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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중앙박물관_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문화생활/전시 2023. 7. 4. 23:54

    한국과 영국의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에 다녀왔다.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 명화를 최초로 국내에 공개하는 전시로 반 고흐, 클로드 모네, 카라바조, 고야 등 어마어마한 거장들의 명화 52점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삼천 원을 내고 오디오 가이드를 빌렸다.

    이번 전시는 르네상스시대부터 인상주의까지 15~20세기 초 유럽 회화의 흐름을 조망한다. 미술의 주제가 신으로부터 사람과 일상으로 향하는 모습을 조명하는 기획이라고 한다.

    자신만을 사랑한 나르키소스의 표정은 왠지 행복보단 공허에 가까워 보인다.

    카라바조의 이름이 지명을 딴 일종의 '호'였다는 건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었다.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은 자연스레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서 봤던 '메두사의 머리'를 떠올리게 한다. 찰나의 생동감을 포착하는 능력이 정말 탁월하다. 그래서 영겁 같이 무료한 일상은 견딜 수 없었던 걸까..?

    아얏!

    렘브란트 반 레인의 '63세의 자화상'은 거장이 죽은 마지막 해에 그려진 것이자 마지막 작품 중 하나라고 한다. 말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왠지 지쳐 보인다. 꼭 잡은 두 손은 무언가 간절히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R.I.P.

    익숙한 가톨릭 성화들도 마주할 수 있다.

    아멘...*

    요아힘 베케라르의 '4원소:물'과 '4원소:불'은 성경 말씀과 일상적인 풍경을 함께 담고 있어 이번 전시에 특히 잘 어울리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했다.

    사람이 꽤 많긴 했는데 요즈음 인기 많은 전시 치곤 그럭저럭 볼만했다.

    거장이 머무른 곳들 지도를 볼 땐 미처 못가 본 곳들을 언젠가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목가적인 풍경화도 볼 수 있었다.

    베네치아는 그때나 지금이나 전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그림을 보면 왠지 얼마 전 찍은 사진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도 그랜드 투어를 꿈꾸며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었는데, 어느덧 그것도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사실 유럽 선진국들은 제국주의 때 쓸어 담은 유물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자랑스러운 역사와 유산이 있는데...(중략)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토머스 로렌스의 '찰스 윌리엄 램튼'이다. 1967년 영국 우표에 최초로 실린 그림으로 '레드 보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라고 한다.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작품 중 하나였는데 그냥 너무 아름답다. 안타깝게도 초상의 주인공은 결핵으로 13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바로 맞은편에 있는 초상이 조금 서글퍼 보였다.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와 클로드 로랭을 함께 볼 수 있어 좋았다.

    폴 세잔, 존 싱어 사전트, 에두아르 마네, 폴 고갱 등 다양한 인상주의 거장들의 작품을 연이어 보며 엄청나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이제 전시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가 말년에 그린 그림도 볼 수 있었다. 반 고흐의 그림과 삶은 나에게 늘 울림을 준다. 잠잠히 울컥했다.

    고흐 형 행복하세요...!

    마지막으로 클로드 모네의 유작인 '붓꽃'도 볼 수 있다. 모네가 포착한 순간을 가늠하는 것만으로 내 안의 무언가가 확장되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나에게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살다 보면 언젠가 그의 세계를 보다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사람도 많고 볼 원화도 많아 관람에 1시간 30분 넘게 걸렸다. 생각 이상으로 많은 거장들의 그림을 볼 수 있었다. 이게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전시라니 진짜 감개무량하다. 좋은 세상이다! 물감의 발전 등 역사적인 변화 요인과 당대 복식 등 곁들인 설명도 재밌었다. 

    기념품으로 고민하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의 '헤로와 레안드로스의 이별'이 그려진 엽서를 샀다. 밖에 나오니 왠지 달이 어떤 이별과 나를 이어 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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