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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여름휴가_4일차_상주·보은_휴-사이드왕산·말티재 전망대 (feat. 아무튼, 상주)기행/국내 2021. 10. 11. 14:42
첫날보다 익숙해진 잠자리에 푹 잤다. 적당한 시간에 일어나 비가 추적추적 오는 가운데 산책을 나섰다. 이 정도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폭우가 내렸다. 이미 젖은 채로 근처 정자로 피신했지만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쫄딱 젖은 채로 헛웃음을 지으며 숙소로 돌아왔다.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고생 과소비를 할 팔자인가 보다.
씻고 아침으로 준비해 주신 일본식 주먹밥, 오니기리와 미역국을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한곳에 모여 내려주신 맛있는 차에 어제 만든 케이크를 곁들여 티타임을 가졌다. 각자 꼽은 사진과 '8월 상주는 ??다'라는 주제로 후기를 나눴다. 나는 맥문동 사진을 뽑아 꽃말인 인내, 기쁨의 연속, 겸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단어로는 빙산의 일각을 적었다. 내가 겪은 상주,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의 면면은 그들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라는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분만으로도 너무 아름답고 값졌기에 미처 알지 못한 모든 빙산의 여정이 고마웠다. 짧은 시간 동안 각자의 빙산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함께한 모두가 소중하고 감사했다.
훈훈한 시간을 가지고 12시 넘어 다시 휴-사이드왕산으로 돌아왔다. 뭔가 수미상관형 일정이다. 마지막까지 식사를 챙겨주셨다. 샌드위치와 과일에 담긴 마음에 감동받았다. 점심을 먹으며 함께했던 분 중 작가님이 계셔 올라가서 읽어봐야겠다고 말씀드렸더니 한 권 주셨다. 끝까지 상주는 너무 다정했다. 정말 좋았다는 말 외에는 적당한 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다. 오래전 자전거로 스쳐지났던 고장엔 미처 알아보지 못한 아름다움이 가득했다. 따뜻한 환대 덕에 포근한 사람들과 함께 대도시가 잃어버린 무언가를 누리며, 조금 늦춰야 오히려 닿을 수 있는 행복을 배웠다.
어느새 오후가 찾아와 홀로 출발했다. 궁금했던 충북 보은의 말티재로 가며 일부러 좀 돌아갔다. 속리산은 정말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였다.
말티재 전망대에 올라 사진으로만 보던 고부랑길을 보고 차로 달려도 봤다.
사서 고생 마니아답게 이왕 상주까지 온 김에 청주에 있는 친구와 밥 한 끼 하고 올라가려고 했는데, 애매한 시간에 도착했다. 어쩌다 보니 함께 안양으로 향하게 됐다. 올라오는 길은 차가 참 많이 막혔다. 특히 안성휴게소에 기름 넣으러 들어갔다가 말도 안 되는 정체를 직면하기도 했다.
어지저찌 안양으로 돌아와 냉면 한 그릇하고 헤어졌다. 이번 여름휴가를 통해 홀로 또 함께 내륙을 헤매며 잠시 숨을 골랐다. 일상의 열기를 식히려 찾은 고즈넉한 풍경의 이면에는 세월의 치열함이 묻어 있었다. 나의 일상 속 고즈넉함을 발견할 경험과 치열하게 살아갈 힘을 얻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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