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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미국 서부 여행_6일차(2)_로스앤젤레스(LA)_로스앤젤레스 유니언역·할리우드/하이랜드역·워크 오브 페임 호스텔·칙필레·다저 스타디움(LA 다저스)
    기행/해외(북미) 2021. 7. 20. 21:13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LA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다. 여행의 종착지에선 늘 드디어와 어느새란 단어를 함께 읊조리게 된다. 선입견 때문인지 괜히 살벌하게 느껴지는 분위기에 조금 긴장했다. 이내 정신 차리고 로스앤젤레스 유니언역(Los Angeles Union Station)에서 교통카드인 탭카드를 사고 전철로 이동했다.

    PRIDE가 새겨진 탭카드가 괜히 반갑다.

    전철이 뭔가 좀 음침했다. 홈리스 분들도 꽤 있었다.

    30분 정도 달려 3시 20분 즈음 할리우드/하이랜드역(Hollywood/Highland Station)에 도착했다. 할리우드라니!

    LA 숙소인 워크 오브 페임 호스텔(Walk Of Fame Hostel)에 가서 체크인부터 했다.

    전형적인 도미토리다.

    4시가 다 되어 햇반, 김치, 신라면으로 늦은 점심을 때웠다. 특별히 한국 음식을 고집하는 건 아닌데 좀 챙겨오면 일정 중간중간 편리하고 저렴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어 좋다. 먹다 보면 고향의 맛이 주는 기운은 덤이다.

    밖에 나와 근처 칙필레(Chick-fil-A)에 갔다. 스파이시 디럭스 버거, 감자튀김, 밀크셰이크를 포장했다.

    버스를 기다려 4시 40분 즈음 탔다! 타자마자 노숙인 세 분이 수학여행 가는 일진처럼 버스 중앙을 차지하고 음식을 나눠드셔 약간 문화충격을 받았다. 그 누구도 서로 간섭하지 않는 분위기가 신기했다.

    칙필레 밀크셰이크는 정말 내 스타일이었다. 꾸덕꾸덕하고 진한 게 한 입 먹을 때마다 혈압이 올라가는 기분이었지만 입은 그저 행복했다. LA 2번 버스의 창밖 풍경에 달달한 음료를 더해 행복을 느끼며 누렸다.

    5시 30분 즈음 하차해 LA 다저스(Los Angeles Dodgers)의 홈구장, 다저 스타디움(Dodger Stadium)까지 10분쯤 걸었다.

    톨게이트(?)가 있는 입구와 광활한 주차장에 깜짝 놀랐다. 메이저리그 국민 구단(?)답게 한국 사람이 엄청 많아 한 번 더 놀랐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지 모르나 내가 본 한국 여행자들은 대부분 일행이 있었다. 사실 나도 LA에서는 치안 문제로 동행을 구하는 게 낫다는 얘기를 듣고 같이 다녀볼까 했는데 여의치 않던 차였다. 그러다 문득 아 나는 오롯이 혼자가 되어 겪는 고독의 감내와 불안의 극복을 즐기는 여행잔데 LA 치안에 대한 여러 글을 보고 괜한 두려움에 여정의 본질을 흐리고 있었구나 깨달았다. 이제 동행을 구하는 노력을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입장해 푸드코트와 구단 스토어를 구경했다. 살 건 많았지만 딱히 갖고 싶은 게 없었다.

    구장에 들어가 자리 찾아가는데 미국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이라고 성조기를 넓게 펼치고 있었다. 압권은 전투기가 구장 위로 스쳐가는 퍼포먼스였다. 지붕에 가려 소리만 들었는데도 순간 소름이 돋았다.

    6시가 되어 간신히 내 자리를 찾았다. 꼭대기 층이었지만 나름 잘 보였다.

    6시 10분, 드디어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선수의 선발로 경기가 시작했다. 운 좋게 홈 선발 일정과 나의 여정이 맞아 직관하게 됐다.

    많은 이들이 인생 치킨버거로 꼽는 후기를 보고 기대했던 칙필레는 그냥 맘스터치 같았다. 다양한 소스는 별미였다 특히 스리라차 소스가 맛있었다.

    야구보단 축구를 좋아하지만 무르익어가는 경기장의 열기 덕에 마냥 즐거웠다.

    류현진 선수는 무려 6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어느새 해가 진다.

    경기는 9시 10분 즈음 5:1로 마무리됐다. 현진이 형 덕에 뿌듯한 마음으로 기분 좋게 경기를 관람했다.

    독립기념일 기념 불꽃놀이를 해줘서 구경했다. 이곳 뿐 아니라 여러 명소에서 불꽃놀이가 진행된다고 한다.

    불꽃놀이는 10분 정도 펼쳐졌다. 엄청 화려하진 않았지만 꽤나 규모가 컸다.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게 해줘서 불꽃놀이를 보고 뒤늦게 가다가 저지당했다. 언제 또 와보겠나 싶어 시큐리티 담당자에게 양해 구하고 경기장에 흙만 밟아보고 바로 나왔다. 나 같은 사람이 몇 명 더 있어 외롭지 않았다. ㅋㅋ 흙처럼 보이던 땅은 작은 동그란 돌 같은 느낌이었다.

    밖에 나오니 어느새 10시가 넘었다. 신기하게 샌프란시스코에서 룸메이트로 만나 동행했던 친구가 이 경기를 봤대서 끝나고 만났다. 역시나 또 다른 동행을 구했더라. 사람마다 여행 스타일이 참 다르다. 전 동행의 이번 동행은 나랑 동갑이었다. 퇴사 여행을 왔는데 여행 중에 실연의 아픔을 겪었다고 한다. 입으로는 덤덤하게 말했지만 그 속은 얼마나 아팠을까...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인연은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다. 나 또한 자기 한 치 앞도 모른 채 그 막연한 불안에 공감하며 나름의 위로를 전했다.

    경기장 밖에 나오니 많은 사람이 한 번에 몰려 혼잡했다.

    같이 우버 타고 숙소로 향했다. 그 둘은 같은 숙소라 거기서 내리고 나는 좀 걸어야 했다..*

    11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할리우드는 시끌벅적하다. 숙소에 돌아와 씻고 자려는데 창 바로 밖에서 트럼펫 소리가 들려 황당했다. 와글와글하는 소리는 마치 중고등학교 급식실 같았다. 피곤했는지 잠을 조금 설치다 바로 뻗었다. 야구장 옆자리에서 9이닝 내내 크게 소리치던 히스패닉 아주머니, 경기장에 뜬금없이 울려 퍼지던 베이비 샤크 그리고 류현진 선수의 메이저리그 10승 직관까지! 새삼 꿈같던 하루를 보내고 꿈 없는 깊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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