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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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 - 9月문화생활/음악 2022. 9. 4. 23:22
바쁜 일상으로 쌓인 피로가 무겁게 느껴지는 나날 속에 우물쭈물하다 구월이 왔다. 사실 게으름을 피우기도 했으나 여느 때처럼 올해도 열심히 살았다. 뜻하지 않은 일로 다치거나 지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두려움을 견디고 한 발짝씩 내디디며 조금 더 성숙하고, 그만큼 늙은 인격체가 되었다. 왠지 지난여름과 함께 버거웠던 청춘의 더위가 점점 가시는 것 같다. 아쉽고 허무한 동시에 홀가분하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지난 계절의 마지막 인사 같아 애틋하다. 이 감정조차 교만이려나. 아마도 답이 없을 애꿎은 9月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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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을 위한 생태학적 경제 제안 - 폴 호켄『비즈니스 생태학』, 2004문화생활/책 2022. 8. 28. 13:18
최근 읽은 책 중 손에 꼽히게 깊은 통찰력을 느끼게 한 책이다. 아쉬운 점은 절판이라 나도 중고로 구했다. CSR, CV, ESG 등 기업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다양한 개념들이 뜨고 졌다. 내 지금의 직업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그에 대한 논의와 실천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궁극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비즈니스 생태학'에는 명치가 저릴 정도로 뜨끔한 문장과 함께 세상을 냉정하게 진단하는 따뜻한 시선이 함께 담겨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방법론이 현실에서 그대로 작동하긴 어려울지 모르나 2004년 번역된 책에 담긴 세상은 지금과 너무 똑닮아 안타깝다.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경제와 사회에 대한 생태학적 접근을 통해 조금 더 거시적인 생각을 할 수 있던 것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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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킹키부츠문화생활/공연 2022. 8. 28. 11:23
동생 덕으로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를 보고 왔다. 예전에 을 이곳에서 봤었는데 오랜만에 찾으니 감회가 새롭다. 어머니와 함께 봤는데 자신의 정체성을 토대로 타인과의 다름을 수용하고 승화하는 스토리가 전형적인 동시에 감동적이었다. 알고 보니 2005년에 개봉한 같은 이름의 영국 영화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공연을 이룬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 덕분에 좋은 추억을 쌓았다. 특히 최재림 배우는 실제 공연을 처음 봤는데 특유의 아우라가 정말 멋있었다. 그가 표현한 '롤라'라는 캐릭터가 섹슈얼리티와 젠더를 초월해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멋짐과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폭발적인 성량과 가창력 그리고 연기력을 말할 것도 없고... 어머니와 둘 다 재며들었다(?). 다녀와서도 한동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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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_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문화생활/전시 2022. 7. 18. 22:16
산포(?) 인근에서 상경한 김에 국립중앙박물관까지 다녀왔다. 주목적은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이었지만 궁금했던 '사유의 방'도 못지않게 기대됐다. 작년에 왔을 땐 공사 중이라 미처 못 봤는데 주변에서 호평이 왕왕 들려왔다. 국보 두 점이 나란히 전시된 공간은 입구부터 뛰어난 심미성과 묵직한 메시지를 자아냈다. 마침내 마주한 두 불상은 번뇌와 해탈이 모두 엿보이는 듯 참 오묘하게 아름다웠다. 어쩌면 삶도 그런 게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만큼 아름다운...* 고생 속에 편안의 경지에 이른 듯한 찰나를 포착한 작품이 영겁의 시간을 가늠하게 했다. 이어 찾은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은 여유롭게 보고 싶어 토요일 마지막 시간인 8시로 예약했는데 7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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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트 - 이제 다시문화생활/음악 2022. 7. 3. 23:48
요즈음 메이트 곡들을 많이 듣는다. 원래 정준일 님의 솔로곡뿐 아니라 메이트의 노래도 좋아하긴 했지만 이십 대의 어떤 시기처럼 홀린 듯 잇따라 찾고 있다. 취향이야 때에 따라 변할 수 있으니 딱히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그렇게 별생각 없이 흘려보내던 하반기의 첫 평일 점심시간이었다. 오전 일과와 식사를 마치고 잠시 쉬며 산책을 거부한 사랑이 형을 다리 위에 앉히고 음악을 켰다. 조금 덥지만 참 평화롭다고 생각하며 체온과 눈빛이 주는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때 스피커에서 메이트의 '이제 다시'가 흘러나왔다. 문득 가사가 사랑이가 내게 하는 말 같아 뜬금없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왠지 사랑이 형의 목소리로 들렸다. 한 생명이 전하는 틀림없는 메시지가 음악을 매개로 언어를 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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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 - 편지문화생활/음악 2022. 6. 28. 00:02
편지는 널리 알려진 명곡이다. 가사가 실화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의도치 않은 짝사랑 마니아(?)로서 나에겐 앓던 가슴을 위로해 주던 노래 중 하나였다. 오래전 우연히 가사의 주인공이 김광진 님이 아니라 작사가이자 김광진 님의 아내인 허승경 님을 사랑하던 다른 분인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엔 고운 목소리로 연적의 진심을 박제한 것 같아 잔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며 마음을 다하던 한 시절을 이렇게 아름답게 남길 수 있는 건 '승화'라는 걸 깨달았다. 운 좋게 더 클래식 20주년 기념 공연에 갔던 것도 벌써 8년 전이다. 어떤 얼간이는 막차를 놓치지 않는 연어답게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온 것 같다. 왜인지 덧없는 마음은 속절없이 범람한다. 나름의 최선으로 하루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