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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제주도자전거일주(제주환상자전거길)_4일차(1)_너븐숭이4.3기념관·함덕서우봉해변·용두암·중문시장기행/자전거 2018. 3. 21. 13:53
일어나자마자 게스트하우스에서 챙겨준 조식을 든든히 먹었다. 간밤에 같은 방에 묵었던 분, 게스트하우스 스태프 분과 친해졌던 게 새삼 신기하다.
아침부터 비가 많이 왔다. 안녕제주 게스트하우스의 마스코트(?)인 보리가 곁눈질한다. 귀여워...*
비가 그치질 기다렸으나 그럴 기미가 안 보여 일회용 우의 뒤집어쓰고 출발! 가다 보니 너븐숭이 4.3 기념관이 나왔다.
널찍한 돌밭, 넓은 바윗덩어리 혹은 넓은 쉼터란 뜻의 너븐숭이... 내가 찾았을 때 마침 학생들이 그곳을 찾아 둘러보고 있었다. 윈스턴 처칠이 말했듯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나부터 잊혀선 안 될 것들을 간직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전에 캄보디아, 폴란드, 르완다에서 제노사이드 관련 유적지를 간 적이 있다. 부디 우리가 그 역사로부터 배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라본다. 위령비에서 잠시 묵념을 했다.
다시 달리다 보니 10시 30분에 마지막 인증센터인 함덕서우봉해변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ㅜㅜ 이미 쫄딱 다 젖었지만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이제 출발지였던 용두암까지 가면 이번 일주는 끝난다. 하지만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비 오는 날이라 그런지 작은 업힐도 높게 느껴졌다.
길을 따라가다 보니 사라봉공원을 지나 제주항이 나왔다. 흐린 날씨에도 규모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용두암 도착...! 종주와는 달리 시작과 끝이 같은 곳이라 기분이 색달랐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알고 보면 종주가 아닌 일주인지 모른다...*
용두암 근처 제주시 관광안내센터에서 제주환상자전거길 일주 인증도 받았다. 이제 점심을 먹자. 아주 맛있는 점심을 먹자. (결연)
메뉴를 고민하다 제주하면 근고기라는 생각에 제주 칠돈가 본점을 찾았다.
근고기는 고기 단위 중 근(600g)으로 끊어 팔아 근고기로구나... 새롭게 안 사실이었다. 다행히 1.5인분(400g) 정도로 시킬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시켜서 포식했다. 밥 한 공기에 된장찌개까지 시켜서 진짜 걸신들린 듯 먹었다.
그러고 자전거 대여점에 가 그새 정든 자전거를 반납했다. 가까운 거린데 너무 지쳐서 꽤나 오래 걸려 도착했다. 신발이 다 젖어 쪼리로 갈아신었는데 일회용 우비마저 찢어져 그야말로 남루한 꼴이 되었다. 그래도 터덜터덜 걸어 제주 중문시장까지 가서 간만에 많은 소비를 하였다.
점심을 많이 먹어 그렇게 배가 고프진 않았으나, 어느새 저녁때가 되어 우진해장국에서 고사리해장국을 먹었다. 이거 되게 묘하게 맛있었다. 강된장처럼 느껴질 정도로 걸쭉한 해장국이랄까? 말아먹는다기보다 비벼 먹는 느낌이었다.
저녁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천천히 용두암까지 걷는데 하늘이 너무 예뻤다. 이때가 한 오후 7시 30분 정도 됐는데 30분 정도 넋 놓고 바라봤다.
오후 8시부터는 아예 어둑해졌다. 마침 지인 중 한 분이 업무차 제주도에 계셨는데 간만에 급 얼굴이나 보기로 했다. 밤바다를 보며 기다렸다.
근데 밤바다가 은근 추워서 결국 엔젤리너스 제주용두암점으로 자리를 옮겨 녹차라떼를 시켜 먹었다. 나름 거의 한 달만의 누군가와 약속이라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처럼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너였다가 너일 것 같았다가 했다. 하지만 결국 약속은 파토에 이르렀다...*
머리로 이해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씁쓸한 마음을 달래며 같이 먹으려고 사둔 한치물회를 혼자 먹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맛없는 물회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내일 새벽 비행기를 타기 위해 근처 용두암 해수랜드 찜질방으로 갔다. 이곳에서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가는 소리를 내는 분도 보고 다채로운 경험을 했다. 결국 새벽 3시에 깼다.
이튿날 아침, 아름다운 제주 바다를 뒤로 한 채 제주공항으로 향했다. 웃기게도 내가 미리 사둔 비행기 표 날짜가 그 전날이어서 원래 왕복비보다 비싼 편도 티켓으로 집으로 왔다...* 여러모로 기억에 많이 남을 제주도 자전거 일주! 20여 일의 출장 후 나흘 동안 자전거 여행을 했다. 좀 무리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의외로 생각보다 별 무리 없이 잘 다녀왔다. 낯선 길에서 미처 이르지 못한 많은 것에 미쳤던 시간. 어쩌면 그 기억이 매일이 낯선 일상을 살아갈 용기를 주는 것 같다.
마지막 날은 약 35km 정도를 달렸다! 총 234km에 달하는 제주도 자전거일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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