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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 - 마음을 담아문화생활/음악 2022. 6. 9. 00:23
확실히 나이를 먹긴 했는지 자전거 사고로 다친 상처가 한동안 잘 낫지 않고 오히려 덧났다. 팔과 무릎엔 꽤나 큰 흉이 남았고, 측부 인대가 상한 약지는 여전히 통증을 수반하며 부어있다. 부상을 핑계로 찾아온 무기력은 자연스레 나태로 이어졌다. 건설적인 여가를 지탱하는 운동, 읽기, 쓰기 모두 해낼 기운이 없었다. 한 달 정도는 사회 초년생처럼 일터에서 모든 기력을 소진하고 퇴근하면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예전 같으면 허송세월을 하는 듯한 느낌이 스스로 또 다른 스트레스를 야기했을 테지만 33살의 나는 때로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 그 자체로 텅 빈 무언가를 채우는 공(空)처럼, 아무 것도 안 했던 것 같아도 사실 더딜지언정 나름의 회복과 성장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정적인 생활을 누리며 많은 순간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어느덧 상반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반대로 생각하면 반년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나는 삶에 대한 기대를 조금 더 비워 냈다. 일례로 아주 오랫동안 품어온 신념과는 달리 언젠가의 누군가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왜인지 안녕을 바라는 마음만큼은 변함없이 버리지 못한 채로 미적지근함과 서늘함 사이에 잠시 멈춰 있다. 글이든 삶이든 사랑에 닿지 못하더라도 진심을 담아낸다면 그 자체로 값지지 않을까. 나의 고독이 이어진다면 언젠가 자립과 자족 근처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다. 다만 언제나 행복하길, 오늘도 안녕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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