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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이탈리아 기행_3일차(3)_베네치아(베니스)_산마르코광장·카날그란데기행/해외(유럽) 2018. 8. 25. 11:25
본섬에 돌아온 뒤, 산 마르코 광장에서 일행의 일행(?)을 한 분 더 맞이했다. 방학을 맞아 휴가차 오신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한낮의 더위가 꺾인 뒤, 광장엔 더 많은 사람이 모였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카페 플로리안을 스치듯 구경했다. 1720년에 개업한 뒤 카사노바, 괴테 등이 이곳을 즐겨 찾았다고 한다.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는 곳이란 게 경이로웠다.
석양을 덧입은 산 마르코 광장의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괜히 산 마르코 대성당을 한 번 더 올려다봤다.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물로만 종교적인 신념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가능하면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어느 수준을 뛰어넘은 결과물들은 이따금 이런 감동을 준다.
광장을 둘러본 뒤, 베네치아 맛집이라는 컵파스타집에 갔다. 정식 명칭은 Dal Moro's fresh pasta to go.
컵밥의 친척쯤 될 것 같은데, 가격은 5~7유로 정도 했다. 컵밥보다 비쌀지언정, 베네치아에선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먹물, 매운맛, 오징어, 버섯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는데, 모두 다른 메뉴를 골랐다.
나는 버섯크림파스타를 시켰다. 처음엔 맛있었는데, 먹다 보니 짜고 느끼했다.
밥 먹으며 그동안 각자의 여행, 한국에서의 일상과 직업 등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해가 졌다. 해가 진 산 마르코 광장으로 다시 향했다.
그 이유는 광장 내 카페에서 여는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카페의 손님들을 위한 거겠지만, 우리처럼 야외 좌석 뒤에 서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공연은 광장의 분위기와 맞물려 기대 이상으로 낭만적이었다. 모든 곡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클라리넷과 바이올린이 주거니 받거니 끌어간 피아졸라의 Libertango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몇 안 되는 알던 곡이기도 했고, 어릴 적 클라리넷을 배웠던 경험이 영향을 줬는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10대에 짝사랑한 친구가 좋아했던 기억이 이 노래를 특별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삶은 이렇게 뜻밖의 순간에 예상치 못한 경험들로 풍성해진다.
공연 관람을 마치고 둘러본 베네치아의 밤은 낮 못지않게 밝고 아름다웠다.
괜히 기분이 들뜬 우리는 어느새 허물없는 친구가 되었다. 카날 그란데(대운하) 근처에 앉아 한참 동안 소소한 얘기를 나눴다.
자정에 다 돼서야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 숙소만 동떨어진 곳에 있었다. 홀로 한참을 걸었는데, 밤의 뒷골목은 인적이 드물고 많이 으슥했다.
간혹 사람을 마주치면 괜히 긴장하며 예의 주시했다. 어렵게 눈에 익는 길로 돌아왔다.
마침내 숙소, 오스텔로 도무스 시비카에 도착했다. 낡은 이 건물이 어찌나 반갑던지! 베네치아에서의 마지막 밤이 그렇게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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