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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속초·고성_1일차(1)_함흥냉면옥·칠성조선소·동아서점·문우당서림·설악로데오거리·비단우유차기행/국내 2021. 11. 3. 21:01
나는 강원도 고성에서 군 생활을 했다. 입대 전에 가족들과 여러 차례 휴가를 보냈고 심지어 고등학교 수학여행도 금강산으로 갔다 왔지만 제대 후 고성, 속초 지역은 더 이상 관광지로 느껴지지 않았다. 아름다웠던 고장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관계처럼 왠지 모를 거부감을 주는 복무지로 남았다. 그럼에도 이미 인연이 깊어졌는지 제대 후 몇 번은 찾을 기회가 있었다. 고성에서 단체 봉사를 했고, 친구들과 속초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다만 이미 목적지가 정해진 일정에 참여했을 뿐 제 발로 찾은 적은 없었다. 어느새 거의 십 년이란 세월이 흘러 정말 그곳의 강산이 변했을지, 잘 지내는지 조금 그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마침 궁금했던 북스테이를 표방하는 숙소를 알게 되어 나름의 결심으로 홀로 속초로 향했다. 8시 즈음 출발했는데 생각보다 차가 많이 막혀 거의 5시간 지난 12시 50분 즈음 함흥냉면옥에 도착했다. 명태회 냉면을 처음으로 개발한 노포라고 한다. 아침을 안 먹고 와서 함흥냉면과 물냉면 사리를 시켰는데 단품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고구마전분이 들어간 면은 얼마나 쫄깃한지 잘 안 비벼졌고 씹기도 어려웠다. 약간 쫄면에 가까운 질감이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물냉면 간은 내 입맛보단 셌고 육향이 잘 안 느껴지는 스타일이라 아쉬웠다. 명태포가 잘 어울리는 비빔냉면이 더 맛있었다.
배를 채우고 나오니 낯익은 도시가 눈앞에 펼쳐진다. 정지용 시인의 시구처럼 차마 꿈엔들 잊을 수 없던 익숙한 풍경이다. 어쩌면 이곳은 이미 나에게 향수를 일으키는 또 다른 고향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10분 정도 걸어 근처에 위치한 칠성조선소에 들렀다. 책이나 여러 매체를 통해 봤던 곳이라 혼자 반가웠다. 도새재생의 좋은 사례를 직접 볼 수 있어 좋았다. 카페뿐 아니라 동화책 중심의 북살롱도 잘 조성되어 있었다.
다시 걸어 속초의 터줏대감, 동아서점과 문우당서림을 둘러봤다. 동아서점은 단층 구조의 너르고 깔끔한 인테리어였다. 이곳의 대표인 김영건 님이 썼던 대한민국 도슨트 속초 편을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었던 터라 더 반가웠다.
문우당서림은 2층 규모로 실내외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했다. 훌륭한 두 서점이 붙어 있다시피 가깝게 있어 황송했다.
개인적으로 서점 내 전시된 다양한 문장들이 인상 깊었다. 인테리어는 상대적으로 어두운 톤이라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었다.
서점 투어를 마치고 설악로데오거리를 따라 걷다 일종의 PTSD를 느꼈다. 주로 이곳에서 선후임을 만나 식사를 마치고 택시로 부대에 복귀하곤 했었다. 왠지 부대로 복귀해야 할 것 같다.
비단우유차라는 카페에 들렀는데 손님도 사장님도 없어 당황했다. 알고 보니 사장님이 주방에 계셨다. 정성껏 꾸며진 공간이 너무 힙해서(?) 괜히 신기했다. 혼자 있기 뭐해서 테이크아웃으로 밀크티 오리지널을 사서 나왔다. 차로 이동하며 맛봤는데 맛있는 밀크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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