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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이탈리아 기행_4일차(7)_피렌체_피티 궁전·산토 스피리토 성당·산타 마리아 델 카르미네 성당기행/해외(유럽) 2018. 12. 28. 12:52
미처 가보지 못한 곳을 마저 걷기 위해 우피치 박물관을 지나 다시 아르노 강을 건넜다.
가장 먼저 만난 곳은 피티 궁전(Palazzo Pitti)이다. 15세기 피렌체의 야심찬 은행가였던 루카 피티(Luca Pitti)가 메디치 가의 궁전을 이기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그는 건물이 완공되는 걸 보지 못하고 죽었고, 심지어 나중에 이 건물은 메디치 가에 팔린다...* 토스카나 대공국, 이탈리아 왕국의 왕궁으로 사용되다 지금은 피티 미술관(Galleria Pitti)로 쓰인다.
개인적으로 화려함보다는 웅장함이 느껴졌다. 사실 미술관 못 않게 내부에 위치한 보볼리 정원(Giardino di Boboli)이 유명하다. 정원은 메디치 가의 코시모 1세가 아내 엘레오노라 티 톨레도(Eleonora di Toledo)를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나는 다음을 기약했다.
조금 더 걸으니 산토 스피리토 광장(Piazza Santo Spirito)가 나왔다. 광장 정면에 석상이 있어 찾아보니 코시모 리돌피(Cosimo Ridolfi)라는 농경 학자 겸 정치인을 기리는 기념물이라고 한다.
광장 끝엔 산토 스피리토 성당(Basilica di Santo Spirito)가 위치해 있다. 광장 자체가 13세기 성당이 건축되며 조성되었다고 한다. 이후 15세기 경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의 설계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는데, 이 건물이 브루넬레스키의 유작이라고 한다. 상대적으로 소박한 외경이 위대한 건축가가 만년에 이른 경지를 드러내는 듯하다.
산토 스피리토 성당 내부엔 미켈란젤로가 10대에 조각한 나무십자가가 걸려있다던데, 나는 회랑까지만 구경하고 나왔다.
이어 찾은 곳은 역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델 카르미네 성당(Chiesa di Santa Maria del Carmine)이었다. 세월이 뚝뚝 묻어나는 외경이 인상적이었다. 피렌체는 교회, 성당마다 워낙 다른 모습을 지녀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측면에서도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데, 알고 보면 15세기 지어졌으나 18세기 화재로 대부분의 건물이 불타고 재건된 것이라고 한다. 수백 년이 지났으니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다...*
성당 옆에서 뛰노는 아이와 함께 있는 엄마의 모습이 흐뭇했다. 마침 이곳에서 미사 중이라 입구에 계신 신부님께 양해 구하고 들어가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힘겹고 버거운 시간들도 있었지만, 그 모든 걸 뒤로하고 마침내 내가 여기 왔구나 싶었다. 이 성당이 여행의 특별한 목적지나 종착점이 아니었음에도 그런 마음으로 충만했다. 천주교 미사는 태어나서 처음 겪어 봤는데 내가 갔을 땐 신부님이 앞에서 이탈리아어로 무언가를 계속 말씀하고 계셨다. 현지인 틈에서 하나도 못 알아 들었지만 열심히 귀 기울이다 결국 얼마 못 버티고 나왔다.
그 이후론 특별한 목적지 없이 그냥 걸었다. 골목골목 마주하는 풍경과 사람들이 가슴을 뛰게 했다.
일상적인 광경도 소중하고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걷다 다시 아르노 강에 오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강도 사람도 참 아름다웠다.
지는 해를 머금은 아르노 강은 또 다른 모습이었고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해가 질수록 거리도 건물도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게 신기해 걸음을 멈추게 했다.
괜스레 감동을 느끼며 해 질 녘을 누렸다.
그렇게 강변을 따라 걷는 게 참 좋았다.
확실히 아침이나 대낮보다 많은 사람이 강가에 모였다.
그렇게 너무 좋았던 피렌체 도보여행을 잠시 접어두고 저녁 먹으러 가는 길, 귀엽고 늠름한 두 견공도 만나 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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