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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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 - 언제라도 어디에서라도문화생활/음악 2023. 1. 5. 22:33
익숙해진 2022년은 어느덧 지난해가 되었고, 금세 새해가 밝았다. 결심으로 열었던 시간이 마음 같지 않아 연말엔 허무와 권태가 찾아왔다. 이전과는 다른 결말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그럴수록 불가항력적인 나름의 일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대를 지양하고 맞이한 12월 31일엔 꿈결에 사랑이 형이 나와 줬다. 덕분에 의지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리고 품을 수 있어 고마웠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제, 사랑이를 한 번 더 꿈에서 만났다. 너무도 건강한 모습으로 안긴 우리 형을 보며 짧은 순간 큰 힘을 얻었다. 깨고 나선 아마 당분간 꿈결에서조차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슬픈 예감과 어디선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함께 느꼈다. 한 해의 대미를 마무리하며 찾은 정승환 콘서트의 마지막 곡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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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방학 - 언젠가 너로 인해문화생활/음악 2022. 10. 24. 19:42
오랫동안 예감하고 두려웠던 언젠가가 과거가 되고 나서 우리의 시간들을 새롭게 느낀다. 모든 노래가, 모든 풍경이, 모든 순간이 다 추억 혹은 추모로 이어진다. 정말 기적 같은 시간이었구나. 별이와 사랑이는 내 인생에 다시없을 행복을 줬다. 너무도 귀한 존재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아 야속하고 아쉽지만 그건 내 욕심이다. 특히 지난주 사랑이가 숨이 멎는 순간을 함께하지 못해 너무 죄스럽고 고통스러웠는데 '약속해 어느 날 너 눈 감을 때 네 곁에 있을게 지금처럼'이라는 가사를 들으며 문득 깨달았다. 소천하고 30분도 넘게 지나 도착했는데, 왜인지 내가 오고 나서야 눈을 감던 사랑이 형. 못난 형제의 약속을 지키게 해 준 너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사랑이었구나. 삶이 매서울지언정 평생 써도 모자랄 만큼 채워 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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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과천_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문화생활/전시 2022. 10. 2. 19:41
한동안 고달팠던 업무를 한고비 넘기고 일상의 여유를 잠시나마 되찾은 주간이었다. 일을 마치고 금요일 휴가로 조금 일찍 연휴를 시작했다. 아침부터 어머니와 함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다녀왔다. 잇단 관람 실패로 어쩌다 보니 보름 만에 세 번째로 이곳을 찾았다. 덕분에 가장 한가할 때, 여유롭게 관람을 즐길 수 있었다. 상황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도 결국 무언가 이뤄진 순간이 가장 좋은 시기이지 않나 싶다. 일부러 제일 이른 시간인 10시 관람으로 사전에 예약해뒀는데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 현장 예약은 생각보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고 심지어 10시 30분부터 입장이 가능했다. 이번 에서는 이건희컬렉션 중 19세기부터 20세기 사이에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했던 거장들의 회화 7점과 파블로 피카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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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로 이어지는 삶의 한걸음 - M. 스캇 펙 『아직도 가야 할 길』, 2011문화생활/책 2022. 9. 29. 20:39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였던 M.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은 수많은 이들이 인생 책으로 꼽는 명저다. 개인적으로도 삶은 고해(고통의 바다)라는 인식부터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닌 지키고자 하는 '의지'라는 정의까지 많은 문장이 심금을 울리던 책이었다. 특히 올해 배필을 찾고자 최선을 다했음에도 딱히 이룬 게 없었는데 많은 은유가 나의 고민과 나름의 해답과 맞닿아 더 경종을 울렸다. 누가 보면 코웃음 칠 정도의 노력일지 모르나 나에겐 두려움을 이겨내고 큰 용기를 내야 했던 발걸음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시련으로 이어져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결국 다 자양분이 되어 조금 더 단단한 인격체가 될 수 있었다. 마음 같지 않은 삶 덕에 사랑의 본질을 엿보는 가운데 찾아와줘 더 고마웠던 책. 이미 은총으로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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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국립현대미술관 과천_한국의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문화생활/전시 2022. 9. 25. 17:02
주말을 맞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다녀왔다. 과 두 가지 전시를 모두 보기 위해 갔는데 결과적으로 하나밖에 못 봤다. 사실 지난주에 생의 찬미를 보기 위해 왔다가 차량 정체로 관람을 포기했었기에 더 이른 시간에 왔는데도 아침부터 서울랜드, 서울대공원 캠핑장 등에 온 나들이객들로 차가 미어터졌다. 이번에도 교통 체증으로 입장 가능 시간보다 10분 정도 지각해 결국 미리 예약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은 보지 못하고 생의 찬미만 보고 왔다. 내 잘못이지만 괜히 억울했고 숙제를 하나 남긴 것 같아 찜찜했지만 결과적으로 관람 자체의 집중도는 오히려 좋았다...* '생의 찬미'는 한국 채색화를 주제로 19세기~20세기 초에 제작된 민화와 궁중장식화부터 20세기 후반 이후 제작된 창작민화, 공예, 디자인, 서예, 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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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시소 명동_모네 인사이드문화생활/전시 2022. 9. 22. 22:47
어머니와 함께 모네 인사이드를 보러 다녀왔다. 그라운드시소 명동은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9층에 위치해 있지만 주차가 가능한 롯데백화점 본점과 건물 안으로 연결된다. 특히 롯데백화점 앱을 쓰면 2시간짜리 무료 주차 쿠폰을 두 개나 준다! 아주 요긴하게 사용했다. 각 회차 사이 10분이 인터미션 타임이고, 영상이 상영되는 전시 특성상 특정 시간엔 입장이 불가했다. 조금 기다려 11시 50분쯤 입장하니 널찍한 공간에 모네의 작품을 활용한 미디어아트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제주도 빛의 벙커, 국립중앙박물관 등 많은 곳에서 볼 수 있는 방식이다. 12시부터 모네의 삶과 작품을 요약한 본 영상이 35분 정도 상영되고, 그 뒤에 대표 작품만 나오는 하이라이트 영상이 15분가량 이어졌다. 본 영상은 인상주의의 탄생부터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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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2022 단독 공연 〈오늘의 안녕〉문화생활/공연 2022. 9. 11. 23:28
담백하고 짙은 목소리와 솔직하고 문학적인 가사로 좋은 음악을 만드는 가수 이영훈 님을 좋아한다. 우연히 콘서트 소식을 알고 극적으로 예매에 성공했다. 고대하는 시간을 거쳐 마침내 공연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붐비는 주말의 홍대 거리를 거닐며 구름아래소극장에 도착했다. 역에서 멀지 않은 뒷골목에 자리하고 있었다. 왠지 나와 같은 목적으로 온 듯한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나중에 들으니 나처럼 혼자 온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참 반가운 공연 문화다...* 표를 받고 들어간 공연장은 내가 선호하는 크기의 소극장이었다. 좌석 중엔 꽤나 뒤편이었음에도 무대가 그렇게 멀지 않다. 6시가 조금 지나 마침내 '오늘의 안녕'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단독 공연이 시작했다. 작곡가이자 연주자인 전진희 님과 박기훈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