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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미국 서부 여행_2일차(2)_샌프란시스코_샌프란시스코 프라이드 2019(San Francisco Pride)기행/해외(북미) 2021. 7. 8. 09:18
샌프란시스코 시청(San Francisco City Hall)에 가니 이미 샌프란시스코 프라이드(San Francisco Pride) 준비가 다 되어있었다. SF 프라이드는 성소수자 축제로 보통 6월 마지막 주 주말에 개최된다.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는데 특히 퍼레이드가 유명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이기도 해서 오기 전 일정을 확인하며 직접 볼 수 있는 걸 알고 기뻤다. 이번 여행의 기점을 이 도시로 하게 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아직 사람은 별로 없지만 어마어마한 공중화장실의 수가 행사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시의 행정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 시빅 센터(Civic Center, San Francisco)도 오늘만큼은 축제의 장이다.
아쉽게도 샌프란시스코 공립 도서관(San Francisco Public Library)은 휴관이다.
여기저기를 구경했다. 상품에 담긴 콘텐츠가 다양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시청을 중심으로 이어진 거리에도 부스들이 설치되어 있다.
증정 받은 굿즈에 새겨진 문구들이 예사롭지 않다. Shift happens! I beat it at Pride! 이곳에서 나의 인식도 무언가 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어느새 인파가 꽤 많아졌다. 조금씩 축제 분위기가 거리를 메운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소심한 청년에게 겸연쩍은 것들도 이 거리에서만큼은 당당했다.
퍼레이드가 10시 반에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11시가 되도록 시작할 기미가 없었다. 물어보니 누구는 12시에 시작한다고 하고... 알고 보니 퍼레이드는 지정된 대로에서 진행됐다...*
축제에 걸맞게 다양한 길거리 음식도 준비되어 있었다. 불고기, Korean BBQ도 있어 반갑다.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큰 길에 갔다. 마켓 스트리트에서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간신히 자리 잡은 뒤, 거의 1시간 가까이 기다린 뒤에야 행진 행렬을 마주할 수 있었다. 12시부터 1시간 정도 봤다. 나는 젠더 이슈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삶의 이런저런 요소를 통해 쌓인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직접 보고 겪으니 파격적인 의상도 생물학적인 성과 별개로 갖춘 사회적인 성을 확립하고 '자신' 그 자체로서 드러내는 방법일 뿐이라는 게 느껴졌다. '한 사람'으로서 그렇게 대우받고 싶은 게 너무나 당연하게 다가왔다. 더불어 자기 정체성 뿐 아니라 다양한 이슈에 대해 연대하는 이들과 목소리를 함께 내고 지역사회가 귀 기울여 '축제'의 형태로 수용하고 더불어 즐기는 모습은 감동이고 전율이었다. 이곳도 나름의 문제는 있겠지만 지역 공동체의 실존과 온기에 진짜 울컥했다. 이 시기에 이곳에 와 너무 운이 좋았고 감사했다.
정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함께했다.
사회적 이슈에 다양한 의견을 말하는 공공의 광장, 아고라 그 자체이기도 했다.
그 어떤 장애도, 그 어떤 다름도 우리를 가를 수 없다는 걸 너무 멋지게 보여줬다.
그들에게 연대는 삶이었고 스스로 역사의 일부가 되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각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직접적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행진도 인상적이었다.
각종 기업과 공공 기관들도 함께함으로써 지역 공동체와 소수자에 대한 지지를 보탰다.
퍼레이드는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을 '시민'으로 묶어주었다.
얼마 전에 대만에서 동성애 결혼이 합법화되었다고 한다. 미처 몰랐던 사실도 덕분에 알아간다.
다름을 통해 사람들은 하나로 이어졌다. 함께 Happy Pride를 외치며 다름은 틀린 게 아님을 확신했다. 스무 살에 속했던 봉사단의 이름이 '다름사랑'이었는데, 어쩌면 우리는 다름을 사랑해야 함에 앞서 서로 다르기에 사랑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퍼레이드를 즐기던 중 한국인 룸메이트가 또 다른 동행을 모셔와 잠시 인사를 나눴다. 일정 얘기를 나누는데 내용이 다소 일방적이었다. 고민하다 퍼레이드 보고 따로 움직이겠다고 얘기했다. 이 소중한 시간을 불편함으로 낭비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용기가 났다. 그런데 기존 일행 중 다른 한 분도 똑같이 느꼈는지 나랑 같이 가겠다고 하셔서 어쩌다 보니 일행이 둘로 나뉘었다.
다시 시청으로 돌아와 프라이드 행사를 더 즐겼다. 가방 검사를 안 하는 일종의 하이패스 줄로 들어왔는데 일행분은 가방 크기가 커서 잡혔다. 먼저 들어가 기다리며 여기저기 둘러봤다.
조금씩 오른 흥으로 충만해져 엄청 신났다. 왠지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홀로 프리허그도 하고 공연과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즐겼다.
일행은 거의 30분이 지나서야 입장했다.
같이 둘러보고 인파를 헤쳐 밖으로 나갔다. 아직 종교적인 부분에서 의문과 고민은 남았지만 결국 상처의 승화는 축제가 아닐까 생각했다. 보다 많은 이들이 축제를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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