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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북한강 종주(북한강 자전거길)_신매대교·경강교·샛터삼거리·밝은광장 인증센터기행/자전거 2021. 11. 9. 20:00
오랜만에 춘천에서 벗들을 만난 김에 숙원 중 하나인 북한강 자전거길 종주를 결심했다. 어떻게 보면 상관없는 일정인데 나에겐 좋은 핑계가 되었다. 이른 아침 배웅을 받으며 춘천역에 도착했다. 매번 참 고맙고 소중한 인연이다. 다행히 자전거는 그대로 있었다.
날은 흐렸지만 오랜만에 자전거 여행에 의한 설렘을 느끼며 출발했다. 체력 단련을 게을리한 상태에서 낡은 자전거로 먼 길을 가야 한다는 부담과 불안도 있었지만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사서 고생했던 경험들은 결국엔 어떻게든 해낼 거라는 귀납적인 믿음이 되었다. 그게 의외의 순간에 무모했던 내 젊음이 준 크나큰 유산임을 종종 깨닫는다.
소양강 처녀 동상을 지나 안개 낀 호반을 따라 열심히 달렸다. 가을로 물든 나무들이 아름답다.
한 30분 정도 잘려 북한강 자전거길 첫 인증센터인 신매대교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정말 오랜만에 인증 도장을 찍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체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아니면 아침을 안 먹고 와서 그런지 벌써부터 기운이 없다. 잠시 목을 축이고 스스로 다독였다.
힘내어 페달을 밟으며 배추밭, 춘천문학공원을 지나 삼악산 케이블카와 의암댐까지 지나쳤다. 자전거의 속력으로 바라본 세상은 보다 선명하게 남는다. 그 적당한 속도가 참 매력적이다.
알맞은 속도라고 생각하던 것도 잠시, 꽤 한참을 달려서야 간신히 강촌에 도착했다. 아직도 춘천이라니 새삼 놀랍다.
강촌을 지나니 어느새 하늘이 맑아졌다. 청명한 하늘 아래 자연을 구경하며 조금 천천히 달리다 과자와 음료로 당보충을 했다. 강가에 오리 가족이 보였는데 너무 평화로워 보였다. 이방인의 눈에 다른 삶의 일상은 관대하게 비친다.
출발하고 2시간 40분 정도 지나 가평에 위치한 경강교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이름처럼 경기도와 강원도를 잇는 다리를 지나 드디어 경기도다.
가평 시내와 자라섬을 둘러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외면하고 가다 힘이 너무 빠진 걸 느꼈다. 급하게 세븐일레븐 가평자전거테마파크점에 들러 에너지 음료 한 캔과 삼각김밥 하나로 급속 충전을 했다. 2개만으로도 3천 원이 넘게 나와 새삼 물가에 놀랐다.
바로 기운이 나지 않아 좀 힘들었는데 색현터널부터 이어지는 내리막길부터 뭔가 기운이 샘솟았다. 음식 덕인지 아니면 시원한 내리막이 준 위로 덕인지 모르겠다. 덕분에 기분 좋게 씽씽 달렸다.
가다보면 국토종주 자전거길 인증과는 상관이 없는 청평 생태공원 플렛폼 인증센터라는 곳이 있다. 플랫폼이 아니라 플렛폼으로 적은 건 일종의 은유인 걸까? 그냥 기념으로 인증수첩에 도장을 찍었다.
이어지는 가을철 단풍, 맑고 높은 하늘, 적당히 서늘한 공기를 만끽했다. 이미 꽤 지쳤지만 자전거 타기에 너무 좋은 계절 덕을 많이 봤다.
북한강 자전거길은 이전에 겪었던 국토종주 자전거길보다 확실히 완만한 경사를 자랑했다. 어느새 남양주에 위치한 샛터삼거리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조금 더 가다 오사카란 식당에 들러 나베야끼우동을 먹었다. 사실상 오늘 첫 끼로 먹는 뜨끈한 국물이 반가웠다.
맛있게 먹고 달리다 웬 작은 새 한 마리가 날개 한쪽을 접고 걸어만 다니기에 멈춰 섰다. 초코바에 있는 견과를 주며 상태를 좀 보려고 하니 도망갔다. 섣불리 다가가면 더 다칠까 봐 급히 검색해 경기 북부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라는 곳에 연락했다. 주말이라 오늘은 상주 인원만 있고 출동은 어렵다고 하시며 혹시 새를 하루 정도 보호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보셨다. 자전거로 이동 중이라 난감해하며 조금 망설이고 있으려니 어느새 새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날개가 다쳤던 게 아니라 날아간 거라면 정말 다행이지만 주저하고 고민하던 내가 부끄러웠다. 도망치듯 그 자리를 박차고 내달렸다.
거의 7시간 걸려 마침내 밝은광장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내가 기억하기로 거의 6년 만에 이곳을 다시 찾았다. 이전에 밝은광장 인증은 이미 했지만 기념으로 도장 하나 더 찍고 북한강 종주 인증도 받았다. 내가 갖고 있던 인증수첩이 구형이라 새로 추가된 길에 대한 추록도 이곳에서 얻었다.
지친 몸과 뿌듯한 마음으로 운길산역에서 전철을 탔다. 어제도 지나쳤던 인덕원역에 도착하니 하루라는 시간이 참 길게 느껴진다. 이미 다리는 너덜너덜했지만 집에 있는 반려견을 떠올리며 막판 스퍼트를 냈다. 위선일 수 있으나 사실 하루 종일 그 마음이 큰 힘이 됐다. 춘천에서 만났던 각자의 초년생 시절을 공유하는 벗들은 어느새 그럴듯한 직업인이 되었다. 덕분에 가을날 춘천을 누리고 혼자 자전거로 돌아오며 첫 직장에 합격하고 떠났던 국토종주를 떠올렸다. 점점 빨라지는 세월에 덧없음을 느끼기보다는 시절의 소중함을 깨닫고 싶다. 알맞은 속도의 자전거 여행이 당분간 그 다짐에 힘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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