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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秦基博(Hata Motohiro) - Rain (언어의 정원 OST)문화생활/음악 2023. 7. 13. 20:37
이젠 장마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여름 기후가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것 같다. 날씨도 바뀌는 세상이건만 마치 '언어의 정원'이나 '날씨의 아이' 속 세상처럼 한없이 쏟아지는 비를 보고 있으면 나는 폭우 속 좋아하는 소녀에게 하나 뿐인 우산을 건네주던 어느 소년이 되곤 한다. 그렇게 범람하는 순수와 미련 그리고 고독을 유영하다 보면 많은 이야기들이 무의식의 기저에서 떠오른다. 하루는 여전히 버겁고, 사랑은 점점 더 아득하다. 그럼에도 호우로 침잠하며 이렇게 또 한 번의 여름을 보낼 수 있어 감사하다. 여름에 다다른 모두의 삶이 다습게 안온하면 좋겠다. 그런 바람이 잠시나마 다시 일렁이는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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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 - 너의 내일로부터문화생활/음악 2023. 7. 6. 22:09
아주 잘 버텨내고 있지만 내심 고독감이 커지고 다소 지치는 여름이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다가오는 호의에도 움츠러든다. 나의 아픔은 나의 탓이 아니라는 가사가 그런 나를 울게 한다.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도 결국 내가 알겠구나. 알 수 없었던 과거가 시간이 흐르며 나름의 당위를 찾은 것처럼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지금의 무언가는 언젠가 끄덕이게 하겠지. 너무 외로운 날엔 미래의 나에게서 위로를 끌어 써야겠다. 마냥 빚지는 인생이 아니었다는 걸, 절대 혼자일 수 없는 삶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하루엔 어제, 오늘, 내일의 내가 항상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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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 - 뒷모습문화생활/음악 2023. 6. 19. 22:04
마지막 연애가 끝난지도 몇 년이 넘게 흘렀지만 왜인지 끊임없이 많은 이별을 겪고 있다. 내 청춘의 반쪽이었던 반려견, 오래된 친구들 그리고 머물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뒤로하고 살아간다. 가수 김광석의 노랫말처럼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잦은 회자정리와 드문 거자필반 속에 시간은 점점 더 빠르게 흐른다. 어떻게든 이미 떠나간 이들은 표정보다 뒷모습에 가까운 것 같다. 덧없게도 왠지 자꾸 떠오르는 뒷모습들을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가수 정승환의 노래와 시인 이형철의 시를 생각했다. 머뭇머뭇 쿨몽둥이 타작이 필요한 마음이 참 못나게 느껴지지만 스스로 다독이며 또 다시 걸어가야지.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이 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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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조 - 형 (兄)문화생활/음악 2023. 6. 18. 17:15
세 살 터울의 동생이 얼마 전 가정을 이뤘다. 나보다 힘이 세진 건 한참 전이지만 새삼 같이 놀겠다고 따라다니던 꼬마가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그 동네 길목 어디에 여전히 메인 못난 형과 다르게 먼저 가정을 이룬 아우가 참 멋지고 대견하다. 어린 나이에 운동을 시작해 십 대부터 십 년 넘게 집 밖에서 자라고, 성인이 돼서도 다사다난했던 그의 청춘을 보며 주제넘게 안쓰럽거나 속상할 때가 많았다. 아주 가끔은 잠시나마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순간조차 내가 나의 형제를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우애를 깨닫는 계기일 뿐이었다. 때로 형이 있었으면 싶을 때도 있었지만 나 같은 형과 동생 같은 아우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언제나 동생이 있는 삶을 선택할 거다. 사실 동생은 슬프거나 외로울 때도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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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6(데이식스) - 마치 흘러가는 바람처럼문화생활/음악 2023. 6. 18. 13:07
오늘 한정 나는 대한민국에서 생일이 가장 먼 사람이다. 시절에 따라 의미는 자연스레 달라지겠지만 요즈음 생일에 그렇게 크게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고마운 이들이 하루를 특별하게 채워줘 행복을 빚진다. 그렇게 6월 17일은 특별한 날이 된다. 이번에도 과분한 마음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올해도 생일 축하 혹은 선물 품앗이를 이어오던 이들 중 많은 이가 조용히 사라졌다. 그게 당연한 일인 줄 알기에 흐르는 세월에 풍화되지 않는 축하가 점점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큰 고민은 없는 시기지만 요즈음 두 가지 고민이 가슴을 좀먹었다. 먼저 일터에서 주어진 것과 바라는 것의 역할 갈등이 지속됐다. 능숙한 방어기제와 새로운 시도를 통해 타개해 보려 했지만 상황 자체가 변하지 않으니 드문드문 고심이 범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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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 (Jung Seung Hwan) - 에필로그 (Epilogue)문화생활/음악 2023. 6. 14. 23:50
시렸던 2022년을 포근하게 감쌌던 발라드 왕세손이 신보를 냈다. 무려 입대 전 마지막 싱글이고 타이틀곡 '에필로그'의 주제는 여름날 풋풋한 첫사랑의 추억을 담았다고...* 그러고 보니 어느덧 또 다시 여름이 왔고, 또 한 번의 생일을 앞두고 있다. 세월은 점점 더 빨리 가는데 나는 여전히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어리숙하다. 못난 가슴은 한결같은데 다들 좇기 어려울 정도로 어디론가 바삐 간다. 남겨진 나 또한 어딘가로 나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봤지만 결국 나름의 노력 혹은 일종의 답보에 그치고 만다. 특히 사랑은 찾아야 하는 게 아니라 어쩌면 찾아오는 게 아닐까 고심하며, 막상 다가오는 은인들을 밀어낸 횟수만 늘어간다. 그래도 스스로 자책하거나 채근하기보단 그냥 지금에 성실하며 나의 시기를 기다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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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Kim Dong Ryul) - 황금가면 (Golden Mask)문화생활/음악 2023. 5. 17. 23:50
내가 블로그에 음악이 빗대 쓰는 단상 중 대부분은 어떤 시기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어느새 5월도 훌쩍 지났다. 작년 이맘때엔 마음의 혹을 떼러 자전거 여행을 갔다가 팔에 깊은 상처만 더 얻고 왔었다. 그게 벌써 1년 전이다. 그 사이 또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때론 세상이 나를 억까하는 것 같고 스스로 혹은 타인이 이해 가지 않는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모든 시간이 다 나름의 의미로 내 안에 수용될 줄 안다. 동시에 아직은 청춘이라는 걸 실감하면서도 젊은 날 예민했던 지점들이 점점 더 수더분해지는 걸 느낀다. 어쩌면 간절기 같은 시기가 아닐까 싶다. 숨길 수 없이 늙기 시작한 얼굴과 숨길 수 있게 된 진심의 괴리가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요즈음 누리는 일상의 안온함이 참 감사하다. 사랑이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