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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로 국토종주 3일차(문경읍-점촌버스터미널-안동터미널-안동댐-상주버스터미널-상주 상픙교-상주보)
    기행/자전거 2015. 5. 1. 17:40

    어느새 셋째 날! 시간이 참 빠르다.

    사장님이 정성껏 차려주신 아침을 맛있게 먹고 같은 숙소, 다른 방에 묵었던 선생님들과 함께 출발했다!

    나는 오늘 버스로 점프해 안동역에 들릴 예정이라 문경 불정역까지 함께 가기로 했다.

    끝까지 에너지 넘쳤던 사장님께서 찍어주신 사진 ㅋㅋ



    안녕 두 번째 숙소!



    나는 여행하면서 딱 두 번 누군가와 함께 탈 기회가 있었는데 그중 한 번이 이날 아침의 40여 분이었다.

    함께 탄 선생님께서 전날에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지만

    또 함께 타면서도 이렇게 혼자 다니면 사진 별로 없다고 사진도 찍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두 분은 너무 천천히 간다고 미안해하셨지만 솔직히 나는 그런 건 상관없을 만큼 좋았다.

    이틀 연속 혼자 타다가 이렇게 누군가와 같이 한다는 느낌 자체가 좋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불정역.



    이곳에서 두 분과 헤어져 나는 문경 점촌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이왕 지나가는 것 안동댐도 보고 가고 싶었는데 자전거로 왕복 130km 정도 되기에...

    보통 거쳐가는 사람들은 점촌시외버스터미널을 통해 '점프'를 한다고 한다.



    두 분이랑 페이스 조절을 한 덕분에 다리에 힘이 넘쳐서 정말 빠르게 왔다.

    10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기사님이 버스 사진을 왜 찍냐고 하셔서 기억하려고 찍는다고 했더니 뭔가 수줍게 웃으셨다.

    지금도 그 순간이 기억이 난다.



    그렇게 1시간 20분 정도를 달려 안동터미널에 도착했다.

    내 인생 첫 점프(대중교통으로 자전거와 함께 이동)였다!

    경험이 없어 후미등 어댑터가 부러지기도 했지만 무사히 왔음에 감사...*



    11시 20분쯤 도착해 안동댐을 잘 찍고 온다면 충분히 1시 이전에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시간에 대한 생각이 내게 독이었을까...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타이어가 안동 시내 내리막길에서 뻥 터져버렸다. 1차 멘붕.

    나는 처음으로 겪어보는 펑크였는데 이렇게 순간적인 줄 몰랐다.

    갑자기 바람이 다 빠지고 앞바퀴가 미끄러지는데 좀 놀랐다.

    하지만 나에겐 집에서 미리 구비해온 여분 튜브가 있기에 차분하게 타이어를 빼고 튜브를 분리하고...

    새 튜브를 넣으려는데...

    읭? 튜브가 안 맞음...

    동네 자전거포에서 잘 못 주심... 2차 멘붕.

    그래서 그냥 자전거랑 짐이랑 바리바리 들고 근처 자전거포로 감...

    좀 위기였다...*

    다행히 거기서 앞바퀴 튜브 갈고 뒷바퀴 펑크도 때워서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



    다시 안동댐으로...



    뭔가 힘이 빠졌다기보다도 맥빠져서 힘들었다.

    같은 말인가?ㅋㅋ 무튼 그래서 가까운 안동댐을 매우 어렵게 왔다. 



    솔직히 그냥 여기 오지 말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러면 안되는데...



    내 생각과는 별개로 예쁘던 다리...



    다시 힘을 내 안동터미널로 돌아갔다.

    거의 2시가 다 된 시간...

    버스도 2시 30분이 가장 빨라 원래 생각했던 시간보다 배로 들었다.

    버스터미널 롯데리아에서 배를 채우려고 했는데...

    여기서도 1시 오십몇 분에 줄을 섰는데...

    기다리다 보니 내가 주문할 때 2시 1분... 런치 안된다고...*

    하... 너무 힘들어서 괜히 그런 것도 크게 느껴졌다.

