둔 패러에반하다로 향했다. 상품을 선택하고 결제한 뒤 바로 옆에 있는 카페산에 들렀다.
뷰 맛집으로 유명한 곳답게 시원하게 펼쳐지는 풍경이 시원했다. 후련한 마음으로 경치를 구경하다 마음이 턱 막히는 연락을 받기도 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렸다.
10시 50분 즈음 다시 패러글라이딩 업체에 가서 옷을 덧입고 짧은 안내를 들은 뒤 거의 바로 비행을 했다. 비행 자체는 별로 무섭지 않았지만 찬바람으로 눈이 조금 시렸다. 비행 내내 눈물 한 방울이 그렁그렁 고였다...* 어수선한 마음도 눈앞에 펼쳐지는 하늘과 발아래 스쳐가는 단양을 바라볼 때만큼은 떠오르지 않았다. 하늘 위에서 동생에게 전한 손인사도 기억에 남는다. 나보다 먼저 이륙한 동생과 착륙은 거의 엇비슷하게 했다. 강사님과 그때의 바람에 따라 조금 편차가 있었다. 착륙이란 이름의 엉덩방아가 생각보다 위험해 놀랐다.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생각에 그쳤는데 부모님의 사랑과 배려로 동생과 기억에 오래 남을 경험을 했다. 참 감사한 삶이다. 다시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고 마무리까지 총 1시간 정도 소요됐다.
패러글라이딩을 마치고 만천하 스카이워크 주차장으로 이동해 셔틀버스에 탑승했다.
너르게 펼쳐지는 풍경으로 행복을 누리며 이런저런 상념에 잠긴 마음을 달랬다.
단양의 아름다움을 눈과 마음에 새기고 다시 버스를 타고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길을 가다 시멘트 공장 지대를 지나쳤다. 한동안 국가 경제에 큰 역할을 했던 석회석 광산이 여전히 위용을 떨치고 있었지만 왠지 쓸쓸해 보였다. 약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떠오르기도 한다.
단양 팔경 중 하나인 도담삼봉에 가니 어느새 오후다. 남한강 상류에 고고하게 위치한 세 개의 바위섬이 동양화의 한 폭 같았다. 단양에서의 마지막 구경을 마치고 동생이 주차장에 있는 막국수집으로 가자는 걸 내가 이왕이면 맛집으로 가자고 급히 검색해 근처로 이끌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금강산막국수는 오늘 휴무였다.
바로 원주로 향해 베니키아 호텔 비즈인에 체크인부터 했다. 이전에 친한 형과 여행 와 묵었던 곳이라 내심 반가웠다. 웃풍이 없고 침구가 뽀송한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때로 어제의 불행은 오늘의 행복을 더한다. 2시간 정도 푹 쉬며 저녁에 웬만한 식당이 다 휴무라는 걸 확인하고, 무엇보다 내일 가려던 ... 원주에 온 직접적인 이유인 소금산 출렁다리도 내일 휴무라는 걸 깨달았다. 인생...*
5시 즈음 원주 시내로 나가 전통시장들을 한 바퀴 돌았다. 미로예술 원주중앙시장, 자유시장 등이 한곳에 몰려 있어 걸으며 구경하기 좋았다.
명절이라 많은 식당이 휴무였다. 동생이 어렵사리 찾은 진동횟집에 가서 모둠 회, 회덮밥 등을 시켜 배불리 먹었다. 취기 오른 동네 사람들이 여럿인 진짜 로컬 맛집이었다. 무엇보다 바로 해서 내주시는 밑밭찬이 인상적이고 맛있었다. 언젠가 다시 오고 싶다.
숙소로 돌아와 뜬금없이 지금 우리 학교는 정주행을 시작했다. 부모님에게 MBTI 테스트 미션(?)을 드리고 나름의 호캉스를 즐겼다. 계획은 조금 틀어졌지만 소소한 행복은 온전했던 밤을 보냈다.
어느덧 마지막 날, 원래대로라면 호기롭게 소금산으로 향해야 했지만 미처 몰랐던 휴무로 일정이 좀 떴다. 대신 그만큼 시간이 생겨 조식의 여유를 누렸다. 구색을 갖췄으나 구성은 다소 부실했지만 가성비를 생각하면 납득하며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밖에 나오니 밤새 대설주의보로 눈이 꽤 많이 쌓여있었다.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집에 오는 길에도 눈이 꽤 많이 내려 불안했다.
아쉬움에 오는 길목에 있는 여주 강천섬에 들렀으나 딱히 볼 것도, 할 것도 없어 다시 집으로 향했다.
예정보다 이르게 도착한 동네 강남면옥에서 냉면, 만두로 포식하며 가족여행을 마무리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다지만 모든 가정엔 나름의 아픔이 있다. 그럼에도 한결같은 어버이의 사랑 덕에 형제는 (나름) 듬직한 청년으로 자랐다. 올해도 덕분에 설날부터 밥도 마음도 든든하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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