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리베츠는 홋카이도의 대표적인 온천지로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다. 노보리베츠 온센초 인근엔 소규모 료칸부터 대규모 온천 리조트까지 다양한 숙소들이 즐비하다. 예전에 어머니와 오이타 유후인에 갔을 때 너무 짧게 다녀온 아쉬움이 줄곧 있었기에 이를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고민 끝에 일본 리조트 중 가장 많은 31개의 천연 온천을 보유했다고 광고하는 호텔 마호로바를 예약했다. 실제로 본 외관은 조금 낡은 느낌이다. 그렇게 이번 여행의 첫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을 한 뒤 좀 쉬었다.
가격이 가장 저렴했던 웨스턴스타일룸(금연)에 묵었다. 점심, 저녁 포함에 트윈 베드였는데 가격은 적립금 할인 등을 제외하면 약 31만 정도였다. 적당히 깔끔하고 무난했다.
도리야키와 녹차가 기본적으로 비치되어 있어 나름의 설경을 보며 티타임을 즐길 수 있었다. 신치토세 공항에서 노보리베츠 숙소에 오기까지 은근 진 빠지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달콤 쌉싸름하게 당을 보충했다.
홋카이도의 겨울 해는 유독 짧기에 기운을 보충하고 4시쯤 나왔다. 이미 꽤 어두워진 느낌이다. 다양한 숙박업소들이 근처에 연달아 자리하고 있는 모습에 개인적으론 충주 수안보 지역이 떠올랐다.
유자와 신사, 도깨비 조형물 등 나름 이국적인 풍경이 이곳이 일본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근처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는 지고쿠다니, 지옥계곡이다. 하얗게 표백된 바위와 피어오르는 웅덩이 그리고 유황 특유의 냄새가 지옥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고 한다. 평일이었음에도 관광객들이 꽤나 많았다.
활화산으로 인한 지열이 작용하는 모습을 육안으로 볼 수 있어 신기했다.
까마귀가 정말 많아 홋카이도 한복판에서 '오작교' 그리고 견우와 직녀를 떠올렸다. 나름 오작교 역할을 했던 순간은 꽤나 있었던 것 같은데 정작 내 짝은 어딨는지 모르겠네...* 없을 수도 있겠다.
여기저기 은근 미끄러운 곳이 많았다. 나도 서서 사진 찍는 사람을 피해서 지나가려다 가벼운 엉덩방아를 찧었다. 미끄러질 땐 몰랐는데 꼬리뼈 타박상이 거의 한 달을 갔다. 빙판길에선 아무리 조심해도 부족하지 않다.
좀 더 가까이 가서 보니 정적인 듯 역동적인 기운이 풍경 속에 깃들어 있었다.
일몰 예정 시간이 4시 4분이었는데 정말 금방 어둑해졌다.
나무 덱을 따라 꽤나 깊숙이까지 갈 수 있었다. 어두워서 그런지 막상 길 끝에 가서는 큰 감흥은 없었다. 다만 길이 워낙 미끄러워 다들 엄청 조심하며 오가던 기억이 생생하다.
속으로 화를 삭이는 지반과 훨훨 나는 저 까마귀들을 뒤로하고 숙소로 향했다.
조그만 경찰서가 귀여워 보인다. 그렇다 나는 아직까진 결백하다.
숙소에 다시 오니 어느덧 5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