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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가을 바라산일상/일상 2022. 10. 3. 09:27
휴가로 여유로운 오후를 즐기다 동네 뒷산인 바라산에 올랐다. 오랜만에 찾은 등산로는 얼마 전 폭우 때문인지 여기저기 망가져 있었다. 어스름해지기 시작한 평일 산엔 드물게 마주하는 사람과 고요만이 가득하다. 지난 계절의 더위가 가시지 않고 수풀이 우거진 길 위에서 마주한 바람이 참 선선했다. 꽤나 오랜만에 찾은 산 정상은 여전히 조급했던 내 마음을 낙낙히 맞아준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인간 세상은 작고 멀다. 그 거리감 덕에 개인화된 주관성에 기인했던 오해나 오류들이 조금은 바로잡히곤 한다. 가벼운 간식과 시원한 산들바람을 즐기며 땀을 삭였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마을로 돌아오며 정다운 메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마음처럼 자주 찾진 못해도 늘 가깝게 한자리에 있어주는 뒷산이 그 어떤 뒷배보다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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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과천_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문화생활/전시 2022. 10. 2. 19:41
한동안 고달팠던 업무를 한고비 넘기고 일상의 여유를 잠시나마 되찾은 주간이었다. 일을 마치고 금요일 휴가로 조금 일찍 연휴를 시작했다. 아침부터 어머니와 함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다녀왔다. 잇단 관람 실패로 어쩌다 보니 보름 만에 세 번째로 이곳을 찾았다. 덕분에 가장 한가할 때, 여유롭게 관람을 즐길 수 있었다. 상황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도 결국 무언가 이뤄진 순간이 가장 좋은 시기이지 않나 싶다. 일부러 제일 이른 시간인 10시 관람으로 사전에 예약해뒀는데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 현장 예약은 생각보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고 심지어 10시 30분부터 입장이 가능했다. 이번 에서는 이건희컬렉션 중 19세기부터 20세기 사이에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했던 거장들의 회화 7점과 파블로 피카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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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로 이어지는 삶의 한걸음 - M. 스캇 펙 『아직도 가야 할 길』, 2011문화생활/책 2022. 9. 29. 20:39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였던 M.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은 수많은 이들이 인생 책으로 꼽는 명저다. 개인적으로도 삶은 고해(고통의 바다)라는 인식부터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닌 지키고자 하는 '의지'라는 정의까지 많은 문장이 심금을 울리던 책이었다. 특히 올해 배필을 찾고자 최선을 다했음에도 딱히 이룬 게 없었는데 많은 은유가 나의 고민과 나름의 해답과 맞닿아 더 경종을 울렸다. 누가 보면 코웃음 칠 정도의 노력일지 모르나 나에겐 두려움을 이겨내고 큰 용기를 내야 했던 발걸음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시련으로 이어져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결국 다 자양분이 되어 조금 더 단단한 인격체가 될 수 있었다. 마음 같지 않은 삶 덕에 사랑의 본질을 엿보는 가운데 찾아와줘 더 고마웠던 책. 이미 은총으로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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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국립현대미술관 과천_한국의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문화생활/전시 2022. 9. 25. 17:02
주말을 맞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다녀왔다. 과 두 가지 전시를 모두 보기 위해 갔는데 결과적으로 하나밖에 못 봤다. 사실 지난주에 생의 찬미를 보기 위해 왔다가 차량 정체로 관람을 포기했었기에 더 이른 시간에 왔는데도 아침부터 서울랜드, 서울대공원 캠핑장 등에 온 나들이객들로 차가 미어터졌다. 이번에도 교통 체증으로 입장 가능 시간보다 10분 정도 지각해 결국 미리 예약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은 보지 못하고 생의 찬미만 보고 왔다. 내 잘못이지만 괜히 억울했고 숙제를 하나 남긴 것 같아 찜찜했지만 결과적으로 관람 자체의 집중도는 오히려 좋았다...* '생의 찬미'는 한국 채색화를 주제로 19세기~20세기 초에 제작된 민화와 궁중장식화부터 20세기 후반 이후 제작된 창작민화, 공예, 디자인, 서예, 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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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VAC 2022일상/일상 2022. 9. 25. 09:49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강연 및 토의와 네트워킹, 마켓 등 다양한 행사로 구성된 SOVAC 2022에 다녀왔다. Social Value Connect의 준말인 'SOVAC'의 독음은 '소백'이 아닌 '소박'이다. SK그룹의 주도로 2019년부터 시작한 행사인데 코로나19로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렸다. 업무 연관성이 적어 갈까 말까 주저하다 가지 않았던 3년 전의 내가 문득 떠오른다. 생전 처음으로 와보는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 입장하자마자 여러 이벤트 배너가 반긴다. 잠시간의 반가움과 별개로 초행자에겐 내부 동선이 은근히 어려워 좀 헤맸다. SOVAC마켓 로컬존을 가장 먼저 마주했다. 팔도 로컬크리에이터의 다양한 제품이 귀여운 부스에서 판매 중이었다. 참여 기업 중 이미 알고 있는 곳들이 꽤 되는 게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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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시소 명동_모네 인사이드문화생활/전시 2022. 9. 22. 22:47
어머니와 함께 모네 인사이드를 보러 다녀왔다. 그라운드시소 명동은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9층에 위치해 있지만 주차가 가능한 롯데백화점 본점과 건물 안으로 연결된다. 특히 롯데백화점 앱을 쓰면 2시간짜리 무료 주차 쿠폰을 두 개나 준다! 아주 요긴하게 사용했다. 각 회차 사이 10분이 인터미션 타임이고, 영상이 상영되는 전시 특성상 특정 시간엔 입장이 불가했다. 조금 기다려 11시 50분쯤 입장하니 널찍한 공간에 모네의 작품을 활용한 미디어아트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제주도 빛의 벙커, 국립중앙박물관 등 많은 곳에서 볼 수 있는 방식이다. 12시부터 모네의 삶과 작품을 요약한 본 영상이 35분 정도 상영되고, 그 뒤에 대표 작품만 나오는 하이라이트 영상이 15분가량 이어졌다. 본 영상은 인상주의의 탄생부터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