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훈 2022 단독 공연 〈오늘의 안녕〉문화생활/공연 2022. 9. 11. 23:28
담백하고 짙은 목소리와 솔직하고 문학적인 가사로 좋은 음악을 만드는 가수 이영훈 님을 좋아한다. 우연히 콘서트 소식을 알고 극적으로 예매에 성공했다. 고대하는 시간을 거쳐 마침내 공연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붐비는 주말의 홍대 거리를 거닐며 구름아래소극장에 도착했다. 역에서 멀지 않은 뒷골목에 자리하고 있었다.
왠지 나와 같은 목적으로 온 듯한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나중에 들으니 나처럼 혼자 온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참 반가운 공연 문화다...* 표를 받고 들어간 공연장은 내가 선호하는 크기의 소극장이었다. 좌석 중엔 꽤나 뒤편이었음에도 무대가 그렇게 멀지 않다.
6시가 조금 지나 마침내 '오늘의 안녕'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단독 공연이 시작했다. 작곡가이자 연주자인 전진희 님과 박기훈 님이 각각 피아노와 목관 악기로 함께해 주셨다. 공연을 시작하자마자 피아노 반주자의 악보가 우당탕 떨어져 미묘한 정막이 흘렀지만 이내 그조차 거대한 선율의 한 부분이 되었다. 무대 뒤 LED 백월의 조명이 은근히 오작동하거나, 무언가 열심히 작동하는 콘솔 박스 조작음이 꽤나 크게 들리던 것도 처음엔 살짝 거슬렸는데 가수의 목소리와 아우라가 그 모든 걸 상쇄했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OST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던 '일종의 고백'을 비롯해 내가 오랫동안 사랑한 여러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서글프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주중에 쌓인 피로를 해독하며 그리움, 기다림, 안녕 등의 주제로 담긴 가사는 모두 사랑에 대한 일관된 담론이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왠지 모르게 한없이 나른해져 자꾸만 눈이 감겼지만 귀만은 처음부터 끝까지 활짝 열어 두었다. 절대 가볍지 않은 곡들에 귀 기울인 시간이었는데 구십여 분의 공연이 끝난 뒤엔 무언가 포근하고 개운했다. 이영훈 님의 솔직하고 쓸쓸한 고백은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던 마음조차 스스로 자백하게 한다. 지난한 그리움에도 무너지지 않은 기다림은 문학적인 노래가 되어 다정한 안부에 이르렀다. 마지막 인사 뒤에 안녕을 바라는 일도 일종의 사랑임을 새삼 깨달으며 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구월의 첫 주말을 가을로 가득 채웠다.
728x90반응형'문화생활 > 공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 정승환의 안녕, 겨울 : 그럼에도 사랑하게 될 날들 (0) 2023.03.05 MY AUNT MARY(마이 앤트 메리) 단독공연 [SAME SAME but DIFFERENT 2022] (1) 2023.01.23 2022 킹키부츠 (0) 2022.08.28 2022 성시경의 축가 콘서트 (0) 2022.06.09 2022 브로콜리너마저 단독 콘서트 [다정한 사월] (0) 2022.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