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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준일 - 기억해줘요 (With 지운)
    문화생활/음악 2021. 11. 28. 13:29

    20대에 밀물처럼 밀려들던 사람들이 30대가 되니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걸 느낀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결혼이라는 보편적인 제도와 육아로 인한 여가의 결핍 또한 큰 원인인 것 같다. 누군가의 결혼 소식을 들으면 진심으로 축하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헛헛함이 찾아온다. 아마 그건 결혼식을 찾을 만큼 가까웠던 누군가와 점진적으로 멀어질 것에 대한 쓸쓸한 예감과 아직 찾지 못한 인연에 대한 막막함 등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인 것 같다.

     

    이별만큼 벅차던 첫 이직을 결행한지도 어느새 만으로 2년이 더 지났다. 정말 지난한 시간을 딛고 전보다는 나름 적응한 것 같다. 두 일터의 성격과 맡은 일이 꽤나 달라서 그런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어떤 시간이 실감이 안 날 만큼 아득하게 느껴진다. 이번 주말엔 퇴사를 눈앞에 두고 마지막 아프리카 출장을 함께했던 옛 동료의 결혼식에 다녀오며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많이 보고 왔다. 2년이란 시간은 누군가를 더 반갑게 하기도, 이제는 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출장에서 마주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지낸다는 소식이 너무 감사하고 감격스러웠지만 묻어둔 고민을 돌이키게 한 몇몇 대화가 마음에 맴돌았다. 기쁘게 전한 축하와 별개로 괜스레 싱숭생숭해져 한참을 걸었다. 지난 세월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지금의 나로선 그러고 싶지도 않다. 다만 잊고 사는 게 너무 많은 건 아닌지, 잊어야 할 것들을 아직 담고 사는 건 아닌지 스스로 묻게 되는 날이다. 잠시 멈춰서 꼭 기억해야 할 얼굴들을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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