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 프란체스코 대성당(Basilica di San Francesco d'Assisi)을 나와 걸었다. 차와 사람만 없다면 마치 중세로 시간 여행을 온듯한 거리가 펼쳐졌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클래식카도 많아 눈이 즐거웠다.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된 걷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구시가 중심지인 코무네 광장(Piazza del Comune)이 있었다. 소담한 광장에 다양한 건축물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스 신전처럼 생긴 미네르바 신전(Tempio di Minerva)은 정말 기원전 1세기에 건축됐다고 한다. 지금은 산타 마리아 소프라 미네르바 교회(Chiesa di Santa Maria sopra Minerva)라는 이름의 교회가 되었다. 바로 옆에는 '시민의 탑(Torre del Popolo)'이 자리 잡고 있다.
신전의 정체성을 간직한 겉모습과는 달리 내부는 교회 그 자체였다.
가볍게 둘러보고 광장을 벗어나 다시 걸었다. 이탈리아의 맑은 여름날은 꽤나 무덥다. 걷다가 이름 모를 젤라또 가게가 보이기에 홀린 듯 들어가 '천도복숭아맛과 멜론맛'을 먹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과일 중 하나가 천도복숭아인데, 젤라또에서 싱싱한 과육이 씹혔다...! 정말 이탈리아 여행을 통틀어 가장 맛있던 인생 젤라또를 우연히 이름 모를 가게에서 뵈었다.
미미(美味) 덕에 다시 기운 내어 성녀 키아라와 성 프란치스코가 세례를 받았다는 산 루피노 대성당(Cattedrale di San Rufino)에 갔다. 소박한 색감과 다소 화려한 양감을 지닌 겉모습이 잘 어우러졌다.
실내에 들어서니 밝은 채광과 성녀 키아라, 성 프란치스코의 석상이 따뜻하게 반겨준다.
다시 거리로 나와 조금 인적이 드문 골목을 걸을 때면 정말 중세 유럽의 성에 머물고 있는 느낌이었다. 길목 하나하나 감미로웠다...*
아시시에서는 유독 중년의 부부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같이 걸어가고, 함께 살아가는 뒷모습이 외로운 청년의 마음을 훈훈하고 촉촉하게 적셨다...*
그래도 골목이 지닌 따뜻함 덕에 걷기덕후 박 씨는 외로움보다 더 큰 행복한 고독을 누릴 수 있었다.
날이 더웠지만 이런 하늘이라면 더 더워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겠다 싶었다.
걷다 보면 베스파의 고장답게 다양한 클래식 스쿠터들도 눈에 띄었다. 예쁘다 정말...*
어느새 산타 키아라 성당에 다다라 뒤돌아보니 로카 마조레가 보인다. 이따가 저기 가야지! 저기서 내려다본 아시시는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설렌다.
산타 키아라 성당(Basilica di Santa Chiara)도 소박한 아름다움이 돋보였다. 안에는 성녀 키아라의 유해가 미라처럼 보존되어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기적의 증거일 수도 있지만 이미 삶을 헌신한 그녀의 유해마저 우리가 혹사(?)시키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생이 다한 육체로도 봉사할 수 있는 삶이 경외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반나절 만에 아시시 구시가지 내 성당 투어를 거의 마쳤다. 여전히 해가 쨍쨍한 평야의 모습은 그대로였지만, 그새 시간이 꽤나 지나 어딘가 모르게 하늘의 색과 온도가 조금 서늘해졌다.
프란치스코가 태어났던 곳에 지어졌다는 누오바 성당(Chiesa Nuova)도 스쳐 지나갔다. 사실 성당이 있는 줄도 모르고 동상이 왠지 사연있어 보여서 잠시 머물렀던 곳인데, 알고 보니 이 동상은 성 프란치스코의 부모님이란다. 늦게나마 남부럽지 않은 환경을 갖춰주고도 아들과 절연해야 했던 부모님의 마음을 잠시나마 감히 헤어려본다.
728x90반응형'기행 > 해외(유럽)'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 이탈리아 기행_7일차(1)_아시시_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성당·비하이브 호스텔 (2) 2020.09.06 2017 이탈리아 기행_6일차(4)_아시시_로카 마조레·리스토란테 피쩨리아 이 모나치 (2) 2020.09.06 2017 이탈리아 기행_6일차(2)_아시시_아시시역·성 프란치스코 대성당(feat.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0) 2020.04.19 2017 이탈리아 기행_6일차(1)_피렌체_스타디오 아르테미오 프란키·곱창버거 (0) 2020.03.29 2017 이탈리아 기행_5일차(5)_피렌체_미켈란젤로 광장·피렌체 버스킹(feat. 석양, 일몰, 야경) (6) 2019.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