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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미술관_이건희컬렉션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사계》문화생활/전시 2023. 7. 30. 20:01
비가 많이 오던 날, 일명 이건희컬렉션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 《사계》를 보기 위해 경기도미술관에 다녀왔다. 부모님과 함께 다녀왔는데, 특히 아버지의 생애 첫 미술전 관람이라 개인적으로 더 뜻깊고 뿌듯했다. 특정한 전시를 본다는 게 우월하다는 건 아니지만 나에게 세상을 선물해 준 부모님의 삶에 조금이라도 문화적 향유를 보탠다고 느껴 참 기뻤다. 경기도미술관도 처음이었는데 엄청 큰 주차장이 인상적이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해 자연스레 비극을 겪은 한 학교와 아이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사전 예약한 티켓을 무인 발권하고 입장했다.
전시장 층고가 높고 공간이 넓어 관람이 쾌적했다.
박물관의 설명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근현대미술작품 46점과 경기도미술관 및 공사립미술기관 11곳의 소장품을 한데 모아 볼 수 있다. 권진규, 김환기, 나혜석, 박수근, 이응노, 이인성, 이중섭, 장욱진, 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미술의 주요 작가 41명의 작품 90점을 감상할 수 있었다.
들어섰을 때, 이미 도슨트 투어가 꽤 진행됐었는데 부모님이 들으러 가셔 같이 들었다. 유익했고 무엇보다 아부지가 은근 첫 미술 전시를 즐기시는 게 느껴져 행복했다. 아버지의 이런저런 질문에 답하며 그간 당신에게 나의 가벼운 제안이 생각보다 미지의 무엇이었겠구나 뒤늦게 깨닫기도 했다. 그럼에도 같이 와 주셔 감사했다.
알찬 구성의 무료 전시라 주말 예약은 일찍이 마감되었다. 그럼에도 비가 많이 오는 날, 첫 타임이라 그런지 꽤나 한적했다. 비 때문에 오가긴 조금 번거로웠으나 덕분에 여유와 운치를 더했다.
유영국, 김환기, 이중섭 등 거장들의 작품을 보며 그 이름을 부모님과 나눌 수 있어 정말로 좋았다. 나에겐 부모님이 기라성 같은 위인들 못지않게 존경스러운 거인들이니까.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또 하나의 계절'이라는 별도의 섹션으로 구성한 것도 눈에 띄었다. '여성 작가'라는 표현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어려운 계절을 예술로 승화한 작품들이 다채로운 아우라를 뿜었다.
박수근, 장욱진 화백의 그림을 보면 지리멸렬한 삶 속에 피어나는 온기나 보편적인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 덕분에 세대를 초월하는 향수를 짙게 맡았다.
그림 속에 담긴 김환기 화백의 시뿐 아니라 군 생활 내내 매일 볼 수 있었던 울산바위와 동해 바다의 정경까지 마주했다. 그 외에도 정말 다양한 그림과 작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러모로 참 알찬 전시였다. 다 보고 나니 다음 회차 사람들이 들어와 꽤 북적인다.
나오는 길에 엽서 두 장을 사며 오늘을 미리 추억해 본다.
여러모로 흐린 여름을 보내다 부모님과 함께 비 오는 미술관을 찾아 맑은 시간을 보냈다. 한국 근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도, 나의 어버이가 물려주신 삶도 모두 위대한 유산이란 걸 새삼 또 깨달은 하루였다. 속절없이 스쳐 가는 계절이 점점 더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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