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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_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문화생활/전시 2023. 5. 20. 00:24
인간의 고독은 필연적이며, 수용하고 향유해야 할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고독의 의미를 탐구하는 건 오랜 습관이 되었다. 에드워드 호퍼는 한 걸음 더 나아가 20세기 초 도시의 일상 속 고독을 포착해 예술로 승화시켰다. 데이비드 호크니 개인전이 열렸던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이번엔 에드워드 호퍼의 개인전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가 열렸다. 고독한 나날 속 지인이 같이 가자고 얘기해 줘 고마웠는데 급작스레 못 온대서 이내 다시 더 고독해졌다...* 다행히 다른 친구가 시간이 된대서 외롭지 않게 고독을 누렸다. 오랜만에 찾은 서울시립미술관은 여전히 멋진 외관을 자랑한다.
전시가 오픈한 첫 주의 주말이라 사람이 많을 것 같았다. 일부러 마지막 시간으로 예매했는데 이는 실수였다. 작은 미술관이 아닌데도 요 근래 본 전시 중 손에 꼽히는 인구 밀도를 자랑했다.
전시는 총 세 층으로 구성됐는데 1층을 제외하곤 사진 촬영이 금지다. 3천 원을 내면 오디오 가이드 기기를 빌리거나, 유료 어플로 가이드를 들을 수 있는데 무려 배우 유지태 님의 목소리다. 나는 기기를 빌려 감미로운 목소리를 따라 호퍼의 예술 세계를 누볐다.
이전에 뉴욕 현대 미술관(MoMA)과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SFMOMA)에서 각각 그의 작품을 본 적이 있는데 두 번 다 고독한 여정에 묘한 위로를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화상, 드로잉을 포함해 총 270여 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언젠가 꼭 보고 싶은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스케치도 볼 수 있어 좋았다. 다만 마지막 타임인 6시에 입장한 뒤 7시에 전시 종료라 주어진 시간이 1시간이었다. 다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줄을 서다 보니 결국 다 못 봤다. 미처 확인하지 못한 내 잘못이지만 내쫓기듯 나오며 엽서도 못 사 아쉬웠다. 특히 1층은 내려가자마자 거의 바로 가이드 반납하러 가서 거의 못 봤다.
그래도 평소 좋아하던 호퍼의 삶과 작품을 서울에서 접할 수 있어 고마웠다. 부인이자 동반자였던 조세핀 호퍼에 대한 사랑도 기억에 남는다. 역시 거장들은 대부분 주어진 시간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온전하게 사랑하다 간 것 같다. 대학 시절 문화PD 활동으로 영상을 남겼던 정동 로맨스의 추억이 있는 길을 거닐며 나의 도시와 생을 가늠해 보기도 했다. 그렇게 '길 위에서' 걷다 보면 나도 나름의 고유한 세계에 이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걸음을 내디뎠다.
P.S. 정동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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