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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로 국토종주 4일차(낙단보-구미보-칠곡보-강정고령보-달성보-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
    기행/자전거 2015. 5. 1. 20:56

    정말 이상한 일이다.

    인도 외양간 같은 곳에서도 잘만 자던 내가 12시 즈음 간신히 잠들어 새벽 1시 50분쯤 깼다.

    아무리 다시 잠들려고 해도 잠들 수 없었다.

    한참 뒤척이다 그냥 새벽 4:30쯤 씻고 준비를 했다.

    민박집에서 아침을 해놓으셨는데 다들 주무시는 것 같아 캄캄한 곳에서 아침을 먹었다.

    그러고 해가 아직 다 뜨지 않은 6시에 출발.

    딱 나서려는데 민박집 아저씨와 마주쳐서 감사히 쉬고 간다고 인사를 드리는데

    핸드폰에서 모닝콜이 나왔다.

    그냥 핸드폰에 있는 노래 중 깰만한 것으로 해놨던 모닝콜은 소야앤썬의 '웃으며 안녕'이었다.

    '이별 앞에서 우린 가슴 아픈 말 대신~ 서로에게 손을 흔들면서 안녕이라 해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피식 웃음 나오는 상황.



    혼자 다닌 지 어느새 4일차.

    이렇게 혼잣말이 늘어간다...*

    해가 뜨기 전 낙단보에 도착했다.



    낙단보에서 인증샷을 찍고 바로 구미보로 ㄱㄱ!



    거리가 꽤나 있었는데 어느새 구미보도 도착!



    오전 중에 잘하면 강정고령보까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칠곡보까지 단숨에 갔다.

    4일째라 그런지 체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자전거를 타는 것도 많이 능숙해진 것 같고...

    가장 큰 변화는 내리막과 오르막을 대하는 마음가짐인 것 같다.

    처음엔 단순하게 오르막이 싫 내리막이 좋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리막이 있으면 바로 오르막이 있고 또 그 반대도 성립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자 그 전후론 뭔가 내리막이 달갑지 않았다. 빚지는 기분이랄까?

    그러다 그 시기도 지나니 그냥 그 자체로 받아들이게 됐다.

    내리막+오르막은 거의 0이라는 것을.

    그러자 내리막은 내리막대로 또 오르막은 오르막대로 즐기고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뭐 내 짧은 자전거 경력으로 뭘 알겠냐만은 그런 인식에 따라 신기하게도 같은 길도 완전히 다르게 갈 수 있었다.

    인생도 그러지 않을까?

    같은 삶이어도 완전히 다르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다들 같은 삶을 그토록 같고도 다르게 사는 게 아닐까? 

    무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홀로 낙동강종주자전거길을 달리고 또 달리다 보니 어느새 칠곡보!



    솔직히 여기까지 왔을 땐 살짝 지칠락 말락...*



    칠곡보 다음은 강정고령보다!

    필리핀에서 만났던 은석이가 있는 근처...

    그래서 시간 되면 만나서 밥이나 한 끼 사주려고 했더니...*

    이번 여행은 온전한 개인이 될 수 있도록 나를 도왔다.


    아 그리고 이때 한 30km 남기고 조금 지칠 것 같았는데 한 무리의 미군들과 마주쳤다.

    천천히 가는 것 같기에 다 제치고 한참 달리는데 뒤가 쌔해서 바라보니 한 흑인 미군을 필두로... 다 내 뒤에...*

    나는 그들의 바람막이었던 것이다...*

    나는 당황해서 멋쩍게 웃었고 그는 묘한 미소를 내게 보냈다.

    그래도 나중에 나도 그들 페이스에 맞춰 따라가서 한 10km 정도를 상당히 수월하게 갔다.

    그런 에피소드도 겪고 열심히 가다 보니 도착한 강정고령보!



    대구다... 은석아 너네 학교에서 여기 3km 뜨던데... ㅜㅜ



    너무 힘들어서 휴식도 취할 겸 여기에서 중간 인증을 받기로 했다.

    유인 인증센터가 있다고 쓰여있는데 한참 못 찾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옆에 있는 이 디아크라는 건축물 안에 있었다.



