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
석파정 서울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 두려움일까 사랑일까문화생활/전시 2023. 1. 12. 21:23
정말 집 밖으로 한 발도 떼기 싫은 날이었지만 참석해야 할 결혼식이 있어 상경했다. 꼭 보고 싶던 전시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해 서울까지 온 김에 없는 기운을 짜내 다녀왔다. '두려움일까 사랑일까'라는 제목으로 열린 석파정 서울미술관의 10주년 기념전이었다. 이름만 보면 왠지 공립 미술관 같지만 2012년 유니온약품 안병광 회장이 설립한 사립이다. 전시 마지막 주말이라 그런지 대기하는 줄이 있었지만 10분 좀 넘게 기다려 입장할 수 있었다. 11월이 될 때까지 한 해가 참 마음 같지 않았다. 사랑할 결심을 했지만 내 삶이 주로 그래왔듯 또 엇갈리고, 생각지도 못한 시련들이 이어져 다시 두려움이 커졌다. '두려움'과 '사랑'을 양가감정으로 보고, 시대의 고난과 개인적인 어려움을 딛고 각자의 예술..
-
2022 정읍·장성_2일차_축령산 편백나무 숲·군산 일품회집·중동호떡·이성당기행/국내 2023. 1. 9. 00:01
간밤에 난방이 덥고 새벽부터 닭이 우는 소리에 다들 잠을 설쳤다는데 나는 뜨끈하게 아주 잘 잤다. 어제 남은 반찬과 무려 동생이 해 준 고추장찌개로 맛있게 아침을 열었다. 이튿날엔 일정상 부모님과 나만 남아 축령산 편백나무 숲에 들렀다. 추암마을에 주차하고 30분 넘게 산을 탔다. 평평한 임도일 줄 알고 운동화를 신고 갔는데 생각보다 산이었다. 좀 힘들었는데 어느 정도 가니 완만해졌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니 시끌벅적하던 등산객들의 소리는 멀어지고 서늘한 바람 소리가 들렸다. 높고 곧게 뻗은 편백나무들로부터 위로와 힘을 얻었다. 색색의 단풍과는 다른 상록수의 푸르름이 같은 감동으로 이어졌다. 올라올 때와 다른 길로 내려왔는데 한적한 흙길이 색다르게 좋았다. 균형발전의 길을 비롯해 같은 길에 여러 이름이 ..
-
2022 정읍·장성_1일차(2)_축령산사랑가득국밥·카페누비·황룡강생태공원기행/국내 2023. 1. 8. 23:04
단풍 제철을 맞은 내장산국립공원 근처는 꽤나 막혔다. 그럼에도 길이 예뻐 그조차 좋았다. 장성 맛집이라는 축령산사랑가득국밥에서 따로 온 동생네가 합류했다. 마침내 완성체가 되어 다 같이 국밥을 먹었는데 국물이 깔끔하고 건더기가 신선하고 푸짐해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카페 '따뜻한 섬 온도'에 갔는데 자리가 없었다. 다시 '카페누비'라는 곳으로 옮겨 커피 한 잔씩 마셨다. 규모가 크고 시설이 깔끔한 대형 카페들이 꽤 많았다. 티타임 후 황룡강생태공원에 들러 코스모스, 해바라기 등 잘 조성된 꽃을 구경하며 강변 산책을 즐겼다. 깔끔한 수변 공원을 중심으로 가을꽃이 만발해 있었다. 오늘의 나들이를 마치고 숙소로 향했다. 에어비앤비로 빌린 '별장형 단독주택'이란 이름의 공간이었다. 호스트가..
-
2022 정읍·장성_1일차(1)_이서휴게소·내장산국립공원·내장사기행/국내 2023. 1. 8. 22:45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를 덧없는 일상 속에 어느덧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었다. 사랑이 형이 떠나고 남겨진 가족은 삶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누리며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이른 새벽부터 준비해 길을 나섰다. 이서휴게소에서 어묵을 나눠 먹으며 속을 데우고 전라북도 정읍까지 쭈욱 달렸다. 갈 때는 아버지께서 운전을 하셔 다시 잠들었는데 나중에 들으니 내장산국립공원 근방에서만 1시간 넘게 밀렸다고 한다. 출발하고 무려 4시간 만에 도착해 단풍길과 인파를 따라 먹거리촌을 지났다. 입장하는 것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입구 근처에 내장사 근처까지 갈 수 있는 셔틀버스가 있는데 그 또한 줄이 너무 길어 그냥 걸었다. 올라가는 길이 워낙 아름다워 오히려 좋았다. 가뭄으로 단풍이 예년보다 못하다는데도 ..
