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할머니께서 이 땅에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하늘나라로 돌아가셨다. 무안에서 태어난 강 씨 댁의 소녀는 거의 한평생 논과 밭을 가꾸며 증손자를 볼 때까지 성실히 살아왔다. 그녀는 일 년에 고작 몇 번 찾아뵙는 손지조차 늘 해사한 웃음과 부러질 것 같은 상다리로 맞이하는 사람이었다. 노환으로 몇 년 간 우리 집에 머무시는 동안 고유한 유머를 비롯해 내 안의 여러 결을 물려받았다는 걸 깨달았다. 요양 시설에서 점점 기력을 잃어버리시는 모습을 보는 건 가슴 아팠지만 덕분에 죽음마저 뛰어넘는 가족의 사랑을 엿봤다. 이젠 그 어떤 아픔도 없는 곳에서 그토록 그리워하시던 할아버지와 함께 온전히 평안하시길 기원한다. 그렇게 조모상을 치르고 조금 지친 몸과 마음으로 출근하는 길엔 처음으로 교통사고를 냈다. 빙판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