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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벚꽃 여행_2일차(2)_진해군항제_진해_금강산면옥·진해중앙시장·해군교육사령부·진해루·카페 써니·해병혼기행/국내 2023. 5. 15. 22:01
점심엔 금강산면옥에서 냉면과 석쇠 불고기를 먹었다. 메뉴엔 평양식 물냉면과 함흥식 비빔냉면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물냉면도 쫄깃쫄깃한 면발과 새콤한 육수가 함흥냉면에 가깝게 느껴졌다. 석쇠 불고기 가격은 13,000원 정도였는데 부담 없는 가격에 냉면과 잘 어우러져 인상적이었다. 냉면은 기대만큼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맛있었다. 바로 옆이 진해중앙시장이었다. 어딜 가든 그 지역 재래시장을 둘러보는 건 꽤나 즐겁다. 가는 길에 부모님은 로또를 사셨다. 시장 한 편에는 축제의 일환으로 다양한 보드게임이 준비되어 있었다. 해적룰렛으로 커피 내기를 했는데 감사하게도 내가 당첨됐다. 어머니가 그 찰나를 아주 절묘하게 포착해 더 특별한 순간으로 남았다.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경화역으로 이동했다. 진해루에 가는 셔틀버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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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벚꽃 여행_2일차(1)_진해군항제_경주·창원·진해_용강국밥 본점·경화역·경화역공원·여좌천·로망스 다리·진해내수면환경생태공원기행/국내 2023. 5. 15. 21:28
잔인한 달이라는 억울한 별명을 지닌 4월이 밝았다. 이른 아침, 성실을 물려주신 아버지가 가장 먼저 일어나 씻으셨다. 나와 어머니도 금방 깼다. 덕분에 이르게 준비를 마치고 용강국밥 본점에 갔다. 섞어국밥을 먹었는데 건더기는 넉넉했고 국물은 잡내 없이 적당히 진했다. 맛있는 아침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바로 진해로 출발해 2시간 정도 걸려 도착했다. 창원특례시에 이르러 길을 헤매 생각보다 더 걸렸다. 진해 시내에 가니 전국적인 축제임을 입증하듯 차와 인파가 몰려 있었다. 지금은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이지만 왠지 진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싶다. 진해군항제는 1952년 4월 13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세우고 추모제를 거행하던 것이 1963년부터 지역 행사인 군항제로 발전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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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벚꽃 여행_1일차(2)_경주_보문호·마티나타·호스텔다현·황성공원기행/국내 2023. 5. 14. 10:46
배를 채운 뒤, 경주 숙소 호스텔다현에 체크인만 하고 다시 나와 저녁의 보문호로 향했다. 가는 길도 벚꽃이 참 아름답다. 혼자 내일로 여행 중 한밤에 이 길에서 자전거 타던 것도 떠오른다. 불과 6년 전인데 참 젊었다. 보문관광단지 쪽에 주차하고 해 질 녘의 호숫가를 1시간 정도 걸었다. 저 멀리 보이는 경주월드와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호수와 벚꽃이라니 참 옳은 조합이다. 날이 어둑해지니 조명이 켜졌다. 뭔가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 터널이 떠오른다. 마티나타라는 호숫가 카페에 가서 음료 한 잔씩 하며 여유를 즐겼다. 백운호수를 비롯해 보통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카페들은 음료값이 참 비싼데, 여긴 관광지임에도 합리적인 가격이라 더 좋았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나니 호수는 새로운 얼굴로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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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벚꽃 여행_1일차(1)_경주_문경휴게소·경주 오릉·첨성대·월정교·교촌마을·빽가네뒷고기기행/국내 2023. 5. 14. 10:10
어쩌면 삶은 고해, 고통의 바다에 가까울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시절이 허락하는 나름의 호사들이 있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은 뒤늦게 그 가치를 점점 더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번 봄엔 감사하게도 벚꽃을 보러 영남에 다녀올 수 있었다.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김밥을 먹으며 출발했다. 운전 스승이자 베스트 드라이버인 아버지는 아들이 운전에 능숙해져도 가능하면 본인이 더 운전대를 잡고자 하신다. 부모님의 사랑 덕분에 편하게 갔다. 문경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경주에 3시 넘어 다다랐다. 사실 궁극적인 목적지는 진해 군항제지만 가는 김에 천년고도 경주까지 일정에 포함했다. 막상 도착한 뒤엔 어디 갈까 하다 경주 오릉이 있어 들렀다. 주차비는 천 원, 입장료는 사람당 2천 원이었다. 나의 시조이자 신라를 건국한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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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_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君子志向문화생활/전시 2023. 5. 8. 21:28
전시를 본 뒤 바로 전을 봤다. 군자에 대한 여러 문장과 함께 다양한 백자를 만날 수 있었다. 리움답게 국보, 보물도 있었다. 이전에 상설전에서 봤던 구면 작품도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웠다. 오는 길에 읽던 책에 마침 김환기 화백이 '달항아리'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썼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달항아리들을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별들처럼 화려한 조명 아래 고고한 달들이 떠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달에 집중하다 보니 왠지 이 공간이 작은 우주를 담은 것 같다. 여러 도자기를 감상하며 군자의 마음가짐을 헤아리다 보니 왠지 소인배의 마음이 군자를 닮은 백자와 조금 더 가까워지는 기분도 들었다. 조상들이 지향한 삶을 좇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선현과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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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_마우리치오 카텔란 : WE문화생활/전시 2023. 5. 8. 21:14
지난 3월, 기획전 보러 거의 1년 만에 리움미술관을 찾았다. 운 좋게 취소표를 딱 예약했다. 입구부터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이 맞이한다. 이탈리아 태생의 작가로 극사실적인 조각과 회화로 권위와 인식을 뒤집는 데 능하다고 한다. 여닫히는 작은 엘리베이터 옆에 진짜 엘리베이터가 있다. 시작부터 오묘한 기분이 든다. 많은 작품이 정말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리움의 공간과 어색한 듯 잘 어우러졌다. 아버지의 발은 왠지 자연스레 나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많은 작품이 나름의 위트를 담고 있다. 풍자와 해학의 민족이 참 좋아할 만한 전시인 것 같다.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기에 가보니 세 발 자전거를 타는 '찰리'라는 작품이었다. RC카처럼 원격 조종으로 전시장으로 여기저기 쏘다니고 있었다. 개를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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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Toy) - 세 사람 (With 성시경)문화생활/음악 2023. 4. 9. 21:36
막역한 죽마고우와 베프가 결혼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좋은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주제넘게 흐뭇하고 감사하다. 각자의 서사를 웬만큼 이해하기에 결혼으로 완결된 그들의 지난 시간과 새로운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었다. 같은 동네에서 함께 자란 벗들이다 보니 하객 중에 아는 사람이 참 많았다. 초중고 시절을 비롯해 심지어 대학 생활까지 넘나드는 뜻밖의 반가운 얼굴들로 놀라곤 했는데, 숫기가 없던 십 대에 성과 이름을 함께 부르던 여자 사람 친구들에게 서슴없이 이름만 부르며 알은체하는 내 모습도 놀라웠다. 태어나 처음으로 이름만 불러 본 초등학교 동창도 있었다. 친한 셋 중 둘이 결혼하는 이야기는 자연스레 토이의 '세 사람'이란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나의 경우, 짝사랑으로 점철된 인생이지만 다행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