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국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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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속초·고성_1일차(3)_미소초밥·숲휴게소기행/국내 2021. 11. 3. 22:18
영랑호 인근에 있는 완앤송이라는 식당에 가보고 싶었는데 런치와 디너 메뉴가 달랐다. 아쉬운 마음으로 조양동에 있는 미소초밥에서 광어특회덮밥을 맛있게 먹었다. 양도 넉넉했다. 든든하게 먹고 어느새 조명이 켜진 엑스포타워를 지나 숙소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큰 목적 중 하나는 숙소였다. 개인적으로 여행에서 숙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다. 보통 가고 싶은 여행지를 정하고 근처에 있는 저렴한 가격의 적당한 숙소를 잡곤 했다. 이번엔 이례적으로 북스테이와 숲휴게소라는 공간에 꽂혀 숙소부터 잡았다. 7시 20분 즈음 도착해 체크인했다. 인상이 선한 주인 부부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뜻밖의 접점을 발견하고 서로 신기해하며 반가워하기도 했다. 세상은 참 생각보다 좁다. 내 방은 3층에 잇는 월든이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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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속초·고성_1일차(2)_속초시청·속초 수복기념탑·완벽한 날들·영랑호·장사항기행/국내 2021. 11. 3. 21:59
휴일이라 속초시청에 무료로 주차하고 속초 수복기념탑을 지났다. 실향민의 애환을 담은 탑이 속초가 어떤 도시인지 새삼 일깨워준다. 순간적으로 예전 걸었던 순간이 기억난 언덕길을 거쳐 서점 완벽한 날들에 갔다. 일로 알게 된 소호259가 바로 옆에 있었다. 들어선 서점엔 손님이 아무도 없었고 사장님도 조용한 분 같았다. 개인적으로 메리 올리버를 좋아하는데 작품의 이름을 딴 장소가 괜히 반가웠다. 공간에 스민 책에 대한 애정을 느끼며 엽서 하나 사서 나왔다. 바로 앞이 안양에서 오가던 속초시외버스터미널이었다(!). 나에게 이 도시는 트라우마 지뢰밭 수준이다. 동시에 곳곳에 추억이 많다는 걸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다. 나름의 애증을 강렬하게 느꼈다. 영랑호로 이동해 길이가 얼마인지도 모른 채 호수를 따라 걷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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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속초·고성_1일차(1)_함흥냉면옥·칠성조선소·동아서점·문우당서림·설악로데오거리·비단우유차기행/국내 2021. 11. 3. 21:01
나는 강원도 고성에서 군 생활을 했다. 입대 전에 가족들과 여러 차례 휴가를 보냈고 심지어 고등학교 수학여행도 금강산으로 갔다 왔지만 제대 후 고성, 속초 지역은 더 이상 관광지로 느껴지지 않았다. 아름다웠던 고장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관계처럼 왠지 모를 거부감을 주는 복무지로 남았다. 그럼에도 이미 인연이 깊어졌는지 제대 후 몇 번은 찾을 기회가 있었다. 고성에서 단체 봉사를 했고, 친구들과 속초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다만 이미 목적지가 정해진 일정에 참여했을 뿐 제 발로 찾은 적은 없었다. 어느새 거의 십 년이란 세월이 흘러 정말 그곳의 강산이 변했을지, 잘 지내는지 조금 그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마침 궁금했던 북스테이를 표방하는 숙소를 알게 되어 나름의 결심으로 홀로 속초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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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가을 제주_4일차(3)_함덕해수욕장·지붕위 제주바다·세화해수욕장·바이제주기행/국내 2021. 10. 19. 23:12
차에 연료가 거의 떨어져 LPG 가스를 충전하고 함덕해수욕장에 위치한 카페 바나나에 갔다. 만석이라 근처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사서 바다를 보며 먹었다. 바다 구경과 해풍을 곁들인 디저트가 오히려 더 좋았다. 친구 한 명이 세화해수욕장에서 하루 더 묵고 온대서 데려다주는 길에 지붕위 제주바다라는 식당에서 마지막 끼니를 먹었다. 분명 배는 불렀는데 떡볶이, 전복 주먹밥, 모둠튀김이 잘 들어간다. 세화해수욕장에서 바라본 바다는 정말 맑았다. 어느덧 이번 여행의 마지막 해가 졌다. 홀로 남은 친구를 뒤로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3박 4일이면 꽤 길다고 생각했는데 여행이 늘 그렇듯 정말 금방 갔다. 한라산 등정이 있어 더 그랬던 것 같다. 공항 근처 바이제주에 들러 선물할 기념품을 사고 있는데 렌터카 업체에서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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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가을 제주_4일차(2)_영은맛집·이중섭거리·이중섭 거주지·이중섭미술관·유동커피·절물자연휴양림기행/국내 2021. 10. 19. 22:43
