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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거제_서울남부터미널·고현버스터미널·폴리스낙지·학동 흑진주 몽돌해변·바람의 언덕·대게마을·와현 모래숲해변
    기행/국내 2021. 9. 9. 22:22

    버거운 한 주를 마치고 금요일 밤 23:59 버스를 타고 거제로 향했다. 내 기억으로는 처음으로 서울남부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졸다 깨니 새벽 4시쯤 거제에 도착했다. 이곳에 온 이유였던 동생의 황송한 픽업으로 그의 거처로 향했다.

    차에서부터 나를 (놀리기) 위해 김동률 노래를 실컷 틀더니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있는 노래방에 갔다. 해도 뜨기 전에 40분 정도 남자 둘이 발라드를 열창했다. 내가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을 부르면 동생이 이문세의 '휘파람'을 이어 부르는 식이었다. 덕분에 서글프고도 재밌는 여러모로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잘 놀고 잠들었다. 서너 시간 뻗었다가 일어나니 어느새 10시가 지났다.

    다시 고현버스터미널로 향해 후발로 온 새 멤버들을 픽업했다. 이번 여정을 위한 4인이 모두 모였다.

    현지인이 이끈 폴리스낙지라는 맛집에 가서 연포탕을 먹었다.  가자미 구이와 굴 겉절이가 함께 나왔는데 다 맛있었다. 진짜 맛있게 먹었다.

    거제하면 떠오르는 학동 흑진주 몽돌해변에도 들렀다. 처음에 물수제비를 뜨며 놀다 요즘 많이 답답했는지 나도 모르게 한참 동안 돌을 저 멀리 던졌다. 돌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은근 스트레스가 풀렸다. 마음도 풀렸는지 속에 꽁꽁 싸두어 묻어둔 이런저런 얘기를 꺼냈다. 누군가는 그런 나를 보고 지금 내 마음이 산산조각 난 몽돌 같다고 했다.

    동백이 벌써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다음으론 바람의 언덕으로 갔다. 운 좋게 바로 주차를 하고 근처 투썸플레이스에 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각자 갖고 있는 여러 어려움을 나누며 서로의 일상 속 건강에서의 회복과 행복을 기원했다. 문득 나의 걱정과 어려움의 무게가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걸 깨달았다. 다들 나의 앞날은 아직 모른다고 좀 더 버티고 내가 느끼는 아쉬움을 채우고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응원해 줘서 고마웠다. 병문안을 목적으로 왔는데 따뜻한 위안은 내가 더 많이 받았다...*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외지인들은 잠시 언덕에 올라 해지는 바닷가 풍경, 바람, 공기를 잠시나마 누렸다.

    누구의 취향인지 이별 노래가 가득한 차 안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참 아름다웠다.

    숙소에 돌아와 잠시 쉬었다. 내다보이는 와현 모래숲해변이 참 아름답다.

    현지인의 은혜로 대게마을이란 곳에 가서 대게 3마리와 어마어마한 밑반찬을 맛있게 먹었다. 오늘 처음으로 오디오가 빌 정도로 다들 집중했다. 이렇게 맛있는 대게 정말 되게 오랜만이었다.

    근처 하나로마트에서 물, 음료, 간식 등을 사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좀 쉬다 갑자기 또 노래방 타임이 시작됐다. 1시간 훌쩍 넘게 재밌게 놀았다. 다들 돌아가며 세상 아픈 이별 노래를 불렀다. 역시 우리 민족의 정서는 이별의 정한이 맞나 보다...* 숙연한 노래로 즐거운 시간 보내고 마지막에는 '촛불 하나'로 급 희망적으로 마쳤다.

    다 같이 토트넘 vs 본머스 경기까지 보고 위닝도 하고 오랜만에 대학 시절처럼 해맑게 놀고 3시 다 되어 잤다. 

    일이 있어 5시 조금 지나 일어나 혼자 해가 뜨지 않은 새벽 바다를 지나쳐 택시로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6시 20분 버스를 타고 서울남부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10시 30분이었다. 개인적으로 평생 기억에 생생할 하루 중 하나였다. 스스로를 형이나 오빠로 지칭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정말 못난 형이 너무 늦었다는 말 밖에 안 나오는 날이기도 했다. 고맙고 미안하다. 일상을 버티기에 급급한 때, 하루의 가치를 되짚어 준 시간. Epoche라는 말처럼 각자 겪은 세상의 의미는 미룰 수밖에 없었지만, 함께한 날들 만으로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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