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홋카이도 여행은 항공권부터 숙박까지 모두 비쌌다. 12월 중순을 기준으로 삿포로역 근처 웬만한 호텔들은 이전 달에 비해 눈에 띄게 가격을 인상했고, 비즈니스호텔조차 금토일로 주말을 끼니 3박에 40~60만 원 정도 견적이 나왔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죄로 비싼 숙박지를 부담하려고 하던 차에 누가 취소했는지 나카무라야 료칸의 일본식 스탠다드룸이 합리적인 가격에 조회됐다. 2인 기준 31,590엔, 당시 환율로 약 31만 원 정도였다. 삿포로역에서 도보로 10분 조금 넘게 걸리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체크인은 3시부터 가능했고, 체크아웃은 10시였다. 그렇게 가게 된 숙소 나카무라야 료칸에 체크인 후 짐을 풀었다.
3층에 방을 배정받았다. 다행히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다. 층별로 음료 자판기도 있었다.
료칸은 우리말로 읽으면 '여관'이다. 일본에서는 전통적인 숙소를 칭하는데 다다미와 침구가 깔린 방을 마주할 수 있었다. 방에 들어갔을 때 난방이 전혀 되어있지 않아 좀 추웠지만 히터를 조작하니 이내 따뜻해졌다.
유서 깊은 숙박업소라는 걸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옷장도 전통적인 느낌이고, 화장실 또한 예스럽다. 나름의 어메니티도 갖추고 있다.
독특하게도 별도로 비치된 생수는 없지만 냉수와 온수를 각각 보온보랭병에 담아 준다. 삿포로에서 나는 전국구 과자인 시로이코이비토와 녹차가 있어 티타임을 즐길 수 있었다. 다만 과자는 첫날만 주고 이튿날부턴 안 주시더라.
바깥 풍경은 오피스가 보이는 진정한 시티뷰였다.
숙서에서 1시간 반 정도 쉬다 4시 반쯤 나왔는데 그새 어둑어둑했다. 바로 옆에 홋카이도청 구 본청사가 있고 오도리 공원, 스스키노 거리 등까지 걸어갈 수 있어 편리했다.
삿포로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는 수프카레다. 보통 카레는 걸쭉하게 끓이지만 수프카레는 다양한 향신료를 넣고 묽게 끓이는 게 특징이다. 식당마다 어패류, 고기, 야채 등 다양한 재료로 맛이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다소 이른 시간에 인생 첫 수프카레를 먹기 위해 히리히리 2호로 향했다. WEST 6이라고 쓰인 문으로 들어가면 이내 식당을 볼 수 있다.
브로콜리를 꼭 추가하라는 리뷰를 보고 1380엔짜리 닭 다리 수프카레에 150엔으로 브로콜리를 추가했다. 불 맛 나는 바삭한 채소가 신선하게 느껴졌고, 진한 카레와 잘 어우러져 맛있게 먹었다. 500엔에 삿포로 클래식 맥주를 곁들였는데 술맛은 잘 모르지만 맑고 시원하다고 느꼈다. 맵기 정도를 고를 수 있어 3단계로 택했는데 적당히 칼칼했다. 어머니도 나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추운 날씨에 조금 지친 몸은 따스하게 데울 수 있는 음식이라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