    인증받으며 기다리다 옆에 서계신 중년 부부와 잠시 얘기도 나누고...

    또 친절한 강정고령보 인증센터 직원 분들 덕에 기분 좋게 인증받고...

    이렇게 사진도 찍어주셔서 감사히 그 순간도 간직할 수 있게 됐다.



    이때가 12시 정도 됐는데 근처에 식당이 많아 밥을 먹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강정고령보에서 가까운 달성보를 지나면 정말 먼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구간이 기다리므로

    조금 더 버텨 달성보까지 가 근처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그렇게 달성보까지 감!

    달성보에도 12시대에 도착... 와우...



    근데 인증을 받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어플로는 근처에 식당이 있었는데 내가 찾지 못한 듯...



    그래서 조금 더 갈까 아니면 여기 있는 편의점에서 점심을 먹을까 고민하다 결국 먹었다.

    더 가다 아무것도 없으면 진짜 힘들 것 같아서...



    빈약한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했다.

    오늘 나의 목표는 창녕함안보니까!


    근데 달성보에서 합천창녕보 넘어가는 우회길이 있다고 해서 따라가다 보니...

    읭? 바로 현풍 시내를 지나네? 먹을 데가 많네?

    그리고 여기서 공사장으로 가라네?

    저쪽엔 길이 안 보이는데...

    그래서 옆쪽으로 돌아가니 아예 다른 길...



    아까 거기가 맞았다...

    그래서 돌아와 들어오니 이런 풍경...

    아마 공사 때문에 기존에 있던 포장도로를 밀은 듯했다.

    날카로운 것도 많고 중장비도 많이 지나다녀 긴장하며 조심스레 이곳을 지났다.

    나는 우회도랑 잘 안 맞는 듯...

    우회도로 조금 편하게 가려다 그냥 엄청나게 우회한 듯한 기분...*



    그래서 힘들게 다시 자전거길로 돌아갔다.

    순간 여기가 우포늪인가 하고 봤는데... 그냥 물이 고여서 나무들이 죽고 있는 것 같았던 곳.

    정확힌 모르겠으나 확실히 물에 녹조가 띈 부분이 보였다.



    그렇게 잠시 고인 물에서 머무르다 다시 가다 보니...

    헐... 무심사다...

    여기 피하려고 우회하는 건데...



    올라가는 건 다소 힘들었으나 막상 올라가면서 참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화령 갔다 오니 이 정도야 뭐... 언덕...*

    올라와서 보니 역시나 아름다운 국토종주 자전거길 20선에도 오른 길, 무심사임도!



    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길이어서 더 눈살 찌푸러졌던 풍경...

    이건 아니잖아요...

    정상에서 간식 먹으며 쉬려고 했는데 저거 보고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아 바로 내려갔다...

    변명이지만 내가 혼자 치울 양이 아니었다...



    내려오는 길은 이화령 다운힐과는 또 다른 맛의 다운힐이었다.

    와 나는 MTB 좋아하는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조금 알겠더라...

    진짜 한순간도 집중을 놓으면 안 되는 그런 짜릿한 길이 계속 이어졌다.

    진짜 재밌었다.

    아드레날린이 막!!!

    그렇게 정신없이 내려와서 보니 어느새 합천창녕보!!!



    와... 솔직히 오늘 창녕함안보까지 간다고 목표는 잡았지만

    합천창녕보까지만 와도 대박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여기 왔는데 아직 4시...

    인증소에서 어떤 민박집 선생님이 계속 더 이상 갈 수 없는 이유를 말씀하셔서 듣다가 도장을 거꾸로 찍기도 함... 

    무튼 난 계속 가기로 결정!



    창녕함안보 가는 길 또한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우회도로 가보았다.

    비교적 이번엔 잘 따라갔는데 그 우회도 자체가 그냥 산을 오르내리는 국도...

    차들은 쌩쌩 지나가고 오르막은 끝이 없이 이어지고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ㅋㅋ

    진심으로...*

    그래서 조금 정신적으로 지쳐갔고 몸도 조금씩 무겁게 느껴지고 있었는데...

    그때 나를 또 찾아온 아름다운 풍경!!!

    와 진짜 무슨 CG 같았다.