    그래도 어쩌겠나 먹고살아야지.

    먹어보고 싶던 강정버거를 시켰다.

    이벤트로 어니언링 주셔서 감사...

    근데 강정버거는 기대보단 이하였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어느 블로그에서 봤던 대로 상주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휴... 한고비 넘겼어... 하는 마음으로...


    그.런.데.

    뭐지 상주 시외버스 터미널이 왜 내가 가야 할 상풍교를 훌쩍 지나 상주보에 더 가깝게...

    3차 멘붕...

    나중에 다시 보니 그 분도 상주시외버스터미널로 끊고 시간이 애매해 문경 점촌에서 내렸다고...

    그분은 아직도 모르시는 것 같은데 그게 맞다...*

    덕분에 나는 상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상풍교로 가기 위해 상주를 대각선으로 가는 국도를 따라...

    몇십 km를 추가로 더 달렸다.

    이 길은 또 왜 이렇게 오르막이 많은지...

    밑에 사진 같은 시골 마을 몇 개를 지나쳤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간신히 상주 상풍교에 도착하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아침에 숙소 사장님이 오늘 내 속도라면 강정 고령보에 충분히 갈 거라고 하셔서...

    나도 내심 안동 찍고 와서 최소 구미나 칠곡까진 가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인생은 항상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랬을 때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더 중요하고...

    그런 보편적인 깨달음을 새삼 되새기며 상풍교를 찍고 다시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했다.



    근데 뭐죠...

    바람이 왜 제 쪽으로 이렇게 강하게 부는 거죠...

    진짜 자전거가 앞으로 안 나갈 정도의 역풍...



    배는 고프고 자전거는 안 나가고 지쳐있고...

    길은 끝이 안 보였다.

    그래도 어쩌겠나 가야지.

    가야 이 상황을 벗어나지.



    꾹 참고 가다 보니 조금 위안이 되는 풍경이 나왔다.

    저 깊고 차분한 색의 강을 바라보며 나도 다시 차분해질 수 있었다.



    그래 가는 데까지 가보자.

    까짓것.



    근데 여긴 왜 이렇게 오르막이...ㅜㅜ

    문경 못지않은 급경사...

    그나마 짧아서 망정이지...*



    그렇게 정말 힘든 하루를 보내고 도착한 상주보.

    아침 일찍 문경불정역이었는데 저녁에 상주보라니...

    조금 맥빠졌다.



    그렇게 다리에 올랐는데... 와 순간 숨이 탁 막혔다.

    정말 아름다움에 압도됐다고 해야 되나...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아름답다.'는 생각만 들었다.

    문득 오늘 내가 이렇게 고생한 게 이 순간을 누리기 위한 게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거짓말처럼 오늘 너무 힘들던 그 순간순간들이 다 의미 있게 느껴졌고

    그래서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해는 금방 졌다.

    그래서 더 값졌던 순간.



    언제 해가 있었냐는 듯 어두워진 하늘.



    잠시 더 갈까 생각했지만 몸도 마음도 이미 너무 지쳤고 해도 져서...

    그 다리 근처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상주 자전거민박 형님(?)을 만나 거기서 묵기로 결정했다.

    오늘도 숙소에는 젊은 부부와 어르신들 등이 계셨지만 방에는 나 혼자...*



    하루 종일 너무 힘든 하루를 보내고 또 그걸 나눌 사람이 없다 보니 허했는지 저녁을 엄청 먹었다.

    뭔가 그건 배고픈 거랑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내 안을 뭐라도 넣어서 채우고자 하는 본능?



    오늘은 거리상으론 200km 정도 되지만 버스를 탄 거리를 제외하면 한 80 정도 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제일 못 갔지만, 제일 힘든 날이었다.

    특히 심적으로 제일 지친 날이었다.


    자전거로 국토종주 3일차(문경읍-점촌버스터미널-안동터미널-안동댐-상주버스터미널-상주 상픙교-상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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