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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음악121

성시경 - 방랑자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며 새삼스럽게 소중함을 느끼는 것들이 많아진다. 이를테면 일터에서 감내할 만큼의 어려움이 얼마나 드물게 찾아오는지, 훌쩍 호수 산책을 다녀올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큰 건지 알게 된다. 무엇보다 아버지와 겨루던 싱거운 농담, 어머니가 차려 주신 따뜻한 밥상, 속내와는 다른 형제간의 무미건조한 손인사 그리고 늙은 반려견의 체온을 언젠가 분명히, 한없이 그리워할 걸 뼛속 깊이 깨닫는다. 하루에 감사하며 최대한 누리겠다는 마음을 다져보지만 일상 앞에 대부분의 결심은 허물어진다. 내 삶에서조차 겉도는 것 같아도 돌고 돌아온 이곳이 바로 제자리이며, 내겐 ​그 누구의 삶보다도 값진 나의 인생이다. 요즈음 귀가 닳도록 듣는 노래와 함께 주어진 날 동안의 걸음과 이어지는 방랑에 최선을 다할.. 2022. 3. 25.
2022 월간 윤종신 3월호 - 말 나름 조심하다가 찰나의 방심 덕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되었다. 우연한 감염은 노환으로 우리집에 머물던 할머니를 다른 곳으로 옮기게 했고, 가족들에게 이런저런 불안을 가져다주었다. 그 누구도 나를 탓하지 않았지만 뒤늦은 죄송함이 스스로 가시지 않는다. 격리 기간 동안 공가를 받았지만 주로 일을 했다.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새 월간 윤종신 3월호가 나왔다. 곡 설명에 따르면 '말이 되지 않은 어떤 고백'에 대한 노래라는데, 여러모로 나의 삶을 관통하는 가사와 목소리라 신기하다. 솔직함을 지향하면서도 차마 말로 옮기지는 못했던 여러 마음들이 떠오른다. 진심은 꺼내야만 전해지는 걸까, 그 마음은 어떻게 담아야 옮겨졌을까, 앞으로 애타게 말하고 싶은 순간이 또 있을까? 2022. 3. 23.
자우림(Jaurim) - 샤이닝(Shining) 오랜만에 마음이 잔잔하다. 어쩌면 당분간의 동적인 기력을 잃은 채 침잠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내 삶의 서글픈 경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수긍한다. 섣부른 기대를 버리고 오랜 질문도 묻는다. 우울할 힘도 없는 차분함이 차라리 반갑다. 왜인지 지독한 알레르기가 정말 오랜만에 찾아왔다. 덕분에 촉촉한 청춘을 시리게 맞고 있다. 2022. 3. 6.
폴킴(Paul Kim) - 어제처럼 한동안 그러지 않았는데 요즈음 부쩍 가깝거나 먼 과거를 떠올리는 일이 잦아졌다. 전보단 나은 사람이 된 줄 알았는데 여전히 인생은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라 나도 모르게 복기를 하는 것 같다. 그 안엔 후회나 아쉬움도 있지만 그럼에도 지난날들을 긍정한다. 분명코 삶은 어렵고, 사람은 무섭지만 이 모든 게 하나의 과정일 거라고 믿는다. 어쩌면 믿음과 방어 기제는 한끗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유독 시리던 2월도 일종의 그리움이 되겠지. 상념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때 좋아하는 가수의 적절한 신보 발매는 응원과도 같다. 가수 폴킴이 비긴어게인3에서 불렀던 제이의 '어제처럼'을 리메이크 음원으로 내주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던 방송 버전 라이브를 정말 많이 들었는데 참 은혜롭다. 멍울을 가라앉히고 다시 걷고 또 .. 2022. 2. 27.
성시경 - 사랑이 늦어서 미안해 (With.김조한) 새해를 맞아 이런저런 다짐을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3월을 앞두고 있다. 내심 성큼 다가온 봄을 기다렸지만 그러기엔 오랜 벗 겨울이 아직 아쉽나 보다. 뒤늦게 매서운 추위 덕에 자연스럽게 움츠리며 이제 꼭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한 해 중 가장 짧은 달을 되돌아본다. 오랜만에 찾아온 몸살과 우울감으로 기운이 빠졌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잡힌 약속이 많았다.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사실 누군가와 함께하며 위로를 받곤 했다. 동시에 이런저런 일로 정녕 타인에게 이해받을 수 없는걸까 싶다가도, 미숙한 방어기제로 회귀하는 건 아닌지 되물었다. 한동안 덤덤하게 살며 안온한 시기를 누리다 찾아온 성장통 덕에 플레이리스트에서 서글픈 목소리들이 대주주가 되었다. 특히 성시경 님이 김조한 님과 같이 노래한 .. 2022. 2. 21.
이영훈 - 무얼 기다리나 (Feat. 조원선) 올해가 어느새 저물어간다. 이 시국에도 아직 찾아주는 이들이 있어 몇 번의 반가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새해가 코앞에 있다. 연말이 되니 자연스레 이런저런 상념에 잠기곤 한다. 일, 관계, 글 등 삶의 파편들을 되새기며 지금의 나를 가늠하다 보면 나름 잘 살아가고 있는 거 같아 감사하다. 스스로 채찍질하며 무언가를 성취하기에 급급했던 시기를 지나, 조금 더 '나'와 주변을 보살필 줄 알게 된 2021년이었다. 1년을 마무리하는 여러 마음이 있겠지만 새로운 만남으로 맺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전례 없이 고마운 제안(?)이 많이 왔던 12월이었다. 괜찮게 봐주는 것 자체로도 고마운 일인데, 호의를 담은 소개는 일종의 은혜임을 안다. 그걸 알고도 매번 배은망덕하는 나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을 은인이 .. 2021.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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