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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2022 단독 공연 〈오늘의 안녕〉문화생활/공연 2022. 9. 11. 23:28
담백하고 짙은 목소리와 솔직하고 문학적인 가사로 좋은 음악을 만드는 가수 이영훈 님을 좋아한다. 우연히 콘서트 소식을 알고 극적으로 예매에 성공했다. 고대하는 시간을 거쳐 마침내 공연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붐비는 주말의 홍대 거리를 거닐며 구름아래소극장에 도착했다. 역에서 멀지 않은 뒷골목에 자리하고 있었다. 왠지 나와 같은 목적으로 온 듯한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나중에 들으니 나처럼 혼자 온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참 반가운 공연 문화다...* 표를 받고 들어간 공연장은 내가 선호하는 크기의 소극장이었다. 좌석 중엔 꽤나 뒤편이었음에도 무대가 그렇게 멀지 않다. 6시가 조금 지나 마침내 '오늘의 안녕'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단독 공연이 시작했다. 작곡가이자 연주자인 전진희 님과 박기훈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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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_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기행/국내 2022. 9. 9. 18:12
짧은 여름휴가 뒤 더욱 세차게 휘몰아치는 일들 덕에 금방 주말을 맞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믿고 보는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이 사랑하는 이중섭 화백을 주제로 꾸며져 들뜬 마음으로 다녀왔다. 어쩌다 보니 전시나 공연을 혼자 보는 게 습관처럼 되었는데 이번엔 지속적으로 손을 내밀어 준 고마운 친구들이 있어 함께 봤다. 덕분에 여운을 같이 나눌 수 있어 즐거웠다. 이번 전시는 고 이건희 회장이 기부한 이중섭 화백의 작품 90여 점에 국립현대미술관의 기존 소장품 10점을 더해 총 100여 점으로 구성됐다. 나처럼 이전에 다른 이건희컬렉션 전시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반갑게 마주할 작품도 있다. 이중섭 화백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근대사의 비극을 감내하며 후세에 감동과 위로를 주는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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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 - 9月문화생활/음악 2022. 9. 4. 23:22
바쁜 일상으로 쌓인 피로가 무겁게 느껴지는 나날 속에 우물쭈물하다 구월이 왔다. 사실 게으름을 피우기도 했으나 여느 때처럼 올해도 열심히 살았다. 뜻하지 않은 일로 다치거나 지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두려움을 견디고 한 발짝씩 내디디며 조금 더 성숙하고, 그만큼 늙은 인격체가 되었다. 왠지 지난여름과 함께 버거웠던 청춘의 더위가 점점 가시는 것 같다. 아쉽고 허무한 동시에 홀가분하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지난 계절의 마지막 인사 같아 애틋하다. 이 감정조차 교만이려나. 아마도 답이 없을 애꿎은 9月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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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금산·진안_2일차_운일암 송어횟집·마이산 도립공원·마이산 카페 토박이·금당사·탑영제·마이산 탑사기행/국내 2022. 9. 4. 23:05
아침에 일어나 숙소에서 제공된 샌드위치를 맛봤는데 은근 매콤하니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부모님은 주변 구경하러 가시고 동생은 늦잠을 즐겨 혼자 숙소에서 제공된 라면을 끓여 맛있게 먹었다. 사랑이 형과 집 안팎을 오가며 놀았다. 사랑이는 주로 부모님을 찾는 눈치였다. 부모님이 오셔 숙소에서 준 아이스크림 함께 먹으며 이야기 좀 나누고 체크아웃 시간인 11시 직전 숙소를 떠났다.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 공간이었다. 근처에 진안 맛집인 운일암 송어횟집이 있어 들렀다. 방문 전에 미리 말씀드리면 강아지 동반이 가능하다고 해서 일찍 예약을 해뒀다. 방에서 식사가 가능했다. 밑반찬이 알차고 맛있었고, 회는 신선했다. 매운탕은 저렴하고 넉넉했다. 송어를 처음 먹는다는 동생, 별로 안 좋아하신다는 아버지까지 다들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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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금산·진안_1일차(2)_운일암 연가·운일암반일암 계곡기행/국내 2022. 9. 2. 22:47
이번 여행은 반려견이자 가족 구성원인 사랑이 형과 함께하기 위해 애초에 숙소부터 정했다. 체크인 시간인 3시에 맞춰 전라북도 진안에 위치한 운일암 연가에 도착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이곳이 우리가 생소한 고장에 오게 된 이유였다. 넓은 잔디마당과 목조로 외관을 마감한 단독 주택 모두 취향을 저격했다. 다행히 가족들도 모두 만족스러운 눈치였는데, 특히 사랑이가 여기저기 다니며 좋아하는 게 느껴져 기뻤다. 실내는 방 2개와 거실, 화장실로 이뤄져 있다. 전반적으로 깔끔했고 4인 가족이 쓰기에 충분한 크기였다. 공간에 대한 주인장의 애정과 배려가 곳곳에 묻어난다. 세심하게 챙겨주신 주류, 라면, 과일, 샌드위치, 아이스크림은 감동이었다. 짐 풀고 가족들과 사진을 찍으며 다시 돌아오지 않을 행복을 기록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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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금산·진안_1일차(1)_천안 먕향휴게소·완주군 대둔산 도립공원·토담·금산 금빛시장·금산인삼시장기행/국내 2022. 8. 28. 22:07
여름휴가를 맞춰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그동안 우리가 하나의 가정으로 다녀온 여행이 몇 번인지 다 알 수 없듯 앞으로 몇 번의 여행을 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동생이 결혼을 계획하고 있기에 우리의 한 시절이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동생의 운전으로 천안 먕향휴게소에 도착했다. 어묵 가락국수로 아침 식사를 하고 아버지가 운전대를 잡으셨다. 네 명 모두 운전이 가능해 로테이션이 용이하다. 목적지는 진안이었으나 가는 중 전북 완주군 대둔산 도립공원에 들렀다. 대둔산 케이블카는 타지 않고 대둔산 둘레길이 있어 산줄기를 따라 걸었다. 강한 비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길을 따라 호쾌하게 흐르는 물줄기가 시원했다. 걷는 사람도 거의 없어 유유자적하고 오붓하게 하산을 즐겼다. 한 25분 정도 따라 걸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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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을 위한 생태학적 경제 제안 - 폴 호켄『비즈니스 생태학』, 2004문화생활/책 2022. 8. 28. 13:18
최근 읽은 책 중 손에 꼽히게 깊은 통찰력을 느끼게 한 책이다. 아쉬운 점은 절판이라 나도 중고로 구했다. CSR, CV, ESG 등 기업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다양한 개념들이 뜨고 졌다. 내 지금의 직업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그에 대한 논의와 실천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궁극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비즈니스 생태학'에는 명치가 저릴 정도로 뜨끔한 문장과 함께 세상을 냉정하게 진단하는 따뜻한 시선이 함께 담겨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방법론이 현실에서 그대로 작동하긴 어려울지 모르나 2004년 번역된 책에 담긴 세상은 지금과 너무 똑닮아 안타깝다.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경제와 사회에 대한 생태학적 접근을 통해 조금 더 거시적인 생각을 할 수 있던 것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