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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일 - 기억해줘요 (With 지운) 20대에 밀물처럼 밀려들던 사람들이 30대가 되니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걸 느낀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결혼이라는 보편적인 제도와 육아로 인한 여가의 결핍 또한 큰 원인인 것 같다. 누군가의 결혼 소식을 들으면 진심으로 축하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헛헛함이 찾아온다. 아마 그건 결혼식을 찾을 만큼 가까웠던 누군가와 점진적으로 멀어질 것에 대한 쓸쓸한 예감과 아직 찾지 못한 인연에 대한 막막함 등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인 것 같다. 이별만큼 벅차던 첫 이직을 결행한지도 어느새 만으로 2년이 더 지났다. 정말 지난한 시간을 딛고 전보다는 나름 적응한 것 같다. 두 일터의 성격과 맡은 일이 꽤나 달라서 그런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어떤 시간이 실감이 안 날 만큼 아득하게 느껴진다. 이번 .. 2021. 11. 28.
스웨덴세탁소 - 사랑 가족이 되어 준 반려견들의 이름이 각각 별과 사랑이다. 별은 중학교에 입학할 즈음 우리집에 와 내가 어엿한 사회 초년생이 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하늘로 돌아갔고, 사랑은 내가 18살일 때 별로부터 찾아와 아직까지 곁에 머물러 주고 있다. 어쩌다 보니 참으로 '자연'스러운 이름을 가진 두 식구 덕에 별과 사랑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는 나에게 중의적인 은유로 다가온다. 그들이 내게 준 의미는 헤아릴 수 없고 여전히 한없이 '사랑'스러운 존재에 매일의 기쁨과 힘을 빚지고 있다. 애정하는 뮤지션, 스웨덴세탁소의 신보 중 '사랑'이란 제목의 노래는 내가 별과 사랑에게 하고 싶은 말인 동시에 왠지 그들이 전해주는 말 같아 묘한 감동을 준다. 가사에 '별'이란 단어도 담겨 있어 마음이 더 촉촉해졌다. 내가 삼십 대 .. 2021. 11. 27.
다음 메인 노출 군대를 제대하고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했던 게 어느새 거의 10년이 되었다. 나름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정이 들어 여전히 이곳에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쌓아가고 있다. 블로그의 양적 성장에 대한 야망(?)은 비운지 오래지만 드물게 찾아오는 메인 노출은 소소한 독려처럼 느껴져 감사하다. 잦은 해외출장을 핑계로 포스팅과 현실의 시차가 3년까지 벌어진 적도 있었다. 작년과 올해 거의 150개 정도의 뒤늦은 글을 쏟아내며 따라잡았다. 앞으로 언제까지 블로그를 할지 모르지만 그동안 덕분에 같은 순간을 여러 번 되새기며 내 삶을 아카이빙 할 수 있었다. 보는 사람이 적을지언정 공개적인 장소에 글을 쓰며 스스로 배우는 점이 많다. 계속 무언가 써내는 사람이고 싶다. 2021. 11. 21.
[안양(평촌), 의왕] 쾌적한 시설에서 전문가에게 배우는 유소년 스포츠, 축구·농구 명문 '영스포츠클럽' 높은 학구열로 유명한 평촌에서 초-중-고를 나오며 다양한 예체능 교육을 받았다. 그중 아직도 많이 도움이 되는 건 유소년 스포츠클럽에서 체득한 체력과 정신력인 것 같다. 아이가 자랄 때 자연스럽게 적절한 운동을 접하는 게 삶에 얼마나 큰 자산이 되는지 알기에 안양 평촌에 자리한 '영스포츠클럽'의 존재가 반갑고 고맙다. 인덕원역, 평촌역 모두에서 교통이 편리한 열린교회 뒤편 SM타워 3층을 통으로 사용하고 있다. 들어서면 세심하게 꾸며진 널찍한 대기실이 반긴다. 학부모나 아이들이 수업을 기다리거나, 아이들의 수업을 참관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렇게까지 배려하다니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원장(?) 님이 축구선수 출신이라 프로 축구 선수들의 사인과 유니폼도 볼 수 있다. 전문적으로 축구선수 생활을 하.. 2021. 11. 16.
가을 광교산 시루봉 등산 (feat. 월드비전 Global 6k for Water) 빠르게 지나치는 가을을 붙잡고자 광교산에 갔다. 어쩌다 보니 꽤 많은 친구들과 함께 오르게 됐다. 광교산 정상인 시루봉은 오르는 코스가 다양했는데 그중 시간이 짧은 용인 고기리의 광교산 체육공원 근처 등산로를 택했다. 주차장에서 5분 정도 걸으면 입구가 나온다. 초반부 경사가 생각보다 가팔랐다. 같이 간 일행 중에 일부는 초입에서 이탈했다. 조금 빡셌지만 워낙 짧은 코스라 묵묵히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인 시루봉에 도착해 있다. 낙엽이 길을 매운 가을 산이 생각보다 미끄럽고 위험하다는 걸 배웠다. 정상에서 월드비전 Global 6k for Water 인증 사진을 찍은 뒤 정상의 여유를 누렸다. 생각보다 포근한 늦가을 날씨가 적절했다. 시지프스는 아니지만 산 밑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는 산에 오르면 응당 다시.. 2021. 11. 9.
