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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dia - 어른문화생활/음악 2022. 4. 10. 09:48
블로그에서 사용하는 별명인 '쿨수'는 쿨한 척하는 수영이라는 뜻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가 사용한 표현이었는데, 놀라울 정도로 나를 꿰뚫어 이해하는 말이라 오래토록 쓰고 있다. 특별히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나보다 타인을 먼저 헤아리는 게 그냥 습관이다. 그러다 보니 내 마음은 미뤄두고 괜찮은 척할 때가 많다. 요즈음 지극히 개인적인 아킬레스건을 거듭 건드려 아물다 덧난 우울감을 견디고 있다. 한 주 동안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을 연달아 많이 만났음에도 정작 마음속 어려움은 입 밖에 내지 않고 그저 그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왔다. 감정 기복이 심한 편도 아니고 나름의 회복탄력성도 갖췄지만 수많은 사람 속에 나조차 내 괜찮지 않음을 돌보지 않았다는 게 뒤늦게 적막하다. 괜히 허무한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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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웨스 앤더슨 : 어디에 있든, 영감은 당신 눈앞에 있다문화생활/전시 2022. 4. 5. 21:18
이른 예매 후 관람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를 보기 위해 오랜만에 성수로 향했다. 그라운드시소 성수는 처음이었는데 성수낙낙에 위치해 있었다. 인기 많은 전시답게 주말에 가니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3시 반쯤 도착한 뒤, 2시간 30분 정도 대기한 후에 입장할 수 있었다. 전시에 대해 잘 모르고 예매를 한터라 막연하게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속 미장센에 대한 기획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그의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커뮤니티의 사진전이었다. 여행 사진 커뮤니티의 이름이 'Accidentaly Wes Anderson', '우연히 웨스 앤더슨'이었다. 전 세계에서 수집한 웨스 앤더스 풍의 사진 300여 점이 다양한 테마로 나뉘어 전시되어 있었다. 가장 먼저 마주한 사진은 여행을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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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너마저 - 잔인한 사월문화생활/음악 2022. 4. 1. 19:59
만우절 거짓말처럼 또다시 사월의 첫날이 왔다. T.S.엘리엇의 시 '황무지'의 첫 줄에는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시구가 등장한다. 대학시절 은사님 중 한 분은 매년 이때가 되면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4월 이야기'를 본다고 했었다. 많은 순간을 노래로 기억하는 나는 브로콜리너마저의 '잔인한 사월'을 떠올리곤 한다. 많은 꽃이 피고 지는 고운 시기는 어쩌다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어쩌면 아름다움은 슬픔을 반드시 수반하는지도 모르겠다. 한국 근현대사에서도 많은 비극이 있던 달이 시작했다. 사실 스스로 지은 죄는 없는 넷째 달의 결백함을 기리며, 2022년 4월을 맞이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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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 - 내게 오는 길문화생활/음악 2022. 3. 28. 18:35
어떤 노래는 아주 오랜 세월 마음을 대변하는 동시에 삶의 지표가 된다. 성시경 님의 데뷔곡이기도 한 '내게 오는 길'은 내게 그런 노래다. 특히 군 복무를 할 때 밤과 새벽 사이 초소 근무를 서다 선임병이 잠들면 속으로 수도 없이 이 노래를 틀곤 했다. 그러면 눈으로는 언제 튀어나올지 모를 당직사관이나 다음 근무자를 찾고, 뒤에 있는 선임을 신경 쓰면서도 자연스레 어떤 순간들이 뮤직비디오로 포개졌다. 제대하고 꼭 1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내게 오는 길도 네게 가는 길도 아득히 멀다. 그럼에도, 그렇기에 오래된 애창곡을 한결같이 열창하는 목소리가 더 값지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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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 - 방랑자문화생활/음악 2022. 3. 25. 17:02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며 새삼스럽게 소중함을 느끼는 것들이 많아진다. 이를테면 일터에서 감내할 만큼의 어려움이 얼마나 드물게 찾아오는지, 훌쩍 호수 산책을 다녀올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큰 건지 알게 된다. 무엇보다 아버지와 겨루던 싱거운 농담, 어머니가 차려 주신 따뜻한 밥상, 속내와는 다른 형제간의 무미건조한 손인사 그리고 늙은 반려견의 체온을 언젠가 분명히, 한없이 그리워할 걸 뼛속 깊이 깨닫는다. 하루에 감사하며 최대한 누리겠다는 마음을 다져보지만 일상 앞에 대부분의 결심은 허물어진다. 내 삶에서조차 겉도는 것 같아도 돌고 돌아온 이곳이 바로 제자리이며, 내겐 그 누구의 삶보다도 값진 나의 인생이다. 요즈음 귀가 닳도록 듣는 노래와 함께 주어진 날 동안의 걸음과 이어지는 방랑에 최선을 다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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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월간 윤종신 3월호 - 말문화생활/음악 2022. 3. 23. 00:05
나름 조심하다가 찰나의 방심 덕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되었다. 우연한 감염은 노환으로 우리집에 머물던 할머니를 다른 곳으로 옮기게 했고, 가족들에게 이런저런 불안을 가져다주었다. 그 누구도 나를 탓하지 않았지만 뒤늦은 죄송함이 스스로 가시지 않는다. 격리 기간 동안 공가를 받았지만 주로 일을 했다.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새 월간 윤종신 3월호가 나왔다. 곡 설명에 따르면 '말이 되지 않은 어떤 고백'에 대한 노래라는데, 여러모로 나의 삶을 관통하는 가사와 목소리라 신기하다. 솔직함을 지향하면서도 차마 말로 옮기지는 못했던 여러 마음들이 떠오른다. 진심은 꺼내야만 전해지는 걸까, 그 마음은 어떻게 담아야 옮겨졌을까, 앞으로 애타게 말하고 싶은 순간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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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더반기행/국내 2022. 3. 15. 15:17
시국이 시국이지만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기에 조심스럽게 마실을 갔다. 친한 동생의 아버지께서 펜션을 여신다는 소식에 함께 다녀왔다. 춘천에 위치한 '더반'이라는 곳이었는데, 체감상 춘천보단 가평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건물의 외관만 봐도 엄청 크고 멋지다. 내부도 널찍한 공간을 깔끔한 인테리어로 마감해 고급스러웠다. 가구, 식기도 하나하나 많이 신경 쓰신 게 느껴졌다. 거실 창으로는 숙소 앞에 흐르는 북한강이 내다보인다.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아 보인다. 백미는 호실마다 마련된 수영장이었다. 진짜 수영을 하기에는 조금 작지만 가족, 연인 혹은 친구끼리 물놀이를 즐기기엔 적당한 크기였다. 침실 및 침구도 깔끔하고 아늑해 푹 잤다. 세면대와 샤워실이 분리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