-
정승환 - 언제라도 어디에서라도문화생활/음악 2023. 1. 5. 22:33
익숙해진 2022년은 어느덧 지난해가 되었고, 금세 새해가 밝았다. 결심으로 열었던 시간이 마음 같지 않아 연말엔 허무와 권태가 찾아왔다. 이전과는 다른 결말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그럴수록 불가항력적인 나름의 일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대를 지양하고 맞이한 12월 31일엔 꿈결에 사랑이 형이 나와 줬다. 덕분에 의지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리고 품을 수 있어 고마웠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제, 사랑이를 한 번 더 꿈에서 만났다. 너무도 건강한 모습으로 안긴 우리 형을 보며 짧은 순간 큰 힘을 얻었다. 깨고 나선 아마 당분간 꿈결에서조차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슬픈 예감과 어디선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함께 느꼈다. 한 해의 대미를 마무리하며 찾은 정승환 콘서트의 마지막 곡은 ..
-
사랑 그 자체, 사랑이 형을 간직하기 위한 글일상/생각 2022. 12. 11. 11:15
2007 ~ 2008 바야흐로 고3을 코앞에 둔 2007년 12월 9일, 우리 집 막내였던 별이가 아들을 낳았다. 별이의 뜻과는 별개로 이뤄진 출산이었고, 어렵게 태어난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바로 세상을 떠나 미안한 마음이 컸다. 문득 남은 한 마리에게 모든 사랑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레 '사랑'이란 이름을 떠올렸다. 신기하게도 어머니도 같은 이름을 염두에 두고 계서 그렇게 사랑은 사랑이 되었다. 수험 생활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커지던 추운 계절에 티 없이 맑은 눈을 지니고 꼬물꼬물하는 작은 생명체는 크나큰 온기를 줬다. 몸은 어른만큼 컸으나 아직 마음은 미처 다 여물지 못해 어리숙하던 십 대 마지막 해에 사랑은 그야말로 폭풍 성장을 했다. 쫓기듯 대학의 문을 두드리고, 유구한 짝사랑의 역사..
-
2022 강화_강화고려궁지·천주교 인천교구 강화성당·용흥궁 공원·용흥궁·대한성공회 강화성당(강화읍성당)·강화풍물시장·아송·다락 게스트하우스기행/국내 2022. 12. 1. 00:53
반려견, 사랑이 형이 한 주간 유독 기운이 없고 갑자기 많이 아파했다.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수액을 맞고 나서 우리 형은 도리어 호흡이 더 가빠져서 왔다. 그나마 다시 무언가 먹기 시작해 조금 안심했다. 오전 내내 침대 위 기력 없이 누워있는 사랑이에게 붙어 주무르고 뽀뽀하며 귀찮게 하니 결국 나에게 '왕왕왕' 한소리 하셨다. 그 꾸짖음이 얼마나 반갑던지... 하필 미리 예약해 두었던 차 점검을 받으러 인천에 가야 했다. 함께 잡아뒀던 1박 2일 강화도 여행을 갈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갔다. 요즈음 일터에서 가벼운 번아웃을 느끼고 있었고 사랑이가 이토록 힘들어하는 걸 보고 있는 게 버거웠기에 재충전 후 당분간 사랑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다. 점검 뒤 짧은 여정을 시작한 강화고려궁지는 뭔..
-
가을방학 - 언젠가 너로 인해문화생활/음악 2022. 10. 24. 19:42
오랫동안 예감하고 두려웠던 언젠가가 과거가 되고 나서 우리의 시간들을 새롭게 느낀다. 모든 노래가, 모든 풍경이, 모든 순간이 다 추억 혹은 추모로 이어진다. 정말 기적 같은 시간이었구나. 별이와 사랑이는 내 인생에 다시없을 행복을 줬다. 너무도 귀한 존재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아 야속하고 아쉽지만 그건 내 욕심이다. 특히 지난주 사랑이가 숨이 멎는 순간을 함께하지 못해 너무 죄스럽고 고통스러웠는데 '약속해 어느 날 너 눈 감을 때 네 곁에 있을게 지금처럼'이라는 가사를 들으며 문득 깨달았다. 소천하고 30분도 넘게 지나 도착했는데, 왜인지 내가 오고 나서야 눈을 감던 사랑이 형. 못난 형제의 약속을 지키게 해 준 너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사랑이었구나. 삶이 매서울지언정 평생 써도 모자랄 만큼 채워 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