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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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Toy) - 세 사람 (With 성시경)문화생활/음악 2023. 4. 9. 21:36
막역한 죽마고우와 베프가 결혼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좋은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주제넘게 흐뭇하고 감사하다. 각자의 서사를 웬만큼 이해하기에 결혼으로 완결된 그들의 지난 시간과 새로운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었다. 같은 동네에서 함께 자란 벗들이다 보니 하객 중에 아는 사람이 참 많았다. 초중고 시절을 비롯해 심지어 대학 생활까지 넘나드는 뜻밖의 반가운 얼굴들로 놀라곤 했는데, 숫기가 없던 십 대에 성과 이름을 함께 부르던 여자 사람 친구들에게 서슴없이 이름만 부르며 알은체하는 내 모습도 놀라웠다. 태어나 처음으로 이름만 불러 본 초등학교 동창도 있었다. 친한 셋 중 둘이 결혼하는 이야기는 자연스레 토이의 '세 사람'이란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나의 경우, 짝사랑으로 점철된 인생이지만 다행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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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얼 - 걸음을 멈추는 날문화생활/음악 2023. 3. 5. 21:53
나는 생각이 참 많은 편이지만 어떤 면에선 아주 단순하다. 가끔 생각을 안 하려는 생각을 하다 헛웃음을 짓곤 한다. 또 내향적인 사람으로서 집 밖으로 나서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기운을 얻기보다는 쓰는 일이지만 이런 나를 잊지 않고 찾아주거나 좋게 봐주는 사람들의 존재가 결국은 힘이 된다. 삶의 모순은 이렇게 나름의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 요즈음 마음 안팎에 모순된 바람이 분다. 어떤 타인을 찾으려는 노력의 무의미를 인정하고 외따로 시간을 더 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성찰과 함께 어쩌면 헛된 용기와 허무가 언젠가를 위한 여정이지 않을까 하는 미련이 뒤섞였다. 그냥 한 번 만나보라는 보편적인 이야기에 '그 한 번'이 '그냥'만으론 어려운... 신중한 찌질이는 무엇 하나 쉽지 않다. 그래도 고독이나 외로움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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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KYUL) - 가끔 연락하던 애문화생활/음악 2023. 2. 21. 00:32
인생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인간관계다. 특히 몇 년을 쌓은 신뢰도 하루아침에 깨질 수 있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되기도 하는 사회생활 속에서 관조하는 태도를 익혔다. 피고용인들끼리 왜 이러고 있나 싶을 때도 있지만 일로 만난 이들과 생각지 못한 호의와 진심을 서로 나누기도 했다. 그렇게 기대하지 않는 마음을 키우는 일이 어른의 숙제 같은 순간이 많다. 우연히 알게 된 노래가 왠지 나의 감정이나 행동과는 별개로 그어진 경계를 떠올리게 한다. 어른 행세를 하기엔 여전히 어설프지만 뜨겁게 살아가기엔 이미 미지근한 또래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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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Naughty(서동현) - 친구로 지내다 보면 (Feat. 김민석 of 멜로망스)문화생활/음악 2023. 2. 12. 23:44
해마다 시간이 점점 빨리 간다. 벌써 2월이다. 이미 입춘을 지나 공기 속 성큼 다가온 봄을 예감한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 결혼 소식이 많다. 오늘은 정말 친한 친구들의 청첩장을 받았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쁜 소식이 흐뭇했지만 모임 중 홀로 배우자를 찾지 못한 나의 아득한 여정을 선명히 떠올리게 됐다. 누군가를 만나는 게 너무 신중하고 주로 방어적이었던 나는 연애의 시작조차 지난했다. 막상 누가 다가오면 경계부터 하고, 정작 호감이 있어도 내비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쩌다 용기를 내면 찻잔 속의 태풍 혹은 심적 요양이 필요한 교통사고로 끝나곤 했다. 성실로 충분히 좋은 사람이 되면 가장 마땅한 때에 서로를 알아볼 거라 믿어 왔지만 세월 앞에 풍화된 믿음은 점점 불가지론에 가까워진다.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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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 - 아픈 나를 (Prod. by 나얼)문화생활/음악 2023. 1. 24. 11:54
이제는 다양한 페르소나로 감정을 숨기는 데 능숙해졌지만 아주 어릴 적 나의 별명 중 하나는 울보였다. 조금만 억울해도 눈물이 먼저 주르륵 흐르곤 했다. 나이가 먹을수록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점점 더 알고 수용하는 동시에 여전히 스스로 이해할 수 없거나 끝내 어쩌지 못하는 무언가를 깨닫는다. 특히 왜인지 마음에 오래도록 선명하게 머무는 편린들이 있다. 누군가의 호의를 본의 아니게 저버렸듯 의지와는 별개로 공허한 아픔 주위를 자꾸 서성이는 나를 발견한다. 연초부터 고마운 벗들이 못난 나를 포기하지 않고 매주 소개팅을 제안해 주고, 뜻밖의 반가운 연락들도 있었지만 어리석고 미지근한 마음은 요지부동이다. 소리내어 울만한 일은 아니어도 아픔을 방치하다 못해 유지하는 나는 정말 어딘가 아픈 게 아닐까...* 그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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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다 히카루(Utada Hikaru 宇多田ヒカル) - First Love문화생활/음악 2023. 1. 14. 15:17
넷플릭스의 일본 드라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First Love 初恋)'를 봤다. 이 글은 가벼운 스포일러를 담고 있으니 혹시나 글을 보는 사람들에게 미리 주의와 양해를 바란다. 홋카이도(북해도)를 배경으로 제목처럼 우타다 히카루라는 가수의 'First Love'와 '初恋'라는 노래를 주요 소재로 한 작품이었다. 두 곡은 모두 '첫사랑'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 단어에 꽤나 긴 시간을 관통 당했던 나는 삼십 대 중반에 이른 지금도 여전히 '러브레터', '노트북',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부터 '너의 이름은', '그 해 우리는' 등 순수한 사랑의 담론을 담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제는 첫사랑을 생각하면 왜인지 한없는 마음이 샘솟던 소녀뿐 아니라 사랑이 형을 비롯해 가족들과 함께한 많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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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 - 언제라도 어디에서라도문화생활/음악 2023. 1. 5. 22:33
익숙해진 2022년은 어느덧 지난해가 되었고, 금세 새해가 밝았다. 결심으로 열었던 시간이 마음 같지 않아 연말엔 허무와 권태가 찾아왔다. 이전과는 다른 결말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그럴수록 불가항력적인 나름의 일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대를 지양하고 맞이한 12월 31일엔 꿈결에 사랑이 형이 나와 줬다. 덕분에 의지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리고 품을 수 있어 고마웠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제, 사랑이를 한 번 더 꿈에서 만났다. 너무도 건강한 모습으로 안긴 우리 형을 보며 짧은 순간 큰 힘을 얻었다. 깨고 나선 아마 당분간 꿈결에서조차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슬픈 예감과 어디선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함께 느꼈다. 한 해의 대미를 마무리하며 찾은 정승환 콘서트의 마지막 곡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