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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음악121

윤종신 - 9月 바쁜 일상으로 쌓인 피로가 무겁게 느껴지는 나날 속에 우물쭈물하다 구월이 왔다. 사실 게으름을 피우기도 했으나 여느 때처럼 올해도 열심히 살았다. 뜻하지 않은 일로 다치거나 지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두려움을 견디고 한 발짝씩 내디디며 조금 더 성숙하고, 그만큼 늙은 인격체가 되었다. 왠지 지난여름과 함께 버거웠던 청춘의 더위가 점점 가시는 것 같다. 아쉽고 허무한 동시에 홀가분하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지난 계절의 마지막 인사 같아 애틋하다. 이 감정조차 교만이려나. 아마도 답이 없을 애꿎은 9月에게 묻는다. 2022. 9. 4.
정승환 - 운이 좋았지, 권진아 - 너였다면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한 정승환 님과 권진아 님의 목소리를 참 좋아한다. 서글픈 노래 마니아로서 그들의 많은 노래들을 애정하지만 유독 많이 들었던 곡들이 있다. 특히 '너였다면'과 '운이 좋았지'는 대표곡이기도 하고 가사가 개인적인 태도와 비슷해 셀 수 없이 따라 불렀다. 서로의 목소리로 들으니 색다른 여운이 깊고 짙다. 2022. 7. 25.
메이트 - 이제 다시 요즈음 메이트 곡들을 많이 듣는다. 원래 정준일 님의 솔로곡뿐 아니라 메이트의 노래도 좋아하긴 했지만 이십 대의 어떤 시기처럼 홀린 듯 잇따라 찾고 있다. 취향이야 때에 따라 변할 수 있으니 딱히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그렇게 별생각 없이 흘려보내던 하반기의 첫 평일 점심시간이었다. 오전 일과와 식사를 마치고 잠시 쉬며 산책을 거부한 사랑이 형을 다리 위에 앉히고 음악을 켰다. 조금 덥지만 참 평화롭다고 생각하며 체온과 눈빛이 주는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때 스피커에서 메이트의 '이제 다시'가 흘러나왔다. 문득 가사가 사랑이가 내게 하는 말 같아 뜬금없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왠지 사랑이 형의 목소리로 들렸다. 한 생명이 전하는 틀림없는 메시지가 음악을 매개로 언어를 넘어 .. 2022. 7. 3.
김광진 - 편지 편지는 널리 알려진 명곡이다. 가사가 실화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의도치 않은 짝사랑 마니아(?)로서 나에겐 앓던 가슴을 위로해 주던 노래 중 하나였다. 오래전 우연히 가사의 주인공이 김광진 님이 아니라 작사가이자 김광진 님의 아내인 허승경 님을 사랑하던 다른 분인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엔 고운 목소리로 연적의 진심을 박제한 것 같아 잔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며 마음을 다하던 한 시절을 이렇게 아름답게 남길 수 있는 건 '승화'라는 걸 깨달았다. 운 좋게 더 클래식 20주년 기념 공연에 갔던 것도 벌써 8년 전이다. 어떤 얼간이는 막차를 놓치지 않는 연어답게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온 것 같다. 왜인지 덧없는 마음은 속절없이 범람한다. 나름의 최선으로 하루하.. 2022. 6. 28.
성시경 - 마음을 담아 확실히 나이를 먹긴 했는지 자전거 사고로 다친 상처가 한동안 잘 낫지 않고 오히려 덧났다. 팔과 무릎엔 꽤나 큰 흉이 남았고, 측부 인대가 상한 약지는 여전히 통증을 수반하며 부어있다. 부상을 핑계로 찾아온 무기력은 자연스레 나태로 이어졌다. 건설적인 여가를 지탱하는 운동, 읽기, 쓰기 모두 해낼 기운이 없었다. 한 달 정도는 사회 초년생처럼 일터에서 모든 기력을 소진하고 퇴근하면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예전 같으면 허송세월을 하는 듯한 느낌이 스스로 또 다른 스트레스를 야기했을 테지만 33살의 나는 때로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 그 자체로 텅 빈 무언가를 채우는 공(空)처럼, 아무 것도 안 했던 것 같아도 사실 더딜지언정 나름의 회복과 성장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정적인 생활을 누리며 많은 순간.. 2022. 6. 9.
유재하 -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유재하 님의 이 노래는 나에겐 노래 이상의 노래다.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이라는 제목부터 시적이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처럼 삶의 지표와 같다. 들으면 들을수록 깊고 아득하다. 2022.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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