    민들레 씨(?) 들이 햇빛을 배경으로 눈앞 가득히 날아다니는데...

    잠시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힘내서 가는데...

    와 길보소...

    나 진짜 어떻게 갔는지...

    창녕군 남지읍이 나와야 되는데 정말 안 나오더라 ㅋㅋㅋㅋ

    어느새 또 해는 뉘엿뉘엿...

    또 산 중턱에서 해 지는 걸 보며 힘을 짜냈다.



    그렇게 진짜 해 거의 질 무렵 남지읍 지나 창녕함안보에 도착했다.



    인증센터 오니 해가 아예 저버렸다.



    인증하고 이제 미리 알아뒀던 픽업되는 숙소에 연락을 했는데...

    읭???

    사장님이 전화받으셨는데 안된단다... 왜인지 들어보니 건물이 팔렸단다...

    여러분 수정가든 팔렸대요...

    그래서 순간 멍했지만 다시 정신 차리고 근처 숙소를 폰으로 찾아봤다.

    남지읍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만 뜨더라...

    다시 돌아가긴 싫었다.

    그래서 사장님께 다시 전화해서 여쭤보니 한 17km 더 가야 된단다...

    그리고 근처에 경비 아저씨, 사무소 선생님께 여쭤보니 다들 잘 모르겠다고만...

    기적처럼 있다고 해주시길 바랐건만...*

    내게 있는 선택지는 돌아가거나 나아가는 것이었다.

    나아가는 게 거리로 1.5배 정도 됐고...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차분하게 생각해봤다.

    어차피 돌아가든 나아가든 가야 되는 거라면 나아가자.



    그래서 전조등, 후미등 다 키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 국토종주의 첫 야간 라이딩. 춥더라. 혼자여서 더 추웠다.

    그래도 가로등이 좀 있나 싶더니...



    이내 아무것도 없는 자전거길.

    그나마 가운데 보이는 초록LED 같은 게 길을 보여줘서 쭉 따라갔다.

    내 시야는 저 전조등이 다...

    한 3-40분을 아무 생각도 없이 길에만 집중해서 미친 듯이 달렸다.

    와 진짜 창녕함안보 도착하면서 약간 긴장 풀어서 그런지 다리가 더 무거웠다.

    중간에 초록색 불빛 따라가다 옆에 하천 스치기도 하고...

    또 어두운데 쭉 가다 어둠 속에 있는 사람 칠뻔함... 정말 스침...

    그때 얼마나 놀랐는지 잘 때까지 심장 아팠음...*

    아마 그분은 불빛이 다가오니까 가만히 보고 있었던 거 같은데...

    그분 잘못은 아니지만 미리 말씀해 주시지...ㅜㅜ 큰 일 날뻔...



    그렇게 아무 불빛도 없는 자전거길, 차길을 달리다 보니 사람 있는 민박집이 길옆에 있었다 ㅜㅜ

    내가 진짜 얼마나 반가웠는지...

    살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 과욕 부렸어... 근데 동시에 말도 안 되는 거리를 하루 만에 해내서 뿌듯하기도 했다.


    민박집에서 자초지종 설명하고 숙소로 올라가는데 사장님이 이모 두 분이 계시다고 했다.

    그래서 이모들이 여행 오셨구나 인사 90도로 드려야지 하고 올라갔는데 올라가니 내 또래 분들이...*

    알고 보니 사장님이 여자는 이모, 남자는 삼촌으로 지칭하심...

    인사 나누고 씻고 저녁으로 주신 라면 먹고(또) 하니 좀 정신이 들더라...

    먼저 와계신 분들이랑 이런저런 얘기하며 정보 공유하고 하다 뻗음...*

    오늘도 남자방엔 나 혼자라 3일 연속 민박에서 방 혼자 쓰는 기록을...*



    무튼 오늘 거리로는 160km 정도, 체감으로는 180 이상 탄 것 같다. 하도 뱅글뱅글 돌아서...

    제일 많이 달린 날! 위기도 있었지만 극복한 날! 이제 곧 부산이다!!!


    자전거로 국토종주 4일차(낙단보-구미보-칠곡보-강정고령보-달성보-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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