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전에 일어나서 씻고 어제 사 온 세이코마트 컵라면, 커피우유로 요기했다. 야마 와사비 시오 라멘은 이름 그대로 고추냉이 향이 정말 강했다. 나는 고추냉이를 워낙 좋아하는 터라 그럭저럭 먹었지만 어머니는 너무 맵다고 하시더라. 카니 다시 미소 라멘은 게 향이 첨가된 미소 된장 베이스라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사실 일본에서 커피우유를 마시고 기대했던 것과 다른 맛에 실망했던 적이 있는데 세코마 밀크커피는 기대 이생의 풍미였다.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아침이었다.
비에이와 후라노는 홋카이도 여행 시 꼭 가봐아할 곳으로 꼽히는 곳 중 하나다. 여름철 꽃밭을 비롯해 사시사철 다양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데 특히 겨울엔 멋진 설경이 펼쳐진다. 다만 근교라 하기엔 거리가 꽤 멀어 보통 버스 투어 혹은 렌터카로 가게 된다. 오키나와 여행 시 발급받았던 국제 면허가 아직 유효했지만 겨울철이라 렌터카는 차치하고 버스 투어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인기 많은 코스인 만큼 다양한 여행사가 해당 코스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큰 틀은 같지만 그 안에서 목적지가 조금씩 다르거나, 사진 촬영 혹은 간식 제공 등 부가 서비스로 차별화를 하더라. 또 여행 일자에 임박할수록 가격이 점점 더 오르는 곳들도 있었다. 나는 가장 많은 명소에 들르는 유투어버스의 일일 투어를 예약했다. 가격은 89,000원이었는데 네이버페이 프로모션 등으로 인당 3,000원 정도 할인받았다. 7시 반쯤 나와 삿포로역으로 향했다.
7시 55분부터 8시 10분 사이에 출발 장소인 JR삿포로역 북쪽 출구 근처 단체 버스 승차장 앞에 가면 여러 투어 업체의 버스가 주차되어 있고 인솔자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같은 업체에서 여러 대의 버스를 함께 운용하는 경우도 있어 자기 버스를 잘 찾아야 한다.
8시 10분쯤 출발해 9시쯤 이와미자와 휴게소에 잠시 들른 뒤 다시 비에이로 향했다. 삿포로 시내엔 눈이 듬성듬성 쌓여 있었는데 홋카이도 중앙으로 갈수록 그야말로 설국에 가까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휴게소에선 식사, 음료, 간식 등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머무는 시간이 15분 정도로 짧고 줄은 길어 필요한 것들은 삿포로에서 미리 구매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다행히 미리 산 과자와 음료가 있어 심심풀이로 먹었다.
2시간 넘게 달려 11시 20분쯤 마침내 비에이 크리스마스트리 근처에 하차했다.
눈이 많이 쌓인 채로 펑펑 내리는 모습에 내심 감탄했다. 동시에 비에이 평야에 홀로 우뚝 솟은 나무와 수많은 인파가 함께 이루는 역설적 장면이 묘했다.
예정되었던 장소 중 세븐스타 나무는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갈 수 없게 되었는데, 덕분에 다른 장소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더 늘어났다. 크리스마스트리에서는 25분 정도 자유 시간이 주어졌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길게 느껴졌다. 오가는 차가 은근 많고 사람은 대놓고 많아 꽤 혼란스러웠다. 한국말과 일본어를 섞어가며 교통을 통제하는 분이 정말 대단하시더라.
11시 45분쯤 다시 버스에 탑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