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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이탈리아 기행_6일차(2)_아시시_아시시역·성 프란치스코 대성당(feat.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기행/해외(유럽) 2020. 4. 19. 18:27
피렌체에서 출발한 기차는 많은 곳을 거친 뒤, 3시가 다 된 2시 46분에 아시시역에 도착했다. 아시시에 오게 된 건 NGO직원이자 기독교인으로서 빈자의 성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에 대한 막연한 동경 혹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지금의 교황명과 로마의 황제 토티의 이름도 '프란치스코'가 아니던가! 더불어 지인 중에 이곳을 인생 여행지로 꼽는 이도 있어 어떤 곳인지 꼭 겪어 보고 싶었다.
내리자마자 역에 위치한 매점에서 아시시행 버스 티켓을 구매했다. 타야 할 C버스가 20분 정도 오지 않아 꽤나 기다려야 했다. 막상 버스에 타니 10분도 되지 않아 수바시오산 중턱에 위치한 아시시 구시가지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숙소에 짐을 풀고 가려고 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구글맵이 가리키는 곳에 숙소가 보이지 않는다. 같은 길을 몇 번 오르내리다 마침내 있어야 할 곳에 멀쩡히 있던 B&B A Casa Tua의 문을 발견했다. B&B라는 이름에 걸맞게 간판도 없고, 사실상 가정집 같은 숙소여서 찾기 어려웠다.
벨을 누르니 주인아저씨가 무뚝뚝하고도 친절한 경지로 방을 안내해 주셨다. 침대가 좀 작아 보였지만 깔끔했고, 숙소 위치도 좋고 합리적인 가격이라 맘에 쏙 들었다. 특히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서 유일한 독방이라 더 좋았다.
체크인을 마치고 바로 숙소 근처에 위치한 '성 프란체스코 대성당(Basilica Papale di San Francesco d'Assisi)'으로 향했다. 그야말로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성당이 나를 맞이해줬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마치 블루스크린... 아니 파란 캔버스 같았다.
무장한 군인(?)들에게 소지품 검사를 한 뒤, 성당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뭔가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실내는 조토(Giotto di Bondone)를 비롯해 여러 화가들이 프란치스코 성인의 생을 주제로 그린 프레스코화 연작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규모에 비해 수수한 색감과 분위기였지만 독특한 아우라를 자아냈다. 그에 걸맞게 성당은 지난 2000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성당과 프란치스코회 유적'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성당 자체가 프란치스코의 삶을 기리기 위해, 그의 무덤 위에 지어졌다고 한다. 덕분에 성당 내부에 전시된 성 프란치스코의 유해, 유품 등을 볼 수 있었다. 기워진 의복, 그의 유해가 안치된 석관 등 그의 숨결이 머문 것들을 보며 괜히 소름이 돋았다. '가난한 이들의 친구, 하느님의 음유 시인'이라는 별칭이 간접적이나마 확실하게 전해졌다. 석관은 지하에 위치해 있었는데,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마음으로나마 담았다.
그의 이름을 기리는 곳을 천천히 걸으며 그 삶을 반추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한센병 환자를 만난 뒤, 청빈한 삶을 자처한 사람. 새들에게도 설교를 했다는 동물의 성인. 어쩌면 그는 사랑 앞에 우리가 구분 짓는 대부분의 것이 의미를 잃고, 결국 하나임을 일찍이 깨닫지 않았을까? 그의 뜻은 아직까지도 프란치스코회라는 가톨릭 수도회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얼핏 바라본 아시시는 중세에 멈춘 것 같았다.
성당 너머로 보이는 움브리아 평야와 하늘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조금은 늦은 오후에 시작된 아시시 여행의 시작부터 정말 많은 감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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