느지막하게 나와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영은맛집에 갔다. 보말칼국수를 먹었는데 바다 고둥, 보말이 넉넉하게 들어가 좋았다. 아침부터 고생해 더 꿀맛이었다. 이어 이중섭미술관으로 향했다. 내가 드물게 강한 의지를 드러냈고 친구들이 들어줘 갈 수 있었다. 먼저 이중섭 거주지를 봤다. 이중섭 화백이 서귀포로 피난 왔을 때 머물렀다는 작은방이 복원되어 있었다. 뭔가 마음을 울컥하게 하는 무언가를 느꼈다. 아마 그림으로 전해준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남긴 감동의 여파가 아닐까 싶다. 아마도 화백이 거닐곤 했을 거리는 이중섭거리로 지정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거리를 지나 마침내 이중섭미술관에 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휴관이었다. 평일이라 별생각 없이 왔는데 매주 월요일이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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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가을 제주_4일차(1)_강정천·제주 올레길 7코스·서건도기행/국내 2021. 10. 19. 22:08
일행 중 한 명과 일찍 일어나면 함께 일출을 보기로 헀는데 나 혼자 깼다. 덕분에 홀로 나와 강정천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길이 멀고 험해 당황스러웠다. 일출시간 직전에 도착했는데 구름으로 뜨는 해가 보이지 않아 2차로 당황했다. 해군기지로 보이는 곳을 옆에 두고 꿋꿋이 동트는 걸 기다리다 얼핏 스쳐 지나가는 햇님만 보고 돌아 나왔다. 바로 옆에 제주 올레길 7코스가 있기에 가봤다. 지도를 보고 가도 초입을 찾는 게 어려웠다. 덕분에 주인 모를 밭에 들어가 막힌 길을 마주하기도 했다. 어지저찌 길을 찾았다. 인적이 드문지 거미줄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사진을 찍으려고 잠시 멈춰 서면 다리에 모기 네댓 마리가 붙었다. 생각보다 야생적인 길이었지만 덕분에 한적한 아침의 바다를 홀로 탐험했다. 조수간만의 차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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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가을 제주_3일차(3)_중문 예지원·서귀포매일올레시장(마농오메기문어통닭·우정회센타)기행/국내 2021. 10. 17. 14:09
저녁은 서귀포로 넘어와 중문 예지원이라는 식당에서 먹었다. 전복뚝배기를 먹었는데 개인적으로 감칠맛이 좀 과한 느낌이라 MSG를 많이 넣으셨나 생각했다. 전복 양은 넉넉했다. 식당 안에서 석양을 봤는데 나오니 금세 깜깜해졌다. 숙소에 가기 전에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 들러 통닭과 고등어회, 딱새우회를 샀다. 마농오메기문어통닭과 우정회센타를 이용했는데 치킨집이 우리가 가려던 마농치킨과 상호가 유사한 다른 곳이란 걸 깨달은 건 나중의 일이었다. 그래도 맛있게 먹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MC 본능이 있는 친구 덕에 각자 장점을 말하는 시간도 잠깐 가졌는데 생각 이상으로 나를 알아주는 이야기에 감동받았다. 타인에게 기대를 비우는 게 삶이라면 때때로 찾아오는 이 충만한 온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훈훈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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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가을 제주_3일차(2)_산노루 제주점·수월봉 지질트레일·원앤온리·방주교회·카페방주기행/국내 2021. 10. 17. 13:37
식사 후에 멋들어진 외벽을 자랑하는 산노루 제주점에 갔다. 서울에도 점포가 있다고 한다. 초록색으로 포인트를 준 실내가 깔끔하니 좋았다. 말차라떼는 적당히 진한 향과 부드러운 맛이 잘 어우러졌다. 다만 말차 테린느 가성비가 사악했다. 말차 쇼룸이 별도로 있어 신기했다.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리고 수월봉 지질트레일에 들러 다들 절룩이며 지구의 신비를 엿봤다. 가을치고 날씨가 은근 더웠다. 전기 자전거를 대여하는 분들이 많았다. 산방산을 지나다 제주 원앤온리라는 카페에 들러 힙한(?) 감성을 체험해 보았다. 개방적인 건물 구조가 특이했다. 음료를 마실까 하다 사람이 너무 많고 복잡해 느낌만 맛보고 바로 나왔다. 다음 목적지는 꼭 가보고 싶던 방주교회였다. 매번 가보고 싶어 하면서도 위치가 동선상 애매해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