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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여름휴가_1일차_목포_서산동 시화골목길·삼학도공원·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미락식당·북항

코로나19로 여행의 어려움이 커지던 여름이었다. 따가운 일상을 누그러뜨릴 비일상적인 시간이 간절했지만 못지않게 조심스러움도 컸다. 대책 없이 지른 휴가가 다가왔고 고민 끝에 요양을 위해 우리집에 와계시던 할머니 댁으로 향하게 됐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안양에서 자랐지만 명절마다 찾는 친가와 외가는 또 다른 고향이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외가는 이미 서울로 이주하신 뒤였기에 특히 친가가 보다 '고향'에 가까운 곳이었다. 태풍으로 출발이 하루 지연됐지만 나의 뿌리를 조금 더 이해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차를 몰았다. 거의 4시간 정도 걸려 신안군에 도착했다. 내 차를 타고 혼자 이곳까지 오다니 새삼 뿌듯하고 신기했다. 짐을 풀고 근처에 살고 계신 친척을 뵌 뒤 목포로 향했다. 목포대교와 목포해상케이블카를 ..

기행/국내 2021.09.21

2020 원주_뮤지엄 산·월송리경양식·소금산 출렁다리·까치둥지·원주중앙시장·토담숯불닭갈비·Earth17

자가용으로 원주를 찾았다. 도시에 들어서자마자 차들이 서로 경적을 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원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지인을 태워 뮤지엄 산으로 향했다. SNS에서 가끔 봤던 익숙한 조형물이 초입부터 반긴다. 제임스 터렐 관이 궁금했는데 비가 와서 부분적인 제약이 있다고 안내해 주셨다. 아쉽지만 그냥 다음을 기약했다. 실내 전시는 종이를 주제로 한 기획전과 미술작품을 중심으로 한 상시 전시로 구성되어 있었다. 소장 작품의 수는 생각보다 적었는데 공간이 주는 힘과 짜임새 있는 기획으로 즐겁게 관람했다. 뮤지엄 산은 건물 자체가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청춘이란 이름이 붙은 건축가의 예술 작품에 내가 좋아하는 시,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 같이 나열되어 있어 반가웠다. 울림이 있는 텍스트나 ..

기행/국내 2021.09.19

2020 거제_와현해수욕장·고현버스터미널·티파니·바람의 언덕·해금강·외도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저녁 버스를 타고 거제로 향했다. 자정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늦은 시간 마중 나온 동생을 보며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도착해 컵라면으로 여정을 시작했다. 가져간 시집 '생일 그리고 축복'을 선물로 주고 노래도 부르고 놀다 깊은 새벽에서야 잠들었다. 늦게 잤는데도 일찍 깨어 홀로 아침 산책을 즐겼다. 다시 찾은 와현해수욕장을 걸으며 바다를 구경했다. 유람선 선착장까지 찍고 천천히 돌아왔다. 처음엔 흐렸는데 돌아오는 길엔 어느새 꽤 맑아져 신기했다. 동생과 고현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동생은 다른 멤버 픽업을 하고 나는 쏘카를 빌려 숙소에 남은 인원들을 픽업했다. 우리가 다시 만난 곳은 티파니라는 블링블링한 이름의 횟집이었다. '티파니에서 아점을' 물회로 먹었다. 지난겨울 돌과 함께..

기행/국내 2021.09.19

2020 LOUNGE M. SPECIAL LIVE : 권순관 'Salón de moment

조심스러운 시기였지만 권순관 님의 정규 2집 발매를 기념해 열린 작은 콘서트를 참지 못했다. 작은 공간에 100명도 안 되는 사람이 앉아 감미로운 목소리로 전해지는 팝송, CCM과 권순관과 노리플라이의 노래를 들었다. 뜨겁고 나직하게 읊조리던 가수는 시인이었다. 1시간 남짓한 짧은 공연이라 감칠맛 나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여정'을 꼭 듣고 싶었는데 못 들어 아쉬웠다. 그래도 그대 걷던 길, 너에게 들었으니 나름 만족했던 하루!

문화생활/공연 2021.09.18

2020 정준일 소극장 콘서트 '겨울'

겨울의 끝 무렵에 정준일 소극장 콘서트 '겨울'에 다녀왔다. 코로나19로 인해 다들 마스크 쓰고 체온을 재는 생소한 방식으로 입장했다. 가수는 연신 고맙다는 얘기를 반복하며 최선을 다해 노래했다. '그래 아니까, 안아줘, 바램' 등 듣고 싶던 노래들을 대부분 들었다. 무엇보다 마지막 곡으로 '푸른끝, 그랬을까'를 이어 부르고 앙코르 곡으로 직접 피아노 치며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불러줬는데 정말 좋았다. 깊은 위로가 돼서 마음으로 펑펑 울었다. 허덕이던 겨울을 달래준 함게 우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내적 오열을 했다. 덕분에 건조해진 내 마음에 미스트 같던 시간이었다.

