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는 예약해 뒀는데 시간이 애매해 표선해수욕장에 들러 해지는 바닷가를 구경했다. 해가 뜨고 질 무렵의 수평선은 어쩜 그렇게 아름다울까? 매번 경이롭다.



6시 20분쯤 제주 성산 난산리 식당에 도착했다. 제주 성산 난산리 식당은 이름 그대로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의 조용한 마을 안에 자리한 예약제 코스 요리 캐주얼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전복과 딱새우, 돌문어 등 제주에서 친숙한 식재료에 세비체와 타르타르, 리조또, 스테이크 같은 서양식 조리법을 접목해 코스로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건 블로그 쓰면서 알았는데 '환승연애2'에서 해은과 현규가 식사한 장소로도 알려졌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 런치는 1인 38,000원, 디너는 68,000원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코스가 진행된다. 주차 공간은 식당 바로 앞에도 있었으나 만석이었다. 근처 '난산로41번길 32' 인근 파란 지붕 창고 앞 공터에 넓은 주차장이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기라 건물을 아기자기 꾸며 놓으셨더라.



실내 곳곳에서도 감성적인 환대를 느낄 수 있었다.


일찍 도착한 덕에 자리를 고를 수 있었다. 통창이 있는 작은방을 선택했다.




금방 코스 요리가 이어졌다. 계절과 식재료 수급에 따라 메뉴 구성이 달라지며, 아래 내용은 내가 방문했을 당시 디너 코스를 기준으로 정리했다. 음료 메뉴는 와인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코스의 시작은 전복 세비체였다. 세비체는 중남미 지역에서 발달한 해산물 요리로 생선이나 해산물에 라임이나 레몬처럼 산미가 있는 재료를 더해 차갑게 먹는 음식이다. 개인적으로 페루에서 먹어 본 적이 있는데 생각 이상으로 시큼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난산리 식당에서는 전복에 토마토와 파프리카 드레싱, 해초를 곁들여 내놓았다. 전복의 쫄깃한 식감에 토마토와 드레싱의 산뜻한 맛을 더해 다음 요리로 넘어가기 전 입맛을 돋웠다.

타르타르는 잘게 다진 생고기에 각종 양념을 곁들여 먹는 요리로, 오늘날에는 프랑스 요리인 '스테이크 타르타르'가 널리 알려져 있다. 한우 타르타르는 한우에 트러플과 궁채, 미소를 조합하고 바삭한 타르트 형태의 베이스 위에 올려 한입에 먹도록 구성한 메뉴였다. 생긴 건 독특하지만 크게 이질감 없는 맛이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양이 아쉬워 팥까지 먹을 뻔했다.

로메인은 잎이 길고 조직이 단단한 상추의 한 종류로, 주로 시저 샐러드에 많이 사용하는 채소다. 생으로 먹는 경우가 많지만 조직이 비교적 단단해 굽거나 그릴에 조리해도 형태와 식감이 잘 남는다고 한다. 제주 성산 난산리 식당에서는 로메인을 구운 뒤 베이컨과 아이올리를 곁들였다. 몰랐는데 '아이올리'는 마늘과 오일을 기본으로 하는 지중해권 소스로, 오늘날에는 마요네즈처럼 부드럽고 크리미하게 만드는 형태도 널리 사용된다.

이어 닭 다리 살을 이용한 닭고기 스테이크가 나왔다. 닭 다리 살은 닭 가슴살보다 지방과 수분이 많아 구웠을 때 상대적으로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내는 부위다. 구운 닭 다리 살에 당근 퓌레와 레몬을 곁들였다. '퓌레'는 채소나 과일 등을 곱게 갈아 부드럽게 만든 것으로, 닭고기에 당근의 단맛을 더하고 레몬의 산미를 함께 곁들일 수 있었다.

리조또는 쌀에 육수를 조금씩 더하며 익혀 쌀에서 나오는 전분으로 부드럽고 크리미한 질감을 만드는 이탈리아식 쌀요리다. 한국식 밥처럼 물기를 완전히 흡수시키는 것과 달리 어느 정도 수분감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오징어 먹물 리조또는 오징어 먹물과 해산물, 파마산 치즈를 사용해 리조또를 만들었다. 먹물에서 오는 해산물 특유의 감칠맛과 치즈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쌀은 완전히 퍼지지 않고 중심에 살짝 단단한 식감이 남는 '알단테' 상태로 익혀, 씹는 맛이 살아 있었다.

기본 소고기 메인은 살치살 스테이크다. 살치살은 소의 윗등심살 부근에서 나오는 부위로, 마블링이 비교적 풍부해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살치살에 비프 주와 구운 채소를 곁들여 나왔다. '주(jus)'는 고기를 조리하며 나온 육즙이나 육수를 졸여 농축한 소스를 뜻한다고 한다. 익숙한 맛과 아쉬운 양이었다. 물론 식당 특성상 절대적인 제공량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양보단 부족하다는 의미다.


디저트로는 파블로바가 제공됐다. 파블로바는 달걀흰자와 설탕으로 만든 머랭을 구운 뒤 크림과 과일 등을 곁들이는 디저트로,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특히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부드러웠다. 머랭의 단맛에 과일의 산미가 더해져 달콤 상큼하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기억하기론 한국에선 생전 처음 내 돈 내고 먹는 서양식 코스 요리였다. 솔직히 이런 류의 음식에는 문외한이라 그런지 맛은 기대보단 평이했다. 그럼에도 나름 가성비 좋게 특별하고 행복한 경험을 했다. 식당을 나오니 빨간 동백꽃이 반겨 주었다.


첫날 알토산회센터에 이어 이튿날 제주오션스토리 회센타에서 한 번 더 고등어회를 포장했다. 제주오션스토리는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에 자리한 활어회 포장 전문점이다. 고등어와 광어, 참돔 같은 활어회부터 딱새우, 전복, 뿔소라 등 제주에서 많이 찾는 해산물을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고등어는 알토산회센터처럼 주문 후 활어를 바로 잡아 손질하는 방식이었다.


숙소에 가니 8시 반쯤이었다. 제주오션스토리 고등어회는 알토산회센터에 비해 전반적으로 양이 고 회 두께도 얇았다. 물론 가격 차이가 5천 원 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회 자체는 좀 더 두툼한 식감을 선호해 아쉬웠다. 하지만 여긴 양념장과 무쳐 먹을 수 있는 야채를 줬고, 또 회의 선도는 못지않았다. 두 번의 고등어회 모두 만족스러웠다. 고등어회에 컵라면, 과자까지 즐기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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