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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벚꽃 여행_1일차(1)_경주_문경휴게소·경주 오릉·첨성대·월정교·교촌마을·빽가네뒷고기기행/국내 2023. 5. 14. 10:10
어쩌면 삶은 고해, 고통의 바다에 가까울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시절이 허락하는 나름의 호사들이 있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은 뒤늦게 그 가치를 점점 더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번 봄엔 감사하게도 벚꽃을 보러 영남에 다녀올 수 있었다.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김밥을 먹으며 출발했다. 운전 스승이자 베스트 드라이버인 아버지는 아들이 운전에 능숙해져도 가능하면 본인이 더 운전대를 잡고자 하신다. 부모님의 사랑 덕분에 편하게 갔다. 문경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경주에 3시 넘어 다다랐다. 사실 궁극적인 목적지는 진해 군항제지만 가는 김에 천년고도 경주까지 일정에 포함했다. 막상 도착한 뒤엔 어디 갈까 하다 경주 오릉이 있어 들렀다. 주차비는 천 원, 입장료는 사람당 2천 원이었다. 나의 시조이자 신라를 건국한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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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_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君子志向문화생활/전시 2023. 5. 8. 21:28
전시를 본 뒤 바로 전을 봤다. 군자에 대한 여러 문장과 함께 다양한 백자를 만날 수 있었다. 리움답게 국보, 보물도 있었다. 이전에 상설전에서 봤던 구면 작품도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웠다. 오는 길에 읽던 책에 마침 김환기 화백이 '달항아리'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썼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달항아리들을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별들처럼 화려한 조명 아래 고고한 달들이 떠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달에 집중하다 보니 왠지 이 공간이 작은 우주를 담은 것 같다. 여러 도자기를 감상하며 군자의 마음가짐을 헤아리다 보니 왠지 소인배의 마음이 군자를 닮은 백자와 조금 더 가까워지는 기분도 들었다. 조상들이 지향한 삶을 좇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선현과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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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_마우리치오 카텔란 : WE문화생활/전시 2023. 5. 8. 21:14
지난 3월, 기획전 보러 거의 1년 만에 리움미술관을 찾았다. 운 좋게 취소표를 딱 예약했다. 입구부터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이 맞이한다. 이탈리아 태생의 작가로 극사실적인 조각과 회화로 권위와 인식을 뒤집는 데 능하다고 한다. 여닫히는 작은 엘리베이터 옆에 진짜 엘리베이터가 있다. 시작부터 오묘한 기분이 든다. 많은 작품이 정말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리움의 공간과 어색한 듯 잘 어우러졌다. 아버지의 발은 왠지 자연스레 나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많은 작품이 나름의 위트를 담고 있다. 풍자와 해학의 민족이 참 좋아할 만한 전시인 것 같다.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기에 가보니 세 발 자전거를 타는 '찰리'라는 작품이었다. RC카처럼 원격 조종으로 전시장으로 여기저기 쏘다니고 있었다. 개를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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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Toy) - 세 사람 (With 성시경)문화생활/음악 2023. 4. 9. 21:36
막역한 죽마고우와 베프가 결혼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좋은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주제넘게 흐뭇하고 감사하다. 각자의 서사를 웬만큼 이해하기에 결혼으로 완결된 그들의 지난 시간과 새로운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었다. 같은 동네에서 함께 자란 벗들이다 보니 하객 중에 아는 사람이 참 많았다. 초중고 시절을 비롯해 심지어 대학 생활까지 넘나드는 뜻밖의 반가운 얼굴들로 놀라곤 했는데, 숫기가 없던 십 대에 성과 이름을 함께 부르던 여자 사람 친구들에게 서슴없이 이름만 부르며 알은체하는 내 모습도 놀라웠다. 태어나 처음으로 이름만 불러 본 초등학교 동창도 있었다. 친한 셋 중 둘이 결혼하는 이야기는 자연스레 토이의 '세 사람'이란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나의 경우, 짝사랑으로 점철된 인생이지만 다행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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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의 문단속 (すずめの戸締まり, Suzume), 2022문화생활/영화 2023. 3. 15. 23:49
2023년 3월, 마침내 스즈메의 문단속이 개봉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세계관과 이야기를 사랑하기에 정말 오랫동안 고대한 영화였다. 기다리는 동안 많은 일을 겪을 정도로 기다렸다...* 관람하러 가기 전엔 노인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를 뵙고 왔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눈에 띄게 기력을 잃으신 모습을 보며 감히 인생의 덧없음을 느꼈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의 빈자리도 여전했기에 폐허처럼 헛헛한 가슴으로 홀로 영화관을 찾았다. 규슈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던 소녀 '이와토 스즈메'는 우연 혹은 필연에 의해 재난으로 이어지는 문을 닫는 '무나카타 소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고양이의 모습을 한 '다이진'과 잇닿아 그들은 동행하며 각자의 여행을 시작한다. 역시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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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_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 빈미술사박물관 특별전문화생활/전시 2023. 3. 10. 00:12
전시와 공연 등 문화생활을 즐기지만 평소보단 의욕이 적은 시기였다. 그럼에도 소중한 인연들이 나를 좋은 길로 이끈다. 지인이 초청권 하나가 남았는데, 혼자 갈만한 사람으로 내가 바로 떠올랐다며 표를 줬다...* 고마운 마음으로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 빈미술사박물관 특별전'을 보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했다. 기간이 연장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전시인 데다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아 그런지 현장 발권을 기다리는 줄이 전시 오픈 전 아침 일찍부터 길었다. 역시 나 포함 우리는 근면성실한 민족이다. 초대권 덕분에 조금 기다려 바로 입장했다. 3천 원을 내고 오디오 가이드 기기를 빌리거나, 앱으로 같은 가이드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빌렸는데 기대보단 여러모로 부실한 느낌이었지만 관람에는 유용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