문화생활/공연 2021.09.18

2019 강릉_동화가든·보헤미안박이추커피·초당소나무집&순두부젤라또·안반데기·철뚝소머리집·삼양목장

이직 후 아파서 급히 쓴 병가 이후로 사실상 첫 휴가였다. 전 직장 동료들과의 여행을 위해 익숙한 곳을 다시 찾았다. 12시 조금 지나 출발해 3시 다 되어 동화가든에 도착했다. 대기표 뽑고 보니 5시 이후에나 식사 가능하대서 일단 후퇴했다. 근처에 위치한 바리스타 박이추 선생님의 보헤미안박이추커피란 카페에 들러 보헤미안 블렌드 커피와 커피빵을 흡입했다. 사실상 오늘 첫 끼다. 근처 이마트에 가서 음료와 간식을 사고 현지인이 이끈 형제수산에 가서 회를 미리 주문해뒀다. 5시에 딱 맞추어 동화가든에 다시 도착했다. 바로 들어갈 수 있어 감사했다. 짬뽕 순두부와 초두부를 시켜 셋 다 흡입했다. 두부 자체가 이미 맛있는데 불맛까지 가미하니 맛이 없을 수가 있나. 30분 만에 다 먹고 나오니 어느새 줄이 더 길..

기행/국내 2021.09.17

2019 크리스마스_박재정 단독 콘서트 <DREAMING>

크리스마스에 홀로 솔로 발라더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세종대학교 대양홀을 찾았다. 원래 좋아하긴 했지만 올해 나온 '노랫말' 앨범의 수록곡 하나하나가 주옥같아 더 푹 빠진 박재정 님의 공연이었다. Serenade, 러브레터로 시작한 공연은 여권, 악역, 4년, 사랑한 만큼, 시력, 두 남자, 야경,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눈 등 수많은 명곡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특히 '사랑한 만큼, 시력,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은 꼭 듣고 싶었는데 다 이루었다...* 평소 즐겨듣는 윤종신 님의 야경도 박재정 님의 목소리로 들었다. 버겁던 일상과 함께하던 노래를 콘서트 장에서 혼자 들으니 묘한 감동과 위로가 있었다. 주책이지만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해 입술을 파르르 떨며 울음을 참았다. 많은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문화생활/공연 2021.09.17

2019 거제_서울남부터미널·고현버스터미널·폴리스낙지·학동 흑진주 몽돌해변·바람의 언덕·대게마을·와현 모래숲해변

버거운 한 주를 마치고 금요일 밤 23:59 버스를 타고 거제로 향했다. 내 기억으로는 처음으로 서울남부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졸다 깨니 새벽 4시쯤 거제에 도착했다. 이곳에 온 이유였던 동생의 황송한 픽업으로 그의 거처로 향했다. 차에서부터 나를 (놀리기) 위해 김동률 노래를 실컷 틀더니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있는 노래방에 갔다. 해도 뜨기 전에 40분 정도 남자 둘이 발라드를 열창했다. 내가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을 부르면 동생이 이문세의 '휘파람'을 이어 부르는 식이었다. 덕분에 서글프고도 재밌는 여러모로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잘 놀고 잠들었다. 서너 시간 뻗었다가 일어나니 어느새 10시가 지났다. 다시 고현버스터미널로 향해 후발로 온 새 멤버들을 픽업했다. 이번 여정을 위한 4인이 모두 모였다...

기행/국내 2021.09.09

2019 경기도 광주 곤지암_가을 화담숲

새로운 환경과 상황에 적응하느라 가을이 어떻게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조차 도무지 모르겠던 나를 부모님이 싱그러운 숲으로 이끌었다. 화담숲은 예약이 필요했는데 극적으로 취소표 예약에 성공해 아침 일찍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으로 향했다. 아침에는 운무가 있어 단풍이 잘 안 보였다. 화담숲은 LG상록재단이 조성한 생태 공간인데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라는 뜻을 담은 이름을 갖고 있다. 민물고기 생태관, 이끼원, 자작나무 숲 등을 지나며 천천히 구경하다 보니 날이 좀 맑아지고 단풍색이 본연의 색을 드러냈다. 모노레일이 있긴 한데 대기 시간도 길었고 천천히 걸으며 보는 게 더 좋았다. 단풍 외에도 꽃, 분재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잘 되어 있었다. 여유롭게 둘러보며 사진도 많이 찍히고, 찍어드리며 부모님 덕에 가을 ..

기행/국내 2021.09.07

2019 잘 있어요. 나의 첫 직장...*

대학을 갓 졸업하고 얼마 되지 않아 NGO에서 첫걸음을 내디뎠던 사회 초년생은 어느새 거의 5년을 채운 대리가 되었다. 입사 초기에 넘치는 열정과 패기 그리고 설익은 사회화로 일터에서 겪은 이런저런 일을 블로그에 남겨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려던 시도는 마음속 생채기와 당시의 풋풋함과 미숙함이 박제된 몇몇 글로 남았다. 그때는 내 마음을 몰라주는 누군가가 두렵고 서운했고, 나름의 용기와 노력을 '굳이'라는 테두리로 묶어 험담을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제 와서 되짚어 보면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어쨌든 그만큼의 시간이 흘러 나는 평생 머물 것 같던 첫 직장을 우연한 기회에 떠나게 됐다. 쓰고 나서 또 후회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내가 겪었던 시간이 어떤 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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