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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포항_2일차(1)_호미곶 해맞이 광장·상생의 손·연오랑 세오녀 상·브리즈나인·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포토 시그니처·동백서점·까멜리아기행/국내 2022. 8. 9. 21:10
어제 친구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오늘 해맞이를 보러 간다고 선언했다. 4시 30분에 알람을 맞춰뒀는데 거짓말처럼 4시 10분쯤 스스로 일어났다. 유일하게 같이 가고 싶어 했던 친구를 깨우다 너무 곤히 자 그냥 혼자 출발했다. 얼핏 봐도 흐린 하늘이 왠지 슬픈 결말을 예상하게 했다.
해무인지 그냥 운무인지 안개가 상당한 산길과 해안 도로를 열심히 달렸다. 해가 뜨지 않은 외진 동네를 혼자 지나치니 조금 무서우면서도 홀로 멀리 떠나온 느낌이다. 내심 여행 속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한 기분이라 달떴다. 40분 정도 걸려 5시 15분쯤 마침내 한반도 지형상 호랑이의 꼬리에 해당하는 호미곶에 도착했다.
날이 흐렸지만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 안에는 새천년기념관, 상생의 손 그리고 수많은 갈매기 등 많은 볼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정작 해 오름은 끝끝내 볼 수 없었다.
바다와 육지에 각각 설치되어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손, 일명 상생의 손은 실제로 보니 반갑고 신기했다. 바닷가에 있는 손은 갈매기들의 쉼터가 되었는데 처음엔 새조차 조형물의 일부인 줄 알았다.
일출을 보지 못한 아쉬움과 그래도 제시간에 왔다는 후련함이 공존하는 양가적인 마음으로 흐린 동해 바다를 거닐었다.
희망의 해돋이란 작품이 왠지 얄밉지만 사실 오늘도 해는 떴다. 다만 내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딱히 절망할 것도 없다.
나오는 길 우연히 마주한 연오랑 세오녀 상은 잊었던 전설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일찍이 해외로 나섰던(?) 조상들의 국제성을 되짚어 본다.
갈 때와 올 때,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길이 각각 달랐다. 나중에 보니 우리 숙소가 호미곶으로 향하는 두 길이 갈라지는 지점 인근에 있더라. 돌아오는 길엔 구룡포를 지나쳐 왔는데 갈 때보다 훨씬 널찍하고 경사가 적어 편한 길이었다. 어둠 속에 상대적으로 꼬부랑길을 운전했던 게 순간 억울했지만 덕분에 두 길을 다 섭렵했다. 그리고 솔직히 새벽녘 와인딩이 은근 재밌었다.
숙소로 돌아와 1시간 넘게 푹 자고 일어나 씻고 콘푸로스트와 복숭아로 간편하게 요기했다.
11시쯤 포항 부부가 숙소에 와 다시 밖으로 나섰다. 맑았던 어제와는 달리 여전히 흐리지만 습도와 온도가 높아 꽤 후텁지근하다.
브리즈나인이라는 바다가 얼핏 보이는 카페에 가서 피자, 비빔밥, 파스타, 샥슈카, 돈가스까지 왕창 시켜 맛있는 브런치를 먹었다. 코코넛크림커피도 너무 달지 않아 맛있었다.
식사 후,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가 근처여서 들렀는데 어느새 오후다. 날이 워낙 무더워 다들 금방 절었다. 거리는 크게 볼 건 없었으나 골목과 동네가 아기자기해 좋았다. 일제 강점기를 떠올리게 하는 관광 자원이기에 조심스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골목이 간직한 근대 역사를 관광 자원으로 승화해 보다 많은 이들이 우리의 역사를 더 기억하길 바란다.
한 친구의 제안으로 포토 시그니처에서 요즘 유행하는 즉석사진(?)을 찍었다. 좋은 순간을 물질로 남기고 싶은 건 본능에 가깝기에 우리가 어렸을 때도 스티커 사진이 성행했다. 요즘은 QR코드를 통해 찍은 사진을 바로 디지털 이미지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속으로 격세지감을 느꼈다.
이곳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요 촬영지이기도 해서 배경으로 나왔던 곳뿐 아니라 해당 콘텐츠를 주제로 한 공간이 많았다. 동백서점 안에는 책과 동백꽃을 소재로 한 다양한 기념품이 있었다.
내부가 동백서점과 이어지는 까멜리아라는 카페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었던 동백이가 운영하던 곳이라고 한다. 여러 사람이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야트막한 언덕길을 오르면 금세 바다와 항구가 내려다보인다. 이내 드라마 속 동백이의 집과 마주할 수 있다. 나는 드라마를 보지 않았지만 친구의 안내와 표지판 덕에 알아볼 수 있었다.
자리를 늠름하게 지키고 있는 충혼각과 용 조형물을 뒤로하고 내려왔다.
더운 날씨 덕에 다들 녹초가 됐지만 나름 취향에 맞는 여행지였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드라마를 정주행 하고 싶은 마음도 조금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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