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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 (Jung Seung Hwan) - 에필로그 (Epilogue)문화생활/음악 2023. 6. 14. 23:50
시렸던 2022년을 포근하게 감쌌던 발라드 왕세손이 신보를 냈다. 무려 입대 전 마지막 싱글이고 타이틀곡 '에필로그'의 주제는 여름날 풋풋한 첫사랑의 추억을 담았다고...* 그러고 보니 어느덧 또 다시 여름이 왔고, 또 한 번의 생일을 앞두고 있다. 세월은 점점 더 빨리 가는데 나는 여전히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어리숙하다. 못난 가슴은 한결같은데 다들 좇기 어려울 정도로 어디론가 바삐 간다. 남겨진 나 또한 어딘가로 나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봤지만 결국 나름의 노력 혹은 일종의 답보에 그치고 만다. 특히 사랑은 찾아야 하는 게 아니라 어쩌면 찾아오는 게 아닐까 고심하며, 막상 다가오는 은인들을 밀어낸 횟수만 늘어간다. 그래도 스스로 자책하거나 채근하기보단 그냥 지금에 성실하며 나의 시기를 기다리려고 한다. 매번 다짐하듯 아마 지금 여기가 제자리겠지. 이 와중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겨 홀로 헛웃음만 짓고 있다. 에필로그의 에필로그까지 보고 나서도 끝나지 않는 이 이야기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기대치 않게 주어진 나날에 감사하면서도 서글픈 모놀로그로 돌아갈까봐 두렵기도 하다. 어리석은 이에게 합당한 인과일지 모르나 제 마음조차 야속하다. 왜인지 시인 이상이 보냈던 연애 편지 구절이 떠오르는 밤이다. 아무튼 모든 첫사랑의 안녕과 가수 정승환 군의 건강한 제대를 기원하며, 나 또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정한 사랑이 시작되는 프롤로그에 제때 닿기를 바라본다...*
정희야, 나는 네 앞에서 결코 현명한 벗은 못됐었다. 그러나 우리는 즐거웠었다. 내 이제 너와 더불어 즐거웠던 순간을 무덤 속에 가도 잊을 순 없다. 하지만 너는 나처럼 어리석진 않았다. 물론 이러한 너를 나는 나무라지도 미워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제 네가 따르려는 것 앞에서 네가 복되고 밝길 거울 같기를 빌지도 모른다.
정희야, 나는 이제 너를 떠나는 슬픔을, 너를 잊을 수 없어 얼마든지 참으려고 한다. 하지만 정희야. 이건 언제라도 좋다. 네가 백발일 때도 좋고 내일이래도 좋다. 만일 네 "마음"이 흐리고 어리석은 마음이 아니라 네 별보다도 더 또렷하고 하늘보다도 더 높은 네 아름다운 마음이 행여 날 찾거든 혹시 그러한 날이 오거든 너는 부디 내게로 와다오-. 나는 진정 네가 좋다.
웬일인지 모르겠다. 네 적은 입이 좋고 목덜미가 좋고 볼다구니도 좋다. 나는 이후 남은 세월을 정희야 너를 위해 네가 다시 오기 위해 저 야공(夜空)의 별을 바라보듯 잠잠히 살아가련다......"728x90반응형'문화생활 >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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