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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성시경의 축가 콘서트
    문화생활/공연 2022. 6. 9. 13:01

    치열한 피켓팅으로 유명한 '성시경의 축가 콘서트' 예매에 성공해 오래간만에 잠실로 향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일찍이 도착해 스타벅스 잠실새내역점에서 티타임을 가지며 기다렸다.

    슬슬 허기가 져 공연 전 끼니로 잭슨피자 잠실본점에서 마가리타 피자를 포장해 근처 아시아공원에 자리 잡았다. 오가는 개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조금 뻘쭘했으나 현대사회가 만든 혼자 놀기 괴물(?)답게 삼성과 LG의 야구 경기에서 들려오는 함성 소리, 오월의 신록, 햇살을 홀로 잘 누렸다. 피자는 토마토소스가 기대보다 향긋해 맛있게 먹었다.

    콘서트 시간이 가까워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 가니 인파가 엄청났다. 북적임에 놀라며 성시경이라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벌써부터 엿볼 수 있었다.

    공연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중앙 인근 A석 사구역에 자리를 잡았다. 해가 서서히 지는 걸 바라보는 것만으로 왠지 가슴이 뛴다. 드물게 찾아오는 삼십 대의 설렘을 만끽했다. 7시, 마침내 3년 만의 축가가 시작됐다.

    콘서트 장인답게 첫 곡은 전체적인 콘셉트에 충실한 데이브레이크의 꽃길만 걷게 해줄게였다. 국보급 목소리라고 감탄하며 이어지는 곡은 무려 And we go, 너의 모든 순간, 좋을텐데, 더 아름다워져. 정말 놀라울 정도로 모르는 노래가 한 곡도 없었다. 특히 더 아름다워져가 수록된 6집 '여기, 내 맘속에...'는 개인적으로 특히 아끼는 명반이라 더 반가웠다. 아마 이미 아름다운 오늘도 시간이 지나면 더 아름다워지겠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그의 명곡에 많은 분들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포개졌다.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타인의 애정이 식은 내 마음을 조금은 데워 주었다. 개인적으로 연애와 결혼을 비롯해 사랑에 대해 낙관보단 비관 혹은 직관에 가까워지며 관조하게 됐는데 뭔가 비슷한 온도로 느껴지는 가수의 문장들이 오히려 묘하게 따스했다. 중간중간 나오는 영상은 장기하 님의 부럽지가 않아, 오징어 게임, 카페 사장 최준 등 다양한 밈을 진심으로 버무려 모두에게 큰 웃음과 애정에 기인한 약간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소문난 잔치의 여러 볼거리를 즐기며 감미로운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아로하I Love U까지 귀 기울인 뒤 등장한 첫 게스트는 나윤권 님이었다. 참 많이 들었고, 아직까지도 듣는 나였으면을 무려 두 분의 듀엣 라이브로 듣고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기대까지 들을 수 있었다.

     

    나윤권 님의 무대가 끝나고 불러 주신 너는 나의 봄이다너에게에 이어 들려온 익숙한 전주는 그대네요였다. 원래 아이유 님과의 듀엣곡이지만 이번 콘서트에서는 거미 님이 함께 불렀다. 내가 군대에서 갓 일병이 되었을 즈음 나온 노래인데, 돌이켜 보면 힘든 군 시절을 견디게 한 목소리 중 하나가 성발라였다. 야간 경계 근무를 설 때면 마음속으로 내게 오는 길을 반복 재생하거나 열창하곤 했고, 그대네요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음에도 왠지 모르게 그런 상황을 상상하곤 했다. 가창 도중에 성시경 님의 입속으로 벌레가 들어가는 사고가 있어 가수에게도 벌레에게도 유감이었지만 이어지는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는 나였으면에 이어 박수영 저격 곡과 같이 느껴져 아무도 모르게 혼자 씁쓸하게 피식 웃었다. 거미님은 어른 아이까지 아낌없이 부르고 가셨다. 그야말로 디바였다. 나는 28일 공연에 갔는데 그 외 27일, 29일 공연에는 게스트로 거미 님이 아니라 백지영 님이 오셨다고 하더라. 일면식도 없지만 성시경 님은 아마도 많이 베풀며 참 잘 사신 것 같다.

     

    두 번째 게스트가 가고 소주 한 잔, 너를 사랑했던 시간, 희재, 거리에서까지 어마어마한 발라드 명곡들이 이어졌다. 너를 사랑했던 시간은 가장 신보인 8집에 실린 곡이다. 너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심현보 님의 작사가 담긴 앨범 내 다른 곡인 마음을 담아를 듣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아주 Nice까지 소화하는 중년돌 앞에 그런 마음은 사치였다. 거리에서, 한번 더 이별, 내일 할 일 등 윤종신 님과 성시경 님의 만남을 정말 사랑하기에 거리에서를 들을 때는 뭔가 꿈만 같았다.

     

    더할 감동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행복하던 차에 갑자기 내 이름 이니셜과 같은 예명을 가진 가수가 등장했다. PSY, 싸이였다! 감동이야, 강남스타일, 뜨거운 안녕 이렇게 단 세 곡으로 조용하게 귀를 기울이던 관객들은 다 같이 목청을 높이며 미친 듯 뛰었다. 두 유 노클럽에 가입한 대가수의 강남스타일을 관객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영광이었지만 뜨거운 안녕이 특히 와닿았다. 뭔가 오늘 게스트들의 한 곡씩은 속을 후벼파는 느낌이다...*

     

    달아오른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 이 시대 최고의 댄스곡 미소천사를 이 시대 최고의 댄스가수 모다시경님이 직접 보여 주셨다. 감개무량하게 넌 감동이었어, 두 사람까지 들으니 마음이 감격으로 한없이 달아올랐다.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하고, 홀로도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음을 잘 알지만 이 순간의 황홀함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욕심이 다시 생길 정도로 벅찼다. 너무도 사랑했던 노래들과 말도 안되는 초호화 게스트들의 명곡들로 감동과 위로가 범람했다. 

     

    마지막 앵콜 곡은 무려 내게 오는 길이었다. 내게는 정말 인생의 지표 같은 인생곡이다. 노래를 부르며 그 큰 보조경기장을 쭉 도는 배려가 참 고마웠다. 상처가 자꾸 덧나 조금 지치던 초여름, 해가 진 하늘은 오랫동안 추앙해 온 맑은 목소리로 환하게 물들었다. 사랑하는 노래들이 연이어 바람에 실려 왔고 이윽고 어떤 그리움을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한 채 언젠가의 누군가를 그릴 수 있음이 감사했다. 발라드는 슬픔이 꼭 불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걸 깨우쳐 준다.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온기를 정성껏 담은 한 사람과 그 마음을 헤아리고 오롯이 즐기는 이들 덕에 달뜬 시간을 보냈다. 진심을 담은 축가 덕분에 벅차게 행복한 하루였다. 

    식영이 형, 외람되지만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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