자전거로 북한강 종주(북한강 자전거길)_신매대교·경강교·샛터삼거리·밝은광장 인증센터 오랜만에 춘천에서 벗들을 만난 김에 숙원 중 하나인 북한강 자전거길 종주를 결심했다. 어떻게 보면 상관없는 일정인데 나에겐 좋은 핑계가 되었다. 이른 아침 배웅을 받으며 춘천역에 도착했다. 매번 참 고맙고 소중한 인연이다. 다행히 자전거는 그대로 있었다. 날은 흐렸지만 오랜만에 자전거 여행에 의한 설렘을 느끼며 출발했다. 체력 단련을 게을리한 상태에서 낡은 자전거로 먼 길을 가야 한다는 부담과 불안도 있었지만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사서 고생했던 경험들은 결국엔 어떻게든 해낼 거라는 귀납적인 믿음이 되었다. 그게 의외의 순간에 무모했던 내 젊음이 준 크나큰 유산임을 종종 깨닫는다. 소양강 처녀 동상을 지나 안개 낀 호반을 따라 열심히 달렸다. 가을로 물든 나무들이 아름답다. 한 30분 정도.. 2021. 11. 9.
2021 춘천_ITX-청춘·우성닭갈비 본점·해피초원목장·오월학교·춘천송암스포츠타운·허밍면옥 오랜만에 춘천으로 향했다. 올 때 자전거를 타고 오려고 전철로 신용산역에 내려 용산역에서 ITX-청춘 열차를 탔다. 주말이나 공휴일엔 끝칸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지만 왠지 눈치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다행히 만차는 아니라 그럭저럭 수월하게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 용산역까지 왔다. ITX-청춘 열차엔 자전거석이 따로 있다. 내 좌석은 1호 차였기에 바닥에 1-1이라고 쓰여있던 플랫폼에서 탑승했다. 아뿔싸 탑승한 칸은 좌석과 반대편 끝이었다. 아마도 1-1은 일반 전철의 호차 표시였던 거 같다. 당황하는 사이 열차가 출발해 죄송하지만 연어처럼 거슬러 올랐다. 5분 만에 도착했는데 그보다 길게 느껴졌다. 그야말로 춘천 가는 기차를 타고 12시 15분 즈음 춘천역에 도착했다. 오늘은 친한 벗들과 만나 함께.. 2021. 11. 9.
2021 속초·고성_3일차_숲휴게소·속초관광수산시장(속초중앙시장)·티각태각·강원도막걸리빵·속초닭강정·원조동해순대국 일어나서 얼마 안 되어 논 산책로로 아침을 시작했다. 다시 한 번 노래 '가을 아침'을 떠올리게 하는 목가적인 가을 풍경이 마음을 충만하게 했다. 잘 걷고 9시에 맞춰 돌아와 조식을 먹었다. 오믈렛, 매실잼 등 어제와 다른 구성이었다. 세심한 배려에 감사함을 느끼며 맛있게 먹었다. 방에 돌아와 '월든'에서 마지막으로 여유를 부렸다.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크나큰 쉼을 누리고 간다. 체크아웃하는 길에 주인 부부와 잠시 얘기를 나눴다. 따뜻한 환대로 시작한 만남부터 다정한 환송까지 참 좋았다. 언젠가 꼭 다시 이곳을 찾아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마지막으로 속초 시내에 들렀다. 초면인 견공과의 어색한 만남을 뒤로하고 낯익은 횡단보도가 보일 때부터 기분이 묘했다. 속초중앙시장이란 이름이 더 익숙한 속.. 2021. 11. 4.
2021 속초·고성_2일차(4)_청대리막국수·매곡 오윤환 선생 생가·학무정 식사를 마치고 얼마 안 되어 배는 안 고팠지만 숙소 근처에 식당이 없어 저녁을 뭘 먹을까 고민하다 청대리막국수에 갔다. 뭔가 엄청난 공사가 마당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메밀 100%라는 토면을 먹었다. 배는 안 고팠지만 은은히 퍼지는 메밀향이 좋았다. 간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센 편이 아니라 맘에 들었다. 잘 먹고 숙소로 돌아오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다. 짐을 두고 논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매곡 오윤환 선생 생가, 학무정까지 찍고 돌아왔다. 학무정은 속초 8경 중 하나라고 한다. 어쩌다 보니 속초 8경 투어처럼 많은 곳을 보고 간다. 금세 해가 져 깜깜해졌다. 숲휴게소로 돌아와 잠든 줄도 모르고 잠시 뻗었다가 깨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책을 끝까지 읽었다. 여태 헤르만 헤세의 시로 알고 있던 구.. 2021.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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