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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일본 여행_3일차(3)_나고야_덴마초역·아츠타 호라이켄 본점·미야노와타시 공원·아쓰타 신궁·진구니시역기행/해외(아시아) 2023. 2. 2. 23:53
전철을 타고 꽤 멀리까지 가 덴마초역에서 내렸다. 일상적인 느낌이 강한 동네였다.
여기까지 온 이유는 점심을 거른 뒤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서였다. 나고야를 중심으로 발달한 음식을 부르는 '나고야메시'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이곳의 식문화는 유명하다. 그중 나고야식 장어덮밥인 히츠마부시는 명물 중 명물이고, 아츠타 호라이켄 본점은 가장 대표적인 식당이다. 4시 30분까지 브레이크 타임인데 3시 40분에 도착해 버렸다.
근처에 위치한 미야노와타시 공원을 걸으며 시간을 보냈다. 강줄기가 맞닿은 수변에서 빛나는 윤슬, 갈대와 많은 새들의 생명력을 관조하며 걸었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어르신의 뒷모습을 볼 때는 왠지 모를 아득함과 한없는 그리움이 내적으로 범람했다.
4시 조금 지나 다시 오니 이미 기다리는 분이 계셨다. 나도 뒤에 서니 금세 줄이 길어졌다. 조금 지루했지만 혼자 드문드문 귀에 들려오는 일본어의 의미를 가늠하다 보니 금방 입장 시간이 됐다. 4시 30분에 기쁘고 들뜬 마음으로 열린 문에 들어섰다.
점원들의 안내뿐 아니라 한국어를 비롯해 여러 언어로 상세하게 적힌 메뉴판까지 세심했다. 마침내 히츠마부시를 마주하고 먹으려는데 순간 정신줄을 놨는지 국물 담는 병을 컵으로 착각하고 거꾸로 들었다. 처음 먹는 음식도 아니었고 다시 보면 헷갈렸던 게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내 손과 바지에 주로 흘렸지만 너무 뜨겁고 죄송했다. 사과 후 닦고 먹는데 그 와중에 밥은 참 맛있다. 적당한 향과 간의 조합이 깔끔하게 균형을 잘 잡았다. 평범한 듯 두드러지는 무언가가 없어 더 특별한 경지로 느껴졌다. 양도 생각보다 많았다. 처음엔 장어 본연의 맛을 즐기고, 두 번째로 김과 고추냉이 등 양념과 고명을 더해 먹고, 세 번째로 국물에 말아먹으면 각기 다른 음식 같은 다채로움이 있다. 마지막에는 세 가지 방법 중 자기 입맛에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먹으면 된다.
민망했지만 만족스러웠던 식사를 마치고 내가 있던 층을 전담하던 두 직원에게 스미마셍, 고멘나사이 등 아는 표현을 다 쓰며 반복하며 미안함을 전했다. 괜찮다며 밝게 손사래 치던 배려에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다...* 이때 확실히 뭔가 나사가 빠졌는지 계단에서 넘어질 뻔하며 마지막까지 실없는 웃음을 남기고 나왔다. 밖에 나오니 이제 5시가 조금 지났는데 벌써 꽤나 깜깜하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아쓰타 신궁이 있어 들렀다. 참고로 신궁 근처에도 아츠타 호라이켄 신궁점이 있다. 내가 읽었던 가이드북에는 현지인이 가장 사랑하는 신사 중 하나로 평화로운 곳이라는 설명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막상 가니 까마귀가 엄청 울고 생각보다 으슥해 조금 당황했다. 일본의 삼대 신궁 중 하나로 무려 서기 11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많은 부분 소실되고, 지금의 모습은 1955년 재건되었으며 일본 황실의 삼대 신기 중 하나인 쿠사나기의 검(쿠사나기노츠루기)이 이곳에 있다고 한다. 사당을 둘러싼 숲 안의 어둠과 고요가 도시 속 독립적인 공간을 이루고 있는 듯했다. 무언가 간절하게 기원하던 사람들의 뒷모습에선 인간적인 동질감을 느꼈다.
나오는 길에 길냥이가 다가와 뭐 좀 달라고 와서 갖고 있는 게 없었다. 물이라도 줘 봤는데 안 드시더라. 평소에 츄르를 챙겨 다니는 데 깜빡했다. 미안하다냥...* 거의 오늘 이 동네 사과의 아이콘이다.
비가 올지 몰라 양말을 한 벌 더 챙겼는데 히츠마부시 국물 때문에 필요할 줄 몰랐다. 인생사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진구니시역에서 양말을 갈아 신으며 얻어걸린 대비가 조금 뿌듯했다. 다시 쇼류도 원데이 패스를 사용하